문화

Citylife 제800호 (21.10.19) BOOK

입력 2021/10/14 15:12
▶계몽주의로 돌아온 스티븐 핑커 『지금 다시 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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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핑커 지음 /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세계는 인간의 안녕과 복리의 모든 방면에서 괄목할 만한 진보를 이뤄왔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전작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광범위한 수치와 데이터를 동원, 인류 역사에서 폭력은 감소했으며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논증한 그는 신작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숫자와 과학을 무기 삼아 ‘계몽주의 일병 구하기’에 나섰다.

핑커는 놀라운 그래프들을 75개나 보여 주면서 서양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삶, 건강, 번영, 안전, 평화, 지식, 행복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실제로 18세기 말 계몽주의가 꽃핀 뒤 전 세계 인구의 기대수명은 30세에서 70세로 늘었다. 1960년대 18%에 달했던 유아 사망률은 2015년 4%로 떨어졌다. 지난 200년 동안 세계의 총생산은 약 100배 증가했다. 같은 시기 세계의 극빈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90%에서 10% 수준으로 줄었다. 이 진보는 어떤 우주의 힘이나 수정 구슬의 마법이 아니다. 계몽주의, 즉 지식이 인간의 번영을 증진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원천이다.

저자는 “계몽주의는 순진한 희망이 아니며 실제로 작동해 왔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옹호가 필요하다”라고 단언한다. 계몽은 선동자들이 즐겨 이용하는 인간 본성-부족 중심주의, 권위주의, 악마화, 마술적 사고-에 반대한다. 계몽주의는 모든 지식인이 합의한 내용이 절대 아니며, 서양 문명이 구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종교, 정치, 문화 분야의 비관주의자들에게 맹렬히 공격당하고 있다. 저자는 그 결과 숙명론이 암처럼 번지고 자유 민주주의와 지구적 협력에 기초한 소중한 제도들이 난파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핑커는 냉소와 공포에 도전한다.


그는 미디어가 세계를 ‘눈물의 골짜기, 비통한 넋두리, 실망의 늪’으로 묘사하며 인식 왜곡을 만들고 있다면서 “감정이나 직관이 아닌 이성, 종교나 신념이 아닌 과학을 무기로 삼아 인류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불평등과 관련한 논란도 그는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한다. 중요한 것은 불평등 해소가 아니라 빈곤 박멸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해결할 최우선 과제로 그는 경제 성장을, 그 다음으로 보편 기본 소득을 꼽는다. 소득불평등은 쇠퇴의 증거가 아니란 것이다. 또 하나 과대 평가된 것은 테러의 위협이다. 오늘 테러로 인한 사망자의 대부분은 내전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테러에 대한 두려움의 증가는 세계가 그만큼 안전하다는 증거라고 해석한다. 기후 변화 같은 문제도 땅과 생물종을 보존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저감시키고 탈탄소화하는 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낙관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기적을 가능케 할 토대는 자유 민주주의다. “자유 민주주의는 우리의 귀중한 성취이다. 메시아가 도래하지 않는 이상 거기에는 늘 이런저런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을 지르고 뼈와 재 속에서 새로운 것이 솟아나기를 바라기보다는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더 나은 길이다.”

▶방송 10년에 눌러 담은 인생이야기 『인생 그래도 좋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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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인생의 모든 걸 겪어봤다는 수많은 셀럽들이 다녀간 MBN ‘동치미’가 전파를 탄 지 10년이 됐다.


10년을 함께한 정혜은PD가 다양한 인물들의 속 깊은 인생 이야기를 모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입사한 방송국에서 경력을 쌓아오던 한 신입피디는 20대 끝자락에 ‘동치미’를 기획하고 10년을 함께한다. 작가는 메인피디가 되고 결혼을 하고 인생의 단계를 밟아나갔고 어느새 40대에 접어들었다. 책에는 사람이 살면서 한 번씩 언급할 수밖에 없는 다섯 가지 주제인 가족, 결혼, 돈, 부부, 인생을 중심으로 파트를 나누어 담아냈다. 10년 동안 방송을 한 만큼 이 다섯 가지 주제 안에서 방송내용이 축적되며 깊이를 더해간다. ‘Part1 가족’에서는 부모님과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관계인 시부모님, 고부갈등 나아가 자식과의 이야기를 담았다. ‘Part2 결혼’에서는 원가족을 벗어나 또 하나의 가족을 갖게 되는 관문인 결혼이라는 주제를 다루었고, 결혼과 대비되어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비혼과 이혼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Part3 돈’에서는 그것만이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꼭 있어야 하는 돈에 대해 다루면서 돈과 관련된 가족과의 갈등, 집 때문에 울고 웃었던 에피소드를 담았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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