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사랑스러운 이탈리아의 아멜리에

입력 2021/10/14 15:15
검은 단발머리에 크고 동그란 눈, 늘 화려한 컬러의 옷을 입고 집요한 성격을 지닌 ‘마르타’는 전 세계가 사랑에 빠졌던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는 희귀병을 지닌 엉뚱한 여주인공 마르타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완벽남 ‘아르투로’와 사랑에 빠지겠다고 선포하며 벌어지는 흑역사 로맨스를 그린 이탈리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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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마르타(루도비카 프란체스코니)’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희귀 질환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주어진 시간들을 원하는 대로 계획해 나가는 마르타. 죽기 전에 뜨거운 사랑도 하고 싶은 그녀는 데이트 앱을 켜 운명의 남자를 찾기 시작하지만 마음에 드는 짝은 나타나지 않는다.


포기 직전의 마르타에게 완벽남 아르투로(주세페 마조)가 나타나고, 첫눈에 사랑에 빠져 그를 미행하다 들킨 마르타는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 그에게 한 번의 저녁 식사 기회를 요구한다.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의 영어 제목 ‘Out of My League’는 ‘내 능력 밖, 나와 레벨이 다른, 과분한’을 의미하지만 영화의 원제인 ‘Sul Più Bello’는 ‘최고의 날, 가장 좋은 때’를 뜻한다. 신인 감독과 배우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영화로 ‘키싱 부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등의 로코를 성공시킨 넷플릭스가 택한 작품기도 하다. 북미 판권을 포함한 전 세계 판권을 사들인 넷플릭스는 현재 2편에 이어 3편 제작도 준비 중이다.

죽어도 사랑이 하고 싶은 여자, 마르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기에 “우리에겐 항상 선택권이 있어. 항상”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절망하는 대신 자유롭게 마음껏 즐기는 삶을 택한다.


비싸고 격식이 넘치는 레스토랑 대신 자신이 일하는 마트 음식점을 소개팅 장소로 택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아르투로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 모욕을 참고 견디는 대신 웃으며 퇴장하는 그녀는 단호하고 용감하다. 완벽한 비주얼에 부와 명예를 모두 지닌 아르투로가 모쏠처럼 보이는 마르타에게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안온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은 선택할 자유도, 실수할 자유도 없이 자신의 모습을 감춰야 했던 그의 삶에 활력을 선사하는 마르타는 ‘나만의 취향과 방식이 있다’며 주도권을 잡아 가고, 아르투로의 관점을 바꿔 준다.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주눅 들지 않고 밀어붙이는 마르타 캐릭터는 MZ세대와 닮아 있다. 늘 마르타 곁에서 함께 살며 그녀를 가족처럼 돌보는 게이 친구 야코포(요세프 지유라)와 레즈비언 친구 페데리카(가야 마샬레)는 극의 활기를 북돋는 캐릭터. 이들은 단순히 마르타를 서포트하는 조연에 머무르지 않고,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도 찾아나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르타의 캐릭터와 삶의 변화, 감정을 드러내는 색감 대비가 눈에 띈다. 노란색, 초록색, 보라색, 주황색 등이 섞인 마르타와 친구들의 컬러풀한 집, 엄격하고 근엄한 가족을 보여 주듯 단색으로 이루어진 아르투로의 집, 두 사람의 첫 데이트 장소이면서, 그녀가 자신의 환상을 마음껏 실현시키는 화려한 컬러의 마트. 여기에 이탈리아 토리노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풍광과 감각적인 색채가 더해진 장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러닝 타임 91분.

[글 최재민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인터파크]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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