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드라마 리뷰] 연상호 '지옥', 어느날 갑자기 당신이 천벌을 받을 수 있다

입력 2021/11/18 11:38
수정 2021/11/18 15:12
'죄인' 소멸하는 지옥의 사자
인간의 원죄 되묻는다

넷플릭스 '지옥' 19일 공개
연상호 감독 첫 드라마 연출작
유아인·김현주 갈등구도 열연

지옥행 고지받고 죽는 사람들에
공포에 빠진 사회 혼돈상 그려내
'오징어게임' 인기 이을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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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 역을 맡은 유아인.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사람이 만든 법체계는 정의로울까.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흉악범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받거나,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르고도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는 촉법소년 사례를 볼 때마다 분노는 극심해지고 자신은 그들과 다르기를 바란다. 죄를 지은 자가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진 시대에 사람들은 신이 내리는 천벌만이 권선징악을 이루는 해답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신의 처벌이 내려지는 광경을 목도한 순간, 그것이 진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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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변호사 민혜진 역을 맡은 김현주. [사진 제공 = 넷플릭스]

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연상호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지옥'은 인간이 가진 죄의 근본과 그 처벌 방식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다.


지옥행 고지(告知)를 받은 사람들이 예정된 시간에 처참하게 사라지며 혼돈에 빠지는 인간 세상을 그린 동명의 호러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부산행'으로 'K좀비'의 서막을 알린 연 감독이 이번엔 지옥의 사자를 그려내며 안방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공포를 선사한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부가 공개되며 '오징어 게임'을 이어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을 작품으로 꼽힌 지옥을 미리 엿봤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고지를 받은 인간이 지옥으로 끌려가는 장면으로 관객을 공포 속에 몰아넣는다. 흔히 볼 수 있는 서울 한복판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검은 형체의 괴물들이 사람을 불태워 죽이고 사라진다. 지옥행을 고지받은 사람들의 죽음은 시연(試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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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방송국 PD 배영재 역을 맡은 박정민(오른쪽).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신흥 종교단체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유아인)는 사람들을 불안과 혼란에 휩싸이게 만든 현상을 '신의 뜻'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만든 법이 죄인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기에 신이 스스로 나선 것이라는 정진수의 설파에 공포에 떨던 사람들은 빠져들어간다. 정진수는 고지를 받은 인간은 정의롭지 않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시연을 '천벌'로 규정하고 사람들을 새진리회에 주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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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 역을 맡은 유아인.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변호사 민혜진(김현주)은 고지와 시연을 초자연적 현상이라 주장하며 정진수와 대척점에 선다.


하지만 눈 앞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신이 내린 정의라 믿는 사람들은 민혜진을 이단아를 넘어 신을 거부하는 마녀로 치부하며 공격한다. '화살촉'이라 자칭하며 신의 뜻을 거부하는 자들을 단죄하는 조직은 공권력이 무력화된 사회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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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변호사 민혜진 역을 맡은 김현주.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신흥종교가 모든 사회를 지배한 희망잃은 세상에서 그들을 의심해온 방송국 PD 배영재(박정민)는 새진리회의 허점을 찾아나선다. 그러나 배영재의 호기심은 주변 사람들의 고지와 시연이 늘어날 수록 혼란으로 변해간다. 세상의 위기에서 자신의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으로 배영재는 새진리회가 닫아버린 세상의 문을 다시 열고자 한다.

총 6회로 제작된 드라마는 두 개의 이야기가 절반씩 나뉘어 전개된다. 3회까지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렸다면, 4화부터는 무너진 세상에서도 믿음을 지켜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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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지옥행 시연을 수사하는 형사 진경훈 역을 맡은 양익준(가운데).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드라마가 진행되는 약 6시간 동안 인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초자연적 현상의 근거는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신의 영역이라고 믿으며 무방비했던 인간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극은 마무리된다. 드라마는 지옥에서 온 사자를 통해 공포에 대한 인간의 나약함과 두려움을 들추려 한다. 인간의 죄는 누가 심판하는가. 인간다움은 과연 무엇인가. 권선징악을 바라는 인간의 욕구를 바탕으로 그 주체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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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이 죽음의 사자들에게 시연을 당하는 장면.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지옥은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시작으로 '사이비' '졸업반' 등 사회비판적 애니메이션으로 현대사회의 병폐와 부조리를 해부해온 연상호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게 실체를 파헤쳐가는 전개 속도와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력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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