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자동차 달리는 '서울 밤거리'…이게 CG였다고?

입력 2021/11/23 17:13
수정 2021/11/23 17:46
영화 '신과 함께' '기생충' CG
시각효과기업 덱스터스튜디오

가상제작 스튜디오 D1서
LED벽 활용한 촬영 기법
완성도 높이고 비용 줄여
할리우드식 제작환경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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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 덱스터스튜디오 `D1`에서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차량이 질주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D1은 그린 스크린(초록색 배경)에서 촬영 후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발광다이오드(LED) 벽에 특정 장소를 구현해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사진 제공 = 덱스터스튜디오]

스크린 속에서 자동차가 서울의 밤거리를 달리고 있다. 질주하는 자동차 유리에는 도로 양옆에 펼쳐진 가게의 간판들과 고층 건물들이 수놓는 불빛들이 반사된다.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하자 속도가 빨라진 차에 비친 불빛들도 희미해진다.

현실감 넘치는 장면이 촬영된 곳은 실제 서울 한복판이 아닌 경기 파주에 덱스터스튜디오가 마련한 버추얼 프로덕션(가상 제작) 스튜디오 'D1'이다. 시각효과(VFX) 전문 기업인 덱스터스튜디오는 거대한 발광다이오드(LED) 벽에 서울 야경을 구현해 이를 속도감 있게 움직이며 멈춘 차를 질주하듯 연출했다.


지금까지 이 같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린 스크린'으로 불리는 초록색 배경 앞에서 사물을 두고 촬영을 진행한 뒤 후작업을 통해 컴퓨터그래픽(CG)으로 합성해야만 했다. 약 3개월이 소요되는 합성 과정에서 원하는 장면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재촬영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배우의 눈동자나 유광 표면의 물체에 배경의 초록빛이 반사돼 사물의 표현이 부자연스럽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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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은 LED에 원하는 장소를 구현해 촬영과 그래픽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그린 스크린과 달리 배우가 직접 CG를 눈으로 보면서 연기할 수 있어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김욱 덱스터스튜디오 대표(사진)는 가상 제작 작품으로 절감되는 제작비만으로도 스튜디오 구축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가상 공간뿐만 아니라 실제 장소도 구현할 수 있어 해외 촬영 비용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100억원대 영화를 제작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대 30억원 정도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영화 2~3편을 제작하면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2011년 김용화 영화감독이 설립한 '덱스터디지털'을 전신으로 하는 시각효과 전문 회사다.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제작, 후반 작업 등을 맡으며 종합 콘텐츠 제작사로 자리를 잡았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와 '백두산' '모가디슈' 등 5편을 제작했으며 '독전' '봉오동전투' '기생충' '승리호' 등의 VFX 작업을 담당했다. D1 스튜디오의 첫 영화 작품은 내년 개봉 예정인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이다. 앞으로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광고 등의 가상 제작을 진행할 계획이다. D1은 디즈니플러스 '더 만달로리안'의 스튜디오를 담당한 미국 '럭스마키나'와 영화 장비 제조사 '아리', 실시간 3차원 게임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 등 할리우드 제작사와 협업해 완성도를 높인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 대표는 "콘텐츠 생산 체계가 실시간 기술을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제작 기간이 줄어 관객들이 좋은 작품을 더 빠르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튜디오 명칭인 'D1'은 향후 확장을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이다. 김 대표는 "현재 적용된 기술로 노하우를 쌓고 시장 성장과 함께 추가 스튜디오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D2, D3 등에서는 D1에서 다져진 촬영 방식을 그대로 확장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 제작 스튜디오가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 최신 정보기술(IT)과 맞물릴 경우 더 큰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일반 사용자가 있지만 무언가를 생산해 판매하며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가상 세계 안에서 경제활동이 이뤄지기에 더 주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주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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