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홍기영 칼럼] 오징어 게임과 플랫폼 규제

홍기영 기자
입력 2021/11/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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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갑을관계 시정 위해 플랫폼 공정화법 추진

알고리즘 공개·중복입법 등 쟁점 많아 신중론 대두


플랫폼 기업이 갑(甲)으로 떠올랐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한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디지털 서비스 개발업체 등은 플랫폼의 먹잇감이 된다. 플랫폼의 데이터 독식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점증한다. 그래서 나라마다 플랫폼 규제 바람이 거세다. 미국, 유럽을 비롯해 중국, 일본까지 플랫폼 공정경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한다. 플랫폼 관련 소송, 판례, 법률 제정, 행정 조치가 급증한다. 심지어 거대 플랫폼을 쪼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11월 4일 “거대 플랫폼은 <오징어 게임>의 1번 참가자와 같다”고 비유했다.


1번 참가자는 주최자라는 지위를 악용해 정당한 경쟁이 아닌 자신이 정한 기준으로 게임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했다. 플랫폼의 독점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공정경쟁을 훼손한다는 설명이다. 독점 플랫폼은 스스로 유리한 규칙을 설정하는 능력을 갖는다.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플랫폼은 이해상충적 지위를 악용해 시장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플랫폼 횡포에 제재조치가 가해진다. 혁신적인 스마트기기용 ‘포크OS’ 개발·탑재를 막는 파편화금지계약(AFA)을 강제한 구글에 대해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쿠팡, 요기요 등은 자신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조건을 경쟁 플랫폼보다 유리하도록 입점업체에 강요한 최혜국대우(MTN)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네이버는 자사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 상품이 검색결과에 먼저 노출되게 알고리즘을 조정한 자사우대 행위로 공정위 철퇴를 맞았다. 카카오는 가맹택시에 ‘콜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협력을 도모하는 게 기본 취지다. 최소 규제원칙을 적용한다지만 몇 가지 쟁점이 부각된다. 먼저 공정화 법안은 플랫폼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부정되더라도 거래조건을 이용사업자에 공개하고 필수기재사항을 담은 계약서를 작성토록 의무화해 사전규제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는다. 플랫폼 사업전략과 비밀을 공개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그 예로 검색노출 순위 결정기준을 운영하는 알고리즘은 플랫폼의 핵심적인 영업 노하우이자 경쟁수단이 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알고리즘이나 검색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공개되면 후발 주자는 무임승차 기회를 갖는다. 게다가 어뷰징(오용·조작)이 성행할 수도 있다.

또한 플랫폼 사전규제 강화는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중소사업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될 우려가 크다. 법규 위반 시 제재 강도도 과도하다.


이는 플랫폼 간 경쟁인 멀티호밍을 제한하고 기존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체제를 공고히 하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 대기업 규제만 강화하면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 중소·중견기업이 성장을 기피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대형 플랫폼에는 강한 규제가, 일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는 낮은 수준의 이원화된 규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법안은 공정거래법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와 대부분 동일한 내용으로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금지해 ‘입법을 위한 입법’이란 비난을 산다. 법 적용범위가 포괄적인 상황에서 이용사업자의 피해 유형에 대한 구체화가 요망된다. 게다가 공정위는 플랫폼의 외형적 성장에 대한 과다집행의 오류를 낳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여론몰이식 이데올로기적 접근보다 과학적인 분석으로 플랫폼의 부당성을 엄정하게 입증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통일된 플랫폼 규제방안이 필요하다지만 실현은 난제다. 토종 플랫폼을 혁신과 효율의 주역으로 키워 글로벌 빅테크에 맞먹는 경쟁력을 갖춘 국가 자산으로 삼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홍기영 월간국장·경제학 박사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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