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숭학당 ‘오다르크’의 탄생

입력 2021/11/29 17:07
수정 2021/12/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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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유럽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 근대 이후는 독일을 중심으로 그에 대항하는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삼국동맹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삼국협상이 대립하면서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독일은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독일을 통일하기 전에는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가 각축하던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가 있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은 사실 같은 프랑크왕족이었다. 프랑스는 서프랑크, 이탈리아는 중프랑크, 독일은 동프랑크이다. 하지만, 중세의 판도는 다르다. 로마제국이 쇠퇴하면서 영국과 프랑스가 대립하는 구도였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백년전쟁이다.


프랑스를 전장으로 여러 차례 휴전과 전쟁을 되풀이하면서 1337년부터 1453년까지 무려 116년 동안 계속되었다. 전세는 잉글랜드의 승리로 기울어가던 상황이었다. 이때 반전이 일어난다. 잔다르크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떨쳐 일어나 오를레앙에서 승기를 잡는다.

프랑스에 잔다르크가 있었다면, 학당에는 '오다르크'가 있다. 역사는 2020년을 코로나 시대로 규정하지 않을까. 1997년이 IMF 시대로 규정된 것보다 더 강력한 사회변동을 앞으로 가져오지 않을까.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4인 이상은 모이지도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IMF가 한국의 경제체제를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이끌었다면, 코로나는 사람들이 모이고, 이동하는 것까지 제한하게 만들었다.

전혀 새로운 시대였다. 사회적인 동물에게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생존 이전에 존재의 문제였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비대면의 언택트 기술이 발전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학당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간 학당의 수익 구조는 내부의 모임 수입만으로는 운영에 한계가 있었다. 주로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집중되는 외부의 행사 대행을 통해 간신히 유지해오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공연 행사가 모두 중지될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 등을 통해 비대면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이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오다르크'였다.


그녀는 2020년 1월에 <어린이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12명으로 아주 단출했다. 그런데, 이 모임이 9월에 60명으로 늘어났고, 10월에는 90명, 1년만인 2021년 2월에는 무려 10배에 가까운 120명으로 불어났다.

혼자서 모두 감당할 수 없어 다른 샘들을 한 명씩 투입, 현재는 4명의 리더가 각자의 이름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모임은 학당의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모임이 금지된 상황을 온라인 모임으로 멋지게 반전시킨 셈이다. 애초 초등 3-6학년으로 시작된 모임은 이후 초등 1-2학년으로 구성된 <어린이 글쓰기> 모임과,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글쓰기> 모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 여파는 <예술감성 글쓰기> 모임으로도 연결되었다. 2021년 3월에 시작된 이 모임은 <예술토론 글쓰기>으로 이어졌다. 사실 두 모임의 인기는 <어린이 글쓰기> 모임에 빚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모임이 큰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없이 퍼붓는 애정과, 아이들의 눈높이였다. 모임에 참여한 아이들을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하듯 친구처럼 대하니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글쓰기 모임의 목표는 글을 논리적으로 잘 쓰는 데 있지 않다. 글쓰기의 거부감, 두려움을 내려놓고, 자신의 마음과 생각,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자신이 어린 시절에 마음 속으로만 담아 놓고 말하지 못했던 아픔을 아이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헤아리고 돌보면, 생각과 감정은 술술 풀어나오게 된다.


아이들은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속상하고 기뻤던 이야기도 거침없이 전달했다. 글쓰기는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글은 추상적인 독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독자가 상정될 때 더 쓰고 싶어지고, 생생해진다. 아이들은 모임을 맡은 선생님에게 말을 걸듯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들려주었다. 억지로 쓰는 글이 아니다 보니 글쓰기가 재미있어졌다.

심지어 몇몇 친구들은 그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1년 6개월이 넘게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오다르크'의 애정은 아이들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아이의 엄마에게도 향하고, 동료 강사와 리더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학당이 지금껏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동지의식, 나눔의 실천 덕분이다. 그건 학당의 방침만으로도 가능하지 않고, 리더들만의 의지만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방향성과 실천력이 함께 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기쁜 건 '오다르크' 키즈들에 대한 기대때문이다.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보람되다. 이들은 미래의 숭학당 키즈 세대를 이룰 것이다. 이 아이들 중에서 창의력이 뛰어난 작가도 나올 것이고, 통찰력이 월등한 기획자도 나올 것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가도 나올 것이다. 이들이 단순히 글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토론과 예술토론을 통해 지혜와 심미안을 장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당의 역사에서 2010년이 독서토론 모델을 개발한 해였다면, 2020년은 어린이 글쓰기 모델을 개발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021년 드디어 예토리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이제, 학당은 독토리와 예토리의 두 날개로 비상할 것이다. 그 와중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건 바로 숭학당의 '오다르크'다. 학당의 2기를 새롭게 열어젖힌 공로와 영광은 마땅히 그녀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참고로, 오다르크의 어린이 글쓰기 모임 철학과, 구체적인 실천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는 내년 봄에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학당에서는 출판사와 함께 전국의 1만 여개의 학교와 학생들, 교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마케팅과 강연회를 기획 중에 있다.

신기수 우버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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