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름다움 좇는 화가의 욕망을 그리다

입력 2021/11/29 17:34
수정 2021/11/29 19:46
안지산 개인전 '폭풍이 온다'
풍경 통해 물성 탐구
내년 1월 15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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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산 `해뜨기 전 한 시간(1 Hour Before Sunrise)`, 2021, Oil on canvas, 116.8 x 91 cm [사진 제공 = 아라리오갤러리]

네덜란드 하늘은 맑고 구름도 낮게 떠있다.

이 구름을 그리러 17세기 황금시대에 유럽 화가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400여년후 그들의 그림을 본 한국 유학생 안지산은 구름이야말로 '아름다움 좇는 화가의 심리적 욕망'이라 생각했다.

'인간의 태생적 불안'을 주제로 삼아온 작가 안지산(42)이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내년 1월 15일까지 펼치는 개인전 '폭풍이 온다'가 그려진 맥락이다. 이번 전시에 회화 15점과 콜라주 23점을 소개했다.

최근 3~4년간 캔버스에 구름을 집중적으로 그린 안 작가는 구름을 매개체 삼아 본인의 심리적 상황을 표현하려 한다.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밝은 하늘과 무거워지는 구름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나마 움직이지 않는 견고한 질감의 돌산이 아래에 받쳐줘서 연약한 새도, 우울한 표정의 인물도 폭풍우를 피해 갈 수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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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산 `숲 속의 마리(Mary in the Forest)`, 2021, Oil on canvas, 50 x 60 cm [사진 제공 = 아라리오갤러리]

같은 화면 속에 있지만, 구름은 굵고 거칠게 역동적인 느낌을 살린 반면에 아래 돌산은 좀더 섬세하고 견고한 붓질로 처리해서 상당히 대조적이다.


안 작가는 어떤 특정 상황에 놓여 있는 대상에 숨어있는 불안감이나 불안정성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이전 작업에서 벽이 허물어진 작업실 등 실내 공간을 주로 그렸다면 3~4년전부터 실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리'라는 인물도 등장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호하고 수행자 혹은 중재자 역할을 하는 인물인데 성스러운 분위기에서도 담배를 손에 든 모습이 부조화스럽다. 인체 비례도 정확하지 않을뿐더라 방향도 제각기 다르다. 신라이프치히 화파 면모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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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산 `비구름이 멈춘 그곳에서(The Place Where the Rain Clouds is not Moving)` 2021, Oil on canvas, 250 x 260 cm [사진 제공 = 아라리오갤러리]

안 작가는 스스로 다양한 실험 방식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유화 작업에 임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유화를 그리기 전에 콜라주나 소품을 그려보고, 미니어처까지도 만들어본다. 이번 개인전에는 콜라주로 작업한 소품들이 제작순서가 명기된 상태로 함께 전시돼 발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후 네덜란드 프랑크 모어인스티튜트 석사과정을 밟고 현지 라익스 아카데미 레지던시에 선정됐다. 지난 2014년 네덜란드에서 첫 개인전도 열고 '부닝브롱게스(Buning Brongers)상'을 받으며 유럽 미술계에서 주목받았다. 현재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구미술관, 네덜란드 LUMC 아트 콜렉션과 라익스 아카데미에 소장돼 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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