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수자 목소리 담은 뮤지컬, 장애인도 즐기세요"

입력 2021/11/30 17:31
수정 2021/11/30 19:53
'라스올라스' 작곡가 조수현

오디오북으로 압축하고
청각 경험 자극 문구 등
장애인 감상용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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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도 뮤지컬을 즐길 수 있을까.

작곡가 조수현 씨(사진)와 작가 김정현 씨가 의기투합한 뮤지컬 '라스 올라스(Las Olas): 파도를 넘어'가 해답을 제시한다.

이들 두 예술인이 몸담고 있는 신진 예술집단 '창작 스튜디오 하는 마음(하마)'이 제작한 라스 올라스는 영국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올랜도'와 '출항'을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쿠바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영국인 중년 여성 레이첼과 올랜도, 쿠바 소년 레오가 함께 절망뿐인 현실을 떠나 낙원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지난 11월 8일 서울 연희동 연희예술극장에서 두 차례 진행된 오프라인 공연이 창작뮤지컬로선 이례적으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인정받았다.


이후 이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을 받아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소위 '배리어프리(barrier-free)' 작품으로 변신했다. 유튜브채널 '창작 스튜디오 HAMA'에서 지난 11월 29일 오후 7시부터 12월 1일 오후 7시까지 48시간 동안 오프라인 공연 영상과 이를 토대로 한 배리어프리 버전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조씨는 매일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애초 배리어프리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은 아니었다. 하마 기획팀이 구상한 아이디어"라며 "라스 올라스는 여성 등 소수자들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데, 이 작품이 소수자인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다시 태어난 건 어찌 보면 필연적인 일 같다"고 말했다.

이번 배리어프리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2개의 콘텐츠로 나눠 진행됐다. 시각장애인용 콘텐츠는 일종의 오디오북이다.


오프라인에서 110분에 걸쳐 펼쳐진 작품을 30분짜리 오디오 콘텐츠로 압축했다.

조씨는 "라디오 드라마처럼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펼치는 오디오 콘텐츠를 따로 제작했다"며 "다만 극중 노래는 배경 음악 정도로 간략히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노래와 대사로 이뤄진 뮤지컬은 시각장애인보다 청각장애인에게 더 높은 벽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 핵심은 청각장애를 가진 관객의 옛 청각적 경험을 자극할 설명 문구다. '신나는 라틴풍 리듬' '아련한 피아노 음악' '점점 고조되는 밴드의 연주' 등과 같은 문구가 영상과 함께 제공된다.

조씨는 "청각장애인들이 자막만 보고서도 배우가 부르는 노래의 분위기를 떠올려야 한다"면서 "김정현 작가와 함께 설명 문구를 만들었는데, 음악 내용을 짧은 문구로 온전히 담아내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다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제한적인 장애인분들이 배리어프리 버전 검수 과정에서 제작진에게 이런 시도를 해줘서 고맙다고 격려를 해주셔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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