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로봇이 사람 마음을 읽는 미래 담았죠"

박대의 기자
입력 2021/12/03 17:09
수정 2021/12/03 23:06
"상상으로 그린 우주 세계
독자와 함께 걷고 싶어"
올해 SF어워드 웹툰 우수상
◆ 화제의 웹툰 작가 / '너의 말 속을 걷다' 작가 김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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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생 소녀는 유독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걸 좋아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뭐가 그렇게 재밌었을까.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시간 가는 줄도 몰랐고, 얼굴이 빨개진 것도 몰랐단다. 광대가 터질듯 웃다 새빨개진 얼굴을 보고 친구들은 그를 '토마토'라고 불렀다.

성인이 되고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 된 김다혜 작가(26)는 재밌는 얘기를 나눌 때 빨개질 정도로 흥분하는 자신의 얼굴 특징을 '김마토'라는 필명에 담았다.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그림과 이야기를 읽어주는 독자들과 함께 수다를 떨고 싶다는 진심을 담은 이름이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요. 사람도 그걸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데 로봇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감정을 가진 기계가 사람들이 털어놓는 말들 속에 숨겨진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습니다."

그의 웹툰 '너의 말 속을 걷다'는 미래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사람의 감정을 알아가는 로봇이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인간미가 담겼다. 별을 지키는 로봇이 오가는 사람들 감정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쓰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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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작가의 웹툰 `너의 말 속을 걷다`에 등장하는 로봇과 인물들. [사진 제공 = 만화경]

미대생을 꿈꾸며 디자인과에 진학한 그는 23세부터 웹툰 작가의 삶을 시작했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모이는 네이버 '도전만화'에 첫 작품을 올렸지만 조회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냥 가볍게 그린 그림을 스캔해서 올린 만화였어요. 조회수는 없었죠. 근데 재밌는 거예요. 본격적으로 한번 만들어보자 하고 이야기를 짜서 '슬픔을 먹는 남자'라는 작품을 올렸더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이후 그는 웹툰 플랫폼 '만화경'에서 바이러스가 짝사랑에 빠지며 사람들을 이상 행동에 빠뜨린다는 내용의 '가가바이러스'를 선보이며 정식 웹툰 작가로 데뷔했다.

'너의 말 속을 걷다'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연상케하는 요소가 담긴 점에서 독자들에게 동심을 자극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작가는 "어린 왕자처럼 다른 별 사람들을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낯선 세계 속에서 다양한 생명체가 현대인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편작이 올해 SF어워드 만화·웹툰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김 작가는 작가로서의 실력도 증명했다. SF어워드는 국립과천과학관이 국내 과학소설(Science Fiction)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SF 관련 시상식이다. 이중 만화·웹툰 부문은 지난 1년간 종이책으로 출간한 만화나 특정 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12회 이상 연재한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된다. 김 작가는 "연재하는 시간 동안 고민도 많이 하고, 혼자 연재를 하다 보니 잘하고 있는지 막막하기도 했다"며 "이번에 상을 받게 되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나아갈 힘을 얻고 큰 격려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대의 기자 /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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