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음표를 소리로…악보 다듬을 기회 드려요

입력 2021/12/06 17:18
수정 2021/12/06 17:32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한국 작곡가 육성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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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아틀리에 참가한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실제 오케스트라 소리로 구현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멘델스존은 불과 17세 나이에 그의 작품 세계의 정점으로 꼽히는 '한여름밤의 꿈 서곡'을 작곡했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목관악기의 화음에선 서정동화의 환상적인 분위기가 물씬 베어나온다. 여기에 겹쳐지는 바이올린 소리는 마법의 소리처럼 신비롭고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멘델스존은 어떻게 이처럼 어린 나이에도 오케스트라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자신의 머릿 속 사운드를 마음껏 펼쳐낼 수 있었을까.

멘델스존의 집은 대저택이었는데, 은행가였던 부친은 자녀들을 위해 매주 명망 높은 음악가들을 초대해 야외 정원에서 음악회를 열어주었다. 덕분에 멘델스존은 자신이 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고, 어릴 적부터 오케스트라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작곡가들에게 오케스트라는 멀고도 먼 존재다.


대다수 오케스트라는 검증되지 않은 현대작품을 무대에 올리는데 인색하다. 어느 정도 명성을 다진 소수의 작곡가들에게만 오케스트라 작품 위촉이라는 영예가 주어진다. 이래서는 오케스트라를 다루는데 능숙한 미래의 작곡가들을 배출하기 쉽지 않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한국 작곡가 육성 프로그램 '작곡가 아틀리에'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프로그램 디렉터인 작곡가 김택수와 로마상 수상에 빛나는 작곡가 니나 영, 알퍼트 예술상 수상자인 데릭 버멜 등 심사위원단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전예은(36), 위정윤(31), 전민재(34) 등 5명의 신진 작곡가들의 작품을 코리안심포니가 연주한다.

오케스트라가 악보를 처음 접하는 단계인 리딩(reading) 때부터 작곡가들이 참가해 자신들의 머릿 속 음악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실제 음악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접한다.


박선희 코리안심포니 대표는 "오케스트라 리딩은 작곡가들의 상상 속 음표들이 오케스트라에 의해 생명력을 부여받는 첫 순간"이라며 "오케스트라가 악보를 훑어 곡의 골자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연주자들의 의견이 더해져 곡이 수정되고 확장되는 공동창작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22~23일 동안 진행된 오케스트라 리딩 땐 작곡가와 지휘자, 오케스트라 단원 사이에 활발한 소통이 오갔다. 작곡가들은 곡을 쓸 때 음향적 효과와 구조적 완결성을 중시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템포를 좀 더 당길지 말지, 소리를 보다 크게 낼지 작게 줄일지와 같은 단순한 문제가 쟁점이 됐다. 또 현대음악에서 색다른 음향을 내는데 자주 사용되는 관악기, 타악기 파트와 작곡가 간 대화가 활발했다.

작곡가 전예은은 "곡을 쓰며 머리 속 그렸던 사운드가 실제로 구현되는 순간이 즐거웠다"면서도 "각 악기군 간 셈여림의 균형과 템포를 보다 세심하게 조율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작곡가 위정윤은 "작곡가들은 완벽한 음향적 환경과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연주를 전제로 곡을 쓴다"며 "하지만 실제 연주되는 환경은 완벽할 수 없다. 보다 곡을 단순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최종 우수 작곡가로 선정된 작곡가는 향후 코리안심포니 상주 작곡가로 활동하며 보다 많은 오케스트라 작품을 무대에 올릴 기회를 얻게 된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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