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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김희선 한효주 '드라마퀸' 대결…1000억 대작 쏟아진다

입력 2022/01/14 17:11
수정 2022/01/14 21:05
◆ 플랫폼 지배자 된 K컬처 ① K드라마의 진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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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는 신년을 맞아 더욱 파괴적인 라인업으로 드라마·음악·영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K컬처의 최전방 공격수들을 미리 만나보고 이들의 경쟁력을 가늠해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BTS의 뒤를 이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기술을 수출해 미국과 일본에서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현장과 1000억원 가까운 제작비를 들인 '텐트폴' 드라마 대작,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한국 배우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K컬처가 역동적으로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진단한다.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에는 붉은색 넷플릭스 로고가 새겨진 1만6000㎡ 규모의 영상 제작 스튜디오가 있다. 비무장지대가 지척인 이곳은 K드라마 수출의 최전선이다.


새해 벽두부터 쉬는 날도 없이 세계적인 기대를 모으고 있는 '종이의 집' 한국판을 비롯해 '수리남' '소년심판' 등 대작이 제작진의 구슬땀 아래 촬영·제작되고 있다. K드라마 시장은 신년을 맞아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세계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와 토종 OTT인 티빙, 웨이브에 이어 국내 대형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등이 각축전을 벌이는 보급전선이 됐기 때문이다. 아이치이를 비롯한 중국 OTT와 방송사도 수입을 늘리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K드라마, 1조원 수출 향해 '퀀텀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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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상위 70위 드라마 가운데 7편이 한국 작품이었다. 구독자 2억명을 자랑하는 플랫폼에서 상위 10%를 장악한 셈이다. K드라마의 제작 역량은 명실상부 2위권으로 올라섰다. '2022 콘텐츠가 전부다'의 저자 노가영 작가는 "제2의 '오징어 게임'은 또 나온다. 한국이 할리우드의 입지를 야금야금 나눠 갖게 되면서 제2의 콘텐츠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을 넘어 세계적 신드롬이라 불릴 만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는 시작일 뿐이다. 올해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2020년의 5편, 2021년의 9편을 합친 수보다 많은 16편에 달할 전망이다.


하정우·황정민 주연의 대작 '수리남', 김혜수와 김무열이 손잡은 '소년심판', 김희선·이현욱이 출연하는 '블랙의 신부', 김희애·문소리의 '퀸 메이커' 등이 줄줄이 찾아온다.

'오징어 게임'이 제작비 2140만달러(약 250억원)로 무려 42배가 넘는 1조원 이상 가치를 창출하면서 K드라마는 '갓성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에 힘입어 K드라마 제작 편수가 폭증했다. 이미 흥행에 성공한 대작들도 새 시즌 제작에 들어갔다. 전 세계에서 3위권 이상을 찍은 흥행작 중 '킹덤' 시즌3, '오징어 게임' '스위트홈' 'D.P.' '지옥' 시즌2가 제작에 돌입했다. 이 작품들은 국내 첫 1000억원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5년부터 5년간 한국 시장에 약 7700억원을 투자해온 넷플릭스는 작년에만 5500억원 이상의 실탄을 쏟아부었다. 2019년 1858억원, 2020년 4154억원의 매출을 올린 걸 감안하면 수익 대부분을 재투자하는 셈이다. 넷플릭스 한국·아시아 지역 콘텐츠를 담당하는 김민영 총괄은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 성장의 견인차"라고 밝혔다.

경쟁사의 투자도 공격적이다. 디즈니플러스도 지난해 말 '설강화'로 포문을 연 이후 서강준·김아중의 '그리드', 윤계상·서지혜의 '키스 식스 센스' 등 신작을 4편 이상 신년에 선보인다. 강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조인성·한효주가 출연하는 '무빙'은 제작비가 국내 드라마 역대 최고인 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작품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사전 투자로 제작비를 회수하는 작품도 많아졌다. 중국 아이치이에서 총 제작비 300억원 중 200억원을 투자받은 '지리산'이 대표적인 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최대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작년 콘텐츠 수출국가가 187개국에 달했고, 올해 수출금액이 3758억원으로 추산돼 전년 대비 34.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작품당 100억~500억원 이상 투자를 받는 텐트폴(핵심 대작)이 올해 20~30편으로 확대되면 연간 1조원 규모 수출을 기록하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웹툰·웹소설·특수효과까지 전후방 지원도 막강


K드라마 경쟁력은 세계적인 공룡의 실탄 공세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작품의 원작으로 각광받는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튼튼하다는 점에서도 미래가 밝다. 토종 OTT 티빙은 '돼지의 왕' '장미맨션' 등 올해 신작을 11편 이상 공개하는 가운데 특히 웹툰·웹소설 영상화에 힘을 쏟는다. 모회사 CJ ENM이 지분 투자에 참여한 네이버 웹툰·웹소설 등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만 해도 이서진·라미란 주연의 '내과 박원장', 스타 작가 하일권의 웹툰이 원작인 '방과 후 전쟁활동'과 '유미의 세포들2' 등 4편 이상이다. 넷플릭스의 상반기 신작 '지금 우리 학교는'과 히트작 '스위트홈' 등도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좀비물이나 로맨스가 주를 이루던 K드라마 장르도 다변화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연애 예능 '솔로지옥' 등과 대작 공상과학(SF) 드라마 '고요의 바다'도 선보였다. 티빙도 이준익 감독의 첫 OTT 드라마로 신하균·한지민 주연의 SF물 '욘더'를 제작 중이다. 10부작 이상의 SF 장르물을 선보일 만큼 특수효과 기술이 뛰어난 나라도 할리우드 외에는 한국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지난해 '승리호'의 세계적 히트로 주목받은 특수시각효과(VFX) 업계 선두 주자 덱스터스튜디오와 '스위트홈' '고요의 바다'의 VFX를 맡은 웨스트월드는 매년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는 "우리 인력이 2018년 설립 당시에는 10명에 불과했으나 2021년엔 170명을 넘었다"며 "지난 10년간 웨스트월드를 비롯한 국내 VFX 업체 평균 매출액은 4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K팝·웹툰과 달리 자체 세계적 플랫폼이 없다는 점에서 K드라마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노 작가는 "K드라마는 업사이드에서 한계가 있다. 한국 IP를 해외 플랫폼에 수출해 10~20% 마진을 버는 하도급 업체가 될 가능성도 있다. K드라마의 진정한 르네상스가 열리려면 국산 OTT플랫폼의 세계화 등 산업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이 점차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환경을 감안하면 아시아의 맹주인 K드라마는 앞으로 성장성이 더 크다. 10년 이상 성공작을 쌓아 올린 한국 문화의 힘이 폭발적인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BTS를 중심으로 한 K팝의 세계적인 팬덤 형성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기록적인 흥행으로 대변되는 한류 현상은 1980년대 민주화 이후 한국인들의 문화적 갈증을 충족하기 위해 생산되기 시작한 문화 콘텐츠들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성을 얻어 한국의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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