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색이 몸을 얻었다…도윤희 개인전 '베를린'

입력 2022/01/17 16:24
수정 2022/01/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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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희 '무제' [갤러리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색은 대상의 빛깔을 표현하는 회화의 기본적인 재료이다. 빛을 만질 수 없듯이 대개 색도 형체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서양화가 도윤희(61)의 근작에서는 색이 몸체를 얻었다. 무형이 아니라 물질성을 가진 색 덩어리가 존재한다. 어떤 풍경을 묘사하는 수단을 넘어 색 자체가 생명체처럼 몸통을 가지고 화면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충돌하며 에너지를 분출한다.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14일 개막한 도윤희 개인전 '베를린'(BERLIN)에 나온 작가의 근작들은 기존 회화와는 다른 감각으로 색을 느끼게 한다.

화면에 거침없는 선과 색 덩어리가 쌓이고 뒤섞여 질감을 만든다. 캔버스에 구멍을 뚫은 것도 조각적인 요소를 더하며 익숙한 회화와는 다른 미감을 전한다.




도윤희는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해온 작가로, 어떤 현상 이면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작업을 해왔다.

회화의 특정 방법론에 고착되길 거부하고 새로움을 갈구하던 작가는 2012년 베를린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이후 그의 작업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00년대 중반부터 색의 사용을 억제하고 흑연 등을 활용했던 도윤희는 다시 색을 받아들였다. 화면에 꽃이 피듯 색채가 형형색색 퍼지는 이미지를 그렸고, 연필이나 붓 같은 전통적 미술 도구 대신 원시적인 수단인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2015년 갤러리현대 개인전에서 공개한 작품들이 옅고 얇게 색을 썼다면, 이번에는 물성을 더욱 살린 강렬한 색채가 화면을 장악했다. 폭죽 터지듯 화면에 폭발하는 다채로운 색의 추상 세계가 펼쳐진다.




도윤희는 손, 붓, 부러진 붓의 모서리, 유리병, 망치 등 여러 도구를 활용한 직관적이고 육체적인 행위를 통해 물감 덩어리에 내면의 감정과 에너지를 응축한다.

다음 달 27일까지인 이번 전시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작업한 작품 40여 점을 소개한다. 시적인 제목이 붙었던 과거 작품과는 달리 모든 제목이 '무제'이다. 색 덩어리들 앞에서 관람객은 나름대로 작품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투영할 수 있다.

전시 제목 '베를린'은 도윤희가 작가로서 전환점을 마련한 장소이자 60대에 접어든 그의 여정과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 심상을 기호화한 단어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새로운 곳이 필요했던 시기 나도 모르게 자꾸 베를린을 찾게 됐다"며 "그곳에서 작업하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보다는 좀 더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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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도윤희가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베를린'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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