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설경구 "김대중 모티프 캐릭터 부담…이름 바꿔달라 졸랐죠"

입력 2022/01/18 17:06
영화 '킹메이커'서 정치인 김운범 역…"모사 없이 내 식으로 표현"
변성현 감독과 두 번째 호흡…"내 나이대 역할은 무조건 달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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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주연 배우 설경구

"솔직히 피하고 싶었던 캐릭터였어요. 너무나 잘 알려진 근현대사 인물이잖아요. 원래 배역 이름도 '김대중'이었는데, 변성현 감독을 졸라서 '김운범'으로 바꾸게 됐습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킹메이커'에서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는 18일 화상 인터뷰에서 "김대중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무게감이 상당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킹메이커'는 1960∼1970년대 대한민국 정치판과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김운범과 그를 뒤에서 돕는 선거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운범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모티프인 인물이다. 픽션을 가미하기는 했지만 김 전 대통령의 선거 도전사는 거의 그대로 옮겼다.


그러나 설경구는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자신이 해석한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애썼다고 강조했다.

"캐릭터 이름이 바뀌며 조금 덜해지긴 했지만, 자꾸 실존 인물이 연상되잖아요. 하지만 그분을 모사하는 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았어요. 따라 했는데 어설펐다가는 작품의 캐릭터에서 어긋나버릴 수 있으니까요. 제 식으로 하되, 실제와 겹치는 모습이 있으면 그 중간 즈음에서 타협했죠."

설경구가 바라본 김운범은 소탈하면서도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이다. 명분을 중시하는 대쪽 같은 인물이지만, 필요할 때는 흑색선전의 귀재인 서창대를 곶감 빼먹듯 이용한다.

설경구는 "그 역시 인간"이라며 "인간 김운범에 초점을 맞춰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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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속 한 장면

그러나 역할 자체가 정치인이다 보니 일부 장면에서는 정치인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고 말투도 연기해야 했다. 특히 수십만이 운집한 인파 앞에서 연설하는 신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연설에서는 선동적이고 호소력 있어야 하고 소리를 내질러야 하잖아요. 사실 연설 신이 있으면 촬영하기 한두 달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더구나 연습할 장소도 딱히 마땅치 않아서 속으로만 하다가, 현장에서 실제로 촬영하며 톤을 조정했습니다."

설경구가 이처럼 이름만으로도 압박감이 들고 연기도 쉽지 않은 역할을 수락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변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 시나리오와 함께 받아들었다고 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역을 꼭 맡아달라는 변 감독의 말에 "일단 '불한당' 찍고 얘기하자"고 했던 설경구는 어느샌가 '킹메이커' 출연이 기정사실로 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불한당' 촬영 과정에서 변 감독에 대한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 영화는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으나, 유례없는 팬덤이 형성되며 화제가 됐다.

설경구는 변 감독을 두고 "어떻게 이런 소재를 영화로 만들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게 하는 감독"이라고 했다.

"변 감독에게 제 나이대의 역할은 무조건 저한테 줘야 한다는 협박까지 했어요 하하. 변 감독이 저를 버리지 않는 한 앞으로도 신선한 이야기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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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속 한 장면

대학교 4학년 때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설경구는 내년이면 어느새 데뷔 30주년이 된다. 그간 '박하사탕', '공공의 적', '실미도', '오아시스', '해운대', '소원', '자산어보' 등 굵직한 영화에 출연하고 각종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타며 영화계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자신을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그를 도운 "수많은 킹메이커들"에게 감사함도 전했다.

"어느덧 촬영장에 있는 게 삶이 되어버려서 그 안에 희로애락이 다 있어요. 뭔가 잘됐을 때는 아이처럼 좋아하는데, 안 풀린 때엔 낭떠러지 앞에 있는 절망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30년이 다 된 지금도 여전히 행복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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