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게임속 "찬미하라" 외쳤던 그 목소리…'중학생 사자'로 변신했죠

입력 2022/01/21 17:08
수정 2022/01/21 17:10
16년째 '천의 목소리' 김현심 성우

애니 '웰컴투 정글스쿨'서 사자후 목소리 연기
종 초월하는 동물들의 우정에 가슴 뭉클
OTT 덕에 내리막길 성우산업 다시 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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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심 성우는 16년 차 베테랑이다. 2006년 투니버스 성우극회 6기로 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개구리 중사 케로로' '날아라 호빵맨' '명탐정 코난' '이누야샤' '나루토' '짱구는 못말려' 등 참여 애니메이션이 셀 수 없이 많다. '어디서 좀 노셨군요'와 같이 노래방에서 듣던 익숙한 멘트들도 그의 목소리다. '블레이드&소울'과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유명 게임에도 목소리로 등장하며 명사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게임 '로스트아크'에서 그가 맡은 몽환군단장 '아브렐슈드' 대사인 "찬미하라"를 본떠 '찬미 누나'로 불리고 있다.

그가 애니메이션 '웰컴투 정글스쿨'에서 호기심 넘치는 사고뭉치 사자인 주인공 '사자후'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다양한 종의 동물 학생들이 생태계를 초월해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상을 담은 코믹 시트콤이다. 사자, 얼룩말, 늑대, 고래, 까마귀 등 다양한 동물들이 인간처럼 학교를 다니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타고난 종이 다르고, 성격도 천차만별인 동물 학생들이 서로 부대끼며 벌어지는 상황이 시청자에게 재미를 준다. 웹툰 '본격짐승학원 애니멀스쿨'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투니버스에서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8시에 방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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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후는 소심하지만 해맑은 중학생 소년이에요. 친구가 필요해서 다가가려고 애교도 떨어보지만 사자니까 초식동물들은 위협감을 느끼죠. 그러다가 사자후의 순수함을 알아가면서 친구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해요. 그래서 제가 연기한 캐릭터지만 참 정이 가요."

채널 특성상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내막을 살펴보면 성인용에 가깝다.


동물을 귀엽게 의인화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의 외형을 살렸지만, 먹고 먹히는 관계인 늑대와 양이 사랑에 빠지는 등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한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이건 성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에요. 일단 교훈부터 '친구를 먹지 말자' 거든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제가 사자잖아요. 얼룩말 같은 초식동물 친구의 다리 근육을 보고 나서 식욕이 당길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그림이 만화체에서 극화체 느낌으로 무섭게 변해요. 어쩌면 동심을 파괴하는 듯하지만 원초적인 본능을 표현해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어른들도 깔깔거리면서 즐길 수 있는 내용이에요."

예상 밖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김현심 성우는 그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전하려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우정'이라고 말했다. "종이 다른 동물들도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요즘 사회를 보면 이분화되면서 대치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하잖아요. 조건과 상황이 다르더라도 모두가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다는 교훈을 주려는 취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에 참가했지만 그는 '웰컴투 정글스쿨'을 인생작으로 꼽았다.


"성우들이 녹음 전에 미리 영상을 받아서 체크하는 걸 '시사'라고 합니다. 어쩌면 그때가 가장 귀찮고 힘든 작업일지 몰라요. 화면에 맞춰서 입 모양을 맞추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정해야 하거든요. 저는 시사를 꼼꼼하게 하는 편이지만, 매번 할 때마다 굉장히 어려운 숙제를 하는 듯한 느낌이라 부담도 느껴요. 그런데 '웰컴투 정글스쿨'은 그냥 감상하다시피 했어요. 너무 재밌었거든요."

성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혜를 본 업종이기도 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는 OTT 업체들이 외국어 더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한국어 더빙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김현심 성우도 다양한 OTT에서 독점 공급하는 콘텐츠의 더빙을 맡고 있다.

"저는 더빙 자체가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샌 거의 자막으로 보시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더빙은 글자를 못 읽는 아이들을 위한 거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도 많아요. 그래서 원작보다 더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하죠. 원작을 능가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작품에는 '초월 더빙'이라는 칭찬도 들어요. 그럴 땐 기분이 정말 좋죠."

김현심 성우는 넷플릭스 '너의 모든 것'에서 '러브 퀸'의 목소리를 연기하며 외화 더빙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저는 애니메이션 성우로 시작했지만 외화 더빙을 갈망했었거든요. 영어 발음이 우리말과 완전히 다르다 보니 입 모양을 예민하게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행복하게 작업했어요. 결과물에 만족해하는 팬분들의 반응을 보면 더 뿌듯합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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