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트와이스 언니들이 내 꿈"…일본 10대 3만명이 몰려왔다

입력 2022/01/26 17:53
수정 2022/01/27 09:12
세계 음악시장 주류된 K팝
이젠 스타 육성체계 수출

한국 대형 연예기획사들
전문적 양성시스템 갖춰
연습생 동경심 자극시켜

한류 익숙한 일본서 활발
현지 오디션 진행한 JYP
1만명 이상 참가 대성공

CJ ENM 보이그룹도 출격
첫 발매곡 日차트 1위 기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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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돌 그룹 `JO1`

2020년 3월 데뷔하자마자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를 5차례나 휩쓸고 골든디스크 신인상을 거머쥔 현지 보이그룹 JO1은 K팝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재팬' 출신이다. CJ ENM과 일본 대형 연예기획사 요시모토흥업이 도쿄에 공동 설립한 라포네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K팝 가수 훈련을 받았다. 한국식으로 합숙을 하면서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작사와 작곡, 한국어 등을 강도 높게 배웠다.

JO1 멤버 요나시로 쇼는 "일본 노래를 부를 때와 창법부터 달랐다. 춤을 추면서 노래에 리듬을 더하는 것까지 익히는 게 힘들었다"며 "세계에서 통하는 K팝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K팝이 세계 주류 음악이 되면서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수출되고 있다.


'한국에서 만든 음악'이라는 개념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면서 K팝의 핵심인 인재 발굴 방식을 이식하려는 국가가 늘고 있다.

K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트와이스, 에스파 등 일본인 멤버가 소속된 아이돌 그룹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K팝 아이돌을 장래희망으로 꼽는 MZ세대가 늘었다. 지난 2년간 일본에서 진행한 K팝 아이돌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 3만여 명이 몰려왔을 정도다. 특히 JYP엔터테인먼트가 일본에서 만든 걸그룹 니쥬(NiziU)는 K팝 육성 시스템 수출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니쥬는 일본 8개 도시와 미국 등 총 10개 지역에서 진행한 오디션 지원자 1만여 명 중 9명을 발탁해 체계적으로 훈련시킨 그룹이다. 2018년 박진영 JYP 최고창의성책임자(CCO)가 제시한 'JYP 2.0'의 완성형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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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은 지난 2년간 '프로듀스101 재팬'을 통해 JO1 외에 보이그룹 INI를 데뷔시켰다. 연습생 101명이 경쟁을 거쳐 하나의 그룹으로 완성되는 '프로듀스 101' 콘셉트를 적용해 일본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현지 대형 연예기획사 요시모토흥업과 함께 라포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덕분에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 연예계에서 소속 가수의 활동 영역을 발 빠르게 넓혔다. 두 그룹의 첫 발매곡이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하면서 K팝 육성 시스템 현지화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K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인재 선발부터 교육, 데뷔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기획한다. 특히 노래와 춤을 곁들인 퍼포먼스 위주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 같은 육성 과정을 방송으로 가감 없이 전파하면서 일본 젊은 세대의 K팝 아이돌에 대한 동경심을 자극했다.


현지인 연습생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데뷔를 이뤄내는 과정을 보며 K팝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장혁진 라포네엔터테인먼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일본 10대들은 K팝 아이돌을 장래희망으로 삼을 정도로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육성 시스템 수출에 앞서 K팝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류 저변 확대를 목표로 민간 재단과 기업이 힘을 모아 한국 문화의 해외 홍보를 위해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의 고향인 태국 부리람의 한 학교에 복합문화공간과 멀티미디어실을 마련해 K팝 댄스 아카데미 수업을 진행했다. 리사처럼 K팝 아이돌을 꿈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한국 문화와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 행사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진행하는 민관 협력 해외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열렸다.

K팝 시스템으로 더 강력해진 외국인 아이돌

한국서 데뷔한 외국인 멤버
한류 알리는 전도사 역할 톡톡
음반 수출 저변 확대에도 영향
특정국가 쏠림현상 줄어들고
아프리카·중동서도 K팝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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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오디션 `걸스플래닛999:소녀대전`에 출연해 최종 9인으로 선발되면서 데뷔의 꿈을 이룬 한·중·일 다국적 걸그룹 케플러(Kep1er). [사진 제공 = 웨이크원·스윙엔터테인먼트]

지난 3일 데뷔한 걸그룹 '케플러(Kep1er)'의 일본인 멤버 마시로는 초등학교 때 한국 드라마 '드림하이'를 보고 아이돌을 꿈꾸기 시작했다. 드라마에서 스타를 꿈꾸며 춤과 노래를 배우는 예술고등학교 학생들 모습은 마시로 눈에는 환상이었다.

드라마로 시작된 관심은 걸그룹 '미스에이' 무대로 이어졌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활동하는 모습에 환상이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마시로는 16세가 된 2016년 한국행을 결심하고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입사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열린 오디션에 참가해 연습생이 된 사례는 마시로가 처음이다.

"일본에서 하는 글로벌 오디션에 참가하기보다 한국 오디션에 서면 더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제가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마시로의 도전은 K팝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일본인 연습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


케플러 멤버 히카루는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처음 한국에 왔지만, 일본에서 연습하는 동안 머릿속에 그린 모습은 멋진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K팝 아이돌이었다.

"일본에서도 한국식으로 연습했어요. 한국에서 데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팀에 있었거든요. 한국인 연습생들처럼 합숙도 하고 춤과 노래의 기본기를 익히는 것을 중점적으로 했어요."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엠넷에서 방송한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에 출연해 최종 9명에 선발되며 케플러로 데뷔의 꿈을 이뤘다.

"일본에서는 지인들이 모두 한국 문화에 익숙해요. 그래서 처음에 한국행을 결정했을 때도 걱정보다는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았어요."(마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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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의 일본인 멤버 마시로(왼쪽)와 히카루.

이제 시작이지만 최종 목표는 여느 K팝 아이돌처럼 해외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이다. 두 사람은 "소녀시대 선배님들처럼 다양한 매력을 갖고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아이돌이 되고 싶다"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케플러가 돼 세계 각지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이 꿈"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음악을 보고 자란 전 세계 10대가 장래희망으로 K팝 아이돌을 꼽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체계적인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이 현지에 확산되기에 앞서 직접 한국을 찾아 아이돌 데뷔의 꿈을 이룬 이들은 이제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며 K팝을 안착시키는 전도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케플러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데뷔곡 '와다다(WA DA DA)'는 세계 무대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6일 기준 유튜브에서 이 곡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약 8470만회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인도네시아(1870만회), 일본(1560만회), 필리핀(773만회), 태국(546만회) 순으로 높다. 한국은 517만회로 5위에 머물렀다.

K팝 아이돌의 국적 다변화는 한국 음악의 세계적인 저변 확대와도 맞물린다. 한국 음악에 대한 수요가 양적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수용 지역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음반 수출액은 2억2083만6000달러(약 2640억원)로 전년(1억3620만1000달러) 대비 1.6배 늘었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7805만달러), 중국(4247만달러), 미국(3790만달러) 순으로 높았으며 대만, 태국, 네덜란드, 프랑스, 홍콩, 독일 등이 상위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중국은 한국 문화 제한 정책인 '한한령(限韓令)'에도 불구하고 음반 수출액이 전년 대비 2.5배 이상 성장했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이 음반을 수출하는 국가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 최대 수출국인 일본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20년 47.1%에서 지난해 35.3%로 약 12%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6.8%포인트), 미국(2.2%포인트) 등 다른 국가는 수출 비중이 증가했다. 부탄, 알제리, 벨라루스, 몰디브, 오만, 파키스탄 등 아프리카, 동유럽, 중동 등 새로운 시장에서의 K팝 수요도 확인됐다. 전체 수출액이 급증하면서 일본 수출 비중 감소에도 수출액이 전년 대비 약 22%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K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 수출 전략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음악계에 다양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병욱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아이돌이 해외 진출에 성공하고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진행된 마케팅이나 수익 창출 수단이 해외에 동일하게 이식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제 한류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전면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도로 힘을 가진 콘텐츠가 됐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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