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봄꽃 여행] 섬 속의 섬, 예술로 물들다…'우도' 찾아온 생명의 건축가

입력 2022/03/14 04:01
세계적 건축 거장 철학 담은 '훈데르트바서 파크'

자연 빼닮은듯 131개 창 제각각
1600그루 나무 그대로 옮겨심어
성산일출봉과 산호해변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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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천진항 인근에 자리 잡은 훈데르트바서파크 전경. [사진 제공 = 훈데르트바서파크]

우도가 튄다. 봄처럼 톡톡 튄다. 봄을 입은 것도 모자라 예술까지 껴입었다. 그렇게 바뀐 우도. 대체 어떤 예술이 들어선 걸까.

#그 섬

섬은 언제나 외롭다. 제주도도 섬이고, 우도도 섬이다. 섬 중의 섬이 우도다. 제주도 최동단이며 가장 큰 부속섬인 우도는 소(牛)가 옆으로 누운 모습이래서 붙은 이름이다. 보석빛 바다에 불쑥 솟아난 섬은 중앙으로 갈수록 온통 둥글둥글한 언덕이 물결치듯 펼쳐진다. 우도해안길은 아름다운 바다와 언덕, 항구, 해변마을을 진주 목걸이처럼 줄줄이 꿴다. 한 바퀴 돌아보기만 해도 새하얀 산호모래밭과 눈이 시릴 정도로 고혹적인 남양의 바다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

#그 사람

자연에 잠시 들렀다 간 손님이 한 명 있었다. 1928년부터 2000년까지 72년간, 그가 다녀간 세월은 짧지만 그 이름은 길다.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는 현대 인간이 만들고 있는 삭막한 세상에 곡선과 색, 자연의 존재를 다시 깨우쳐주고 돌아갔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그는 여느 사람처럼 그림을 그리고 집을 지었다. 하지만 평범하진 않았다. 누구나 새로운 기술과 커다란 자본을 발판 삼아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 들던 시절, 훈데르트바서는 오히려 인간을 '자연에 잠시 들른 손님'으로 인식했다. 그는 인간이 피부, 옷, 집, 사회, 지구의 순으로 겹겹이 보호되고 있다면서 제3의 피부인 집부터 그 개념을 바꾸려 노력했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지만 온통 직선투성이였던 당시 건축물을 부정했다. 자신의 건축에 직선을 배척하고 곡선을 도입하며 자연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또 인간이 빼앗은 자연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과 생명을 사랑했던 건축치료사 훈데르트바서. 그는 철저히 자연을 지배하려던 인간에게 일갈했다.

"혼자 꿈을 꾸면 꿈으로 그치지만, 모두 함께 꿈을 꾸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

# 그 건축물

시공간적 한계를 떠나 '그 섬' 우도와 '그 사람' 훈데르트바서가 만났다. 최근 '훈데르트바서파크'가 우도 천진항 인근에 들어섰다.


그저 우도의 인기를 노리고 자연을 훼손하며 들어선 테마파크가 아닐까 하겠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 훈데르트바서의 자연주의 철학과 예술을 그대로 녹여냈다. 이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내추럴 아티스틱 파크'는 오스트리아 훈데르트바서재단과 훈데르트바서의 의도를 실제 건축물로 탄생시켰던 건축가 하인츠 스프링만이 직접 참여한 '거대한 작품'이다. 파크 측은 훈데르트바서가 지은 건축물 작품을 오마주해 파크 내 모든 건축에 적용했다.

모든 공간은 평평하지 않다. 바닥조차도 울룩하다 불룩 솟는다. 자연의 생김을 따랐다. 타일 등으로 포장돼 있지만 걷다 보면 산길을 걷는 기분이다. 대부분 건물은 굳이 계단이 아니라 외부에 흙으로 덮은 겔렌데(Gelande)를 따라 지붕까지 오를 수 있고 옥상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다. 훈데르트바서의 '나무 세입자' 이론에 따라 건물을 짓기 전에 그곳에 살던 나무는 자리 그대로 그 건물 옥상에 옮겨 심었다. 파크 자리에 있었던 수목 1600그루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살고 있다.

쓰레기 발생을 싫어해 깨진 타일과 목재, 석재를 모아 패치워크로 활용했던 그의 기법은 이곳 파크에서도 잘 구현됐다.

이토록 자연적인 형태를 중요시하는데 어떻게 동일한 모양이 있을까. 훈데르트바서파크의 건축물은 기둥 하나, 창틀 하나조차 똑같은 형태가 없다.


파크 내 건축물을 지지하는 78개 기둥과 안팎으로 소통하는 131개 창틀은 모두 다른 모양이다. 하나하나 독창적 예술 가치를 부여해 기둥과 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작품을 감상하는 셈이다.

건축물이 생명을 얻어 인간을 세 번째로 보호하는 피부가 됐다. 건축치료사 훈데르트바서가 멀리 제주 우도에 와서 지친 도시인들을 만나 치유하고 있는 셈이다. 파크는 훈데르트바서의 삶과 예술 세계를 느껴볼 수 있는 상설 기념관 훈데르트바서뮤지엄, 성산일출봉과 우도 바다 등 자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뷰카페 훈데르트윈즈, 언덕의 자연스러운 경사를 따라 들어선 콘도미니엄 훈데르트힐즈 등 3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창문을 통해 우도 바다의 자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한 훈데르트바서뮤지엄은 '드림 투게더'를 테마로 회화관, 판화관, 생애관, 환경건축관, 파크관 등 총 5개 전시관으로 나뉜다. 뮤지엄에서 전시 중인 훈데르트바서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물은 총 1000여 점에 이른다.

우도에서 만나는 자연주의 예술과 그 가치 덕에 제주의 봄이 한 발짝 더 성큼 다가온 듯하다.

▶우도 여행 정보

둘러볼 만한 곳=우도해안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돌면 서빈백사, 검멀레, 하고수동 등 수려한 자연과 만날 수 있다. 특히 우도팔경 중 서빈백사에 해당하는 산호해변(천연기념물 제438호)은 일반 모래가 아니라 산호(홍조단괴)가 풍화돼 백사장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먹거리=우도 땅콩으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라테, 땅콩 막걸리도 곳곳에서 판매한다. 푸짐한 해물탕과 보말칼국수를 잘하는 집도 있다.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440 1층 우도해녀식당. 훈데르트힐즈 내부에 있는 레스토랑 '말차이트'는 제주 특선 식재료로 만든 현무암슈니첼, 톨칸이리조토, 뿔소라갈치속젓파스타 등 토속적이고 이색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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