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TOUR WORLD] 청록빛 휘감은 통영의 봄…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워

입력 2022/03/14 04:02
미륵산 오르기 좋은 계절
다도해 바라보며 산행
붉은 동백꽃 향취 흠뻑

케이블카선 다도해 한눈에
150개 섬마다 싱그러운 녹음

봄 제철음식 도다리쑥국
서호·중앙시장서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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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빨강, 분홍, 주홍. 화려한 색의 4대 천왕쯤 될 테다. 추운 겨울이 하양으로 독주할 때만 빼고 이 4색은 세 계절 내내 '전국 색깔 자랑' 무대에 나선다. 하지만 바로 지금, 3월에서 4월 사이에는 강한 경쟁자가 나타난다. 초록과 파랑이다. 싹이 움트고 만물이 생동하는 이때는 그 어느 색보다도 청록의 기운이 곱다.

이 푸른 정기가 가장 먼저 닿는 곳으로 경남 통영만 한 곳이 없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하는 '님과 함께'란 노래가 여기서 만들어졌나 싶다. 풍광을 보고 있자면 목포가 고향인 원곡자 남진도 인정하지 않을까란 엉뚱한 상상마저 든다.

일단 바다색에서 탄성이 나온다. 통영의 봄 바다는 특유의 빛깔이 있다. 에메랄드 빛보다는 사파이어 블루에 가깝다.


사파이어 블루가 하늘빛과 가장 닮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바다멍'을 하고 있으면 언뜻 하늘과 바다가 혼연일체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만큼 세상 파랗다.

현재를 사는 우리를 두고 볼거리가 화수분처럼 넘치는 시대에 산다고 한다. 그런 우리조차 통영 바다를 보고 있으면 '바다가 이리 예뻐도 되나' 싶은데, 하물며 예전 사람들은 어땠을까. 그래서 붙은 별명이 '동양의 나폴리'일 텐데, 이제 나폴리는 고이 보내드리는 게 맞을 듯하다. 굳이 수식어가 필요 없는 고장이 통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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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도 파랑에 뒤지지 않는다. 그 절정을 마주하려면 무조건 미륵산에 올라야 한다. 해발 461m 고지다. 미륵산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등산과 케이블카. 양쪽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

우선 등산은 초보자에게는 만만치 않은 코스다. 정상까지 거의 쉼이란 없다. 오르고 또 오르는, 조금 과장해 숨 막히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포장길이 아닌 임도나 비포장길이 대부분이라는 점, 계단이 은근히 많다는 점도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하는 부분이다. 다만 드라마 '빠담빠담'에도 나왔던 다도해를 바라보며 걷는 산행은 좀처럼 겪지 못할 힐링 기운을 누릴 수 있다.


동백꽃 필 무렵에는 산길에 붉은 동백꽃 융단도 깔린다. 심히 매혹적이다.

또 다른 방법인 케이블카는 역시나 편하다. 드론샷이라 부르는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다도해와 통영 루지, 미륵산 절경 등은 한 번 보기 아쉬워 내려올 때 한 번 더 담는 게 고마울 정도다. 혹자는 미륵산 정상을 향해 가는 이 여정을 '한려해상 전망대 엘리베이터'라고도 부른다. 그만큼 케이블카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광이 수려하기 때문일 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륵산 곳곳의 아기자기한 맛을 못 느낀다는 것이지만 볼거리 많은 통영을 알차게 누리려면 체력을 비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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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든 케이블카든 미륵산을 오르면서 마주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미륵산을 휘어감은 청록빛 숲과 그 산을 품은 바다의 만남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영에는 크고 작은 섬이 150여 개 있다. 남해안 어느 도시와 비슷한 다도해 여건을 갖췄다. 미륵산 정상에서 그 다도해를 바라보면 미륵산을 포함해 섬마다 짙은 녹음이 우거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푸른 바다 위 듬성듬성 초록이 가득한 무인도 여럿의 무리를 보면 입가에 미소가 인다. 한편으로 귀엽고, 다른 한편으로 싱그럽다. 도심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묘한 감정이다. 통영의 참 매력이리라.

초록과 파랑이 합주하는 진짜 순간은 따로 있다.


1년 중 딱 봄에만 맛볼 수 있는 도다리쑥국과 조우하는 시간이다. 겨울 산란기 동안의 금어기를 마치자마자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도다리와 바닷바람 맞으며 언 땅을 뚫고 자란 해쑥의 조화는 훌륭하다.

제철 생선 또는 채소가 건강에 좋다는 이유는 그 계절만의 좋은 기운을 담뿍 담았기 때문이다. 도다리쑥국은 바로 그런 이치에서도 꼭 맛봐야 할 의무감이 있다. 서호시장이나 중앙시장 부근 식당에서라면 어느 곳에 가도 후회 없다. 다만 기호에 따라 맑은 국물 또는 구수한 된장 국물만 고르면 된다.

시인 나태주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노래했다. 그가 가리킨 '너'는 마치 통영을 두고 한 것 같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통영이니 말이다. 유난히 짧은 봄에 더욱 빛을 발하는 통영이라 아쉽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봄을 기다리는 것 같다. 통영은 봄이다.

▶▶통영의 봄 100배 즐기는 TIP

1. 3월 18일부터 52일간 '2022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열린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 행사가 통영 전역에서 펼쳐진다.

2. 3월 25일에는 세계축제협회가 주관하는 해외관광도시 축제 포럼이 열린다. 이날 통영은 태국 파타야, 필리핀 세부 등과 함께 아시아 3대 해양관광축제도시로 선정된다.

3. '통영 여행 가는 해'를 맞아 통영~한산 여객선이 야간 운항 중이다. 아름다운 통영항 야경을 선상에서 즐길 수 있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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