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동물 학대와 처벌...생명과 고통의 무게, 다르지 않다

입력 2022/05/06 09:52
최근 내가 사는 제주에서 끔찍한 개 학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하나는 개 주둥이를 테이프로 친친 감고 발을 뒤로 묶어 풀밭에 방치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코만 내놓고 몸 전부를 땅에 묻은 사건이다. 어째서 인간은 이렇게 잔인하며, 어째서 이런 참혹한 사건은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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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한번씩 불거지던 동물 학대 뉴스가 점점 그 빈도수와 참혹함의 수준을 경신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데에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 부족과 함께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탓도 있다. 동물 학대 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이라는 목소리에 따라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 동물 보호법을 개정했다.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면 기존의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한 것. 하지만 현행 동물 보호법은 ‘목을 매달면 안 된다’든가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면 안 된다’는 식으로 학대 행위를 나열해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 재판 과정에서 범죄에 합당한 형량에 크게 못 미치는 판결이 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나라의 동물 학대죄 처벌을 두고 ‘솜방망이’ 운운하는 것은 외국 사례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에서는 동물 학대를 살인 사건과 동등한 범죄로 분류해, 미국연방수사국FBI가 나서서 정보를 수집하고 엄히 처벌한다. 일부 주에서는 가해자의 신상도 공개한다. 이뿐 아니다. 반려견을 차 안에 두고 방치하면 징역 6개월 혹은 벌금 120만 원을 물리고, 반려견에게 험한 표정을 짓는 장난조차 괴롭힘으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다.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 모든 동물을 죽게 하거나 고통을 가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독일은 동물 학대 미수나 부주의로 인한 학대에 32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 먹이를 주지 않거나 제대로 돌보지 않았을 때는 동물을 압수하고 다시는 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영국의 동물복지법은 동물 학대범에게 3000만 원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고, 대개의 유럽 국가들은 동물 학대죄에 징역 5년을 규정해 두었다.

학대로 간주하는 행위의 범위도 넓고 구체적이어서, 일상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까지 상세히 정하고 있다. 일례로 노르웨이는 반려견을 하루 3회 이상 산책시키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는데, 혹 이웃이 이를 위반한 사실을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그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스웨덴에서는 6시간마다 반려동물을 산책시켜야 한다. 실내에서는 반려동물을 묶거나 가둬 두면 안 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2시간까지만 허용한다. 또 반려동물이 지내는 곳은 반드시 햇빛이 들어와야 하며, 적정 온도는 얼마인지 등의 지침도 있다. 이를 어기면 벌금이나 최대 2년형을 선고 받는다.

누군가는 유난하다 할 수도 있는 이런 규정들을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동물 학대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동물 학대가 강력 범죄의 전조인 셈인데, 동물 목숨의 무게나 고통을 가볍게 여기는 이들이 여성이나 아동처럼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매우 높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를 강력 범죄에 준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벌이 능사냐고 묻는다면 이에 관해서는 ‘그렇다’고 답하겠다. 생명은 존중되어야 하고, 해서 안 되는 일은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두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을 즈음, 한편에서는 제주의 유채꽃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반려견의 사진들이 시시각각 SNS에 올라왔다. 이쪽과 저쪽, 뚜렷이 대비되는 개들의 표정을 보며 바닥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다. 행복이 모두에게 평등하고 보편적이지 않다면 나 역시 행복할 수 없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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