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심야의 방문자, 악마일까 양심일까

입력 2022/05/06 09:53
대학로 스테디셀러 뮤지컬 ‘미드나잇’이 또 다시 화제다. 인간 본연의 깊고도 어두운 욕망을 파헤치는 극의 긴장감,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 그리고 ‘액터 뮤지션’의 독특함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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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장소 예그린씨어터

기간 ~2022년 5월23일

티켓 일반 6만 원, 청소년 할인 3만 원(1인1매)

시간 평일 8시 / 토 1, 5, 8시30분 / 일 3, 6시30분

출연 비지터 – 조훈, 박상혁, 윤석호, 남민우, 장보람 / 맨 – 김동훈, 김영진, 김지훈, 선한국, 박선영, 홍성원 / 우먼 – 전성민, 이하린, 주다온, 박새힘, 전혜주 外

1937년 스탈린 치하의 소련. 매일 밤,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공포 시대이다.


이미 반동이란 이유로 희생된 사람도 2000만 명을 넘어섰다.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고민보다 ‘살아남기’가 우선이다. 12월31일 밤, 당간부로 일하는 맨은 진급과 반역의 의심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프로텍션이라는 서명서를 받아 집으로 온다. 기쁜 날, 맨은 우먼과 그동안 꽁꽁 숨겨둔 미제 양주를 꺼내 파티를 시작한다. 그때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비지터가 찾아온다. 잠시 전화를 빌려 쓰자며 들이닥친 엔카베데 대원, 비지터는 이내 부부의 비밀을 폭로하며 그들을 서서히 압박한다. 비지터의 폭로에 맨과 우먼은 서로에게 숨기고 있던 치욕의 비밀을 하나씩 드러낸다. 경멸, 두려움, 모욕의 감정이 두 사람을 감싸며 맨과 우먼은 우선 비지터를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극은 아제르바이잔 작가 엘친의 희곡 ‘Citizens of Hell’을 원작으로, 영국 극작가 티모시 납맨과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 ‘쓰루더도어’의 작곡가 로렌스 마크 위스가 협업해 탄생시켰다. 촘촘하게 짜인 대본에 밀도 높은 심리 묘사, 관객들의 귀를 휘감는 고혹적인 선율과 중독성 강한 넘버가 함께 한다.


독재 권력이 지배하는 암흑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삶의 본능과 욕망, 이기심을 풀어낸다. 특히 이 작품이 돋보이는 점은 바로 ‘액터뮤지션’의 존재이다. 퍼커션, 바이올린, 기타, 더블베이스, 피아노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액터뮤지션은 보통의 무대 아래가 아닌 무대 위에서 라이브 연주와 함께, 연기, 노래까지 선보이며 극을 풍성하게 한다.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그들이 연주하는 풍성한 음악은 극에 입체감을 더한다. 플레이어라 불리는 이 액터뮤지션들은 극에서 죄수, 혁명가, 희생자 등을 연기한다.

비지터는 엔카베데 즉 NKVD비밀경찰이다. 그들에게는 일정 수의 반동을 처벌해야 하는 할당량이 있다. 그는 교묘하게 부부의 신뢰를 갈라놓는다. 친했던 동료인 변호사를 밀고한 맨과 우먼, 그리고 더구나 품위 있는 신사로 알려졌던 우먼의 아버지에 대한 비밀까지 폭로된다. 부부는 그때부터 서로를 믿지 못한다. ‘혹시 나까지 밀고 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비지터의 비밀. 여기서 관객은 그가 혹시 우리의 내면에 숨어 있던 악마가 아닐까, 의심한다. 악마에게도 오늘 밤, 신뢰를 무너뜨리고 서로를 의심하게 해야 하는 할당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말이다. 어쩌면 비지터는 단순히 악의 전달자가 아닌 오히려 악의 진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거울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인터미션 없이 100분간 관객을 휘어잡는 웰메이드 극이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모먼트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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