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BOOKS] '수습CEO' 명찰 달고 현장으로…파산 직전의 회사를 살린 비법

입력 2022/05/13 17:36
수정 2022/05/13 21:05
하트 오브 비즈니스 / 위베르 졸리·캐롤라인 램버트 지음 / 엄성수 옮김 / 상상스퀘어 펴냄 / 1만7800원
매경·예스24 선정 '5월의 책'

"자네 미쳤나?"

2012년 파산 위기의 베스트바이에서 최고경영자(CEO) 제안을 받고 위베르 졸리는 헤드 헌터인 친구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행과 호텔기업인 칼슨의 CEO였던 그는 미네소타 소재라는 점 외엔 공통점 하나 없는 기업의 영입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다.

베스트바이는 미네소타에서 오디오 기기 할인점으로 출발해 세계 최대 가전 매장으로 성장했지만, 당시 아마존의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동종업계 서킷시티는 파산 신청을 했고, 라디오˜碩같은 처지였다. 해외 진출 이후 내수 시장의 실적마저 잠식 중이었다.

비상 상황에 적임자라는 친구의 설득에 그는 침몰 직전의 배에 선장으로 승선했다.


CEO로 선출된 뒤 그는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이라는 전통적인 회생 절차를 거부했다. 자신이 유통업을 잘 모른다는 걸 인정했고,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미네소타 세인트클라우드시로 향했다. 카키색 바지와 베스트바이의 상징인 블루 셔츠를 입고 '최고경영자 수습' 명찰을 달았다. 출근 첫 4일을 매장에서 일하며 직원과 고객의 눈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했다. 직원들은 놀라울 정도로 업무에 집중을 못 했고 문의해도 일하는 시늉만 했다. 업무 태도부터 총체적 난국이었다.

424825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사장실로 돌아온 그는 그럼에도 해고와 매장 폐쇄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고 매출 신장과 마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졸리는 먼저 '작은 승리'부터 만들어냈다. 직원들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업무를 독려해 그해 말 매출 규모를 지켜낸 것이다.

동시에 공급업체를 압박하는 대신 '동반자'로 삼아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의 '미니 매장'을 만들었다. 12만5000명의 직원들은 열정을 되찾았고 열심히 일한 보상을 받았다. '기술로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자'는 새로운 사훈을 굳건하게 만들고 그는 회사를 떠났다.


베스트바이 회장을 역임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부교수 위베르 졸리가 이코노미스트 부편집장 출신 캐롤라인 램버트와 공저한 이 책은 극적으로 부활한 베스트바이의 재건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그의 8년 임기 동안 아마존에 잡아먹힐 뻔한 기업을 번영과 성장의 길로 되돌렸고, 아마존과는 오히려 파트너 관계가 됐다. 2019년 임기 마지막 해에 6년 연속 성장과 수익이 3배로 뛰는 성적표를 얻었다. 한 자릿수의 주가는 75달러까지 올랐다. 졸리는 이곳에서 기업의 본질을 배웠다고 토로한다. 직원들 속에 감춰진 잠재력에 불을 댕기는 놀라운 리더십을 배웠다는 것이다.

흔한 CEO들의 전형적인 책들과 다른 점은 경험으로 습득한 조직을 이끄는 법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책이나 TV에서 숱하게 조명되는 똑똑하고 힘센 슈퍼맨 같은 리더는 한물간 모델이라고 그는 꼬집는다. '목적'과 '인간관계'야말로 비즈니스의 중심이며, 사업 기반을 조성할 때도 두 가지가 핵심임을 거듭 강조한다. 그는 CEO로서 의도적으로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TV와 잡지 표지 모델 요청도 거절했다고 털어놓는다. 기업의 경영과 CEO의 명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주주가치의 극대화만 꾀하는 모델도 위험하다. 기업의 목적은 공익에 기여하고 조화로운 방식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숭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개인들의 조직이라고 기업을 새롭게 정의한다. 기업 모든 일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이 책은 성공하는 기업에는 무엇보다도 '휴먼 매직'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