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수백만원대 작품은 '불티'…수십억대는 '썰렁'

입력 2022/05/13 18:22
수정 2022/05/13 20:42
미술장터 아트부산 양극화

지난해부터 MZ세대 몰려와
상대적으로 가격부담 적은
젊은 작가들 작품 싹쓸이

'큰손'은 금융시장 위기에 위축
수십억대 작품들 주인 못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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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미술품 장터 2022 아트부산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988년생 이희준 작가 작품 10여 점이 개막하자마자 5분 만에 다 팔렸습니다."(국제갤러리 관계자)

"앨릭스 카츠(미국 대표 인물화가) 소품들과 데이비드 호크니(영국 출신 현대미술 거장) 에디션(판화)은 첫날 바로 팔렸어요. 하지만 50억원대 피카소 회화 '남자의 얼굴과 앉아 있는 누드'(1964)는 아직…."(발레리 카베리 그레이갤러리 파트너)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 제11회 아트부산은 최근 미술시장 변화의 압축판이었다. MZ세대 컬렉터(수집가)가 몰려와 수백만~수천만 원대 젊은 작가 작품을 싹쓸이한 반면에, 수십억 원대 초고가 미술품은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최근 주가와 코인 폭락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되자 '큰손'의 미술품 투자가 멈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국내 경매시장에서도 최고가 작품 출품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아트부산에 일본 인기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60억원대 대형 호박 부조를 내건 유나갤러리 관계자는 "문의는 있었지만 첫날에 판매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베를린의 에프레미디스 갤러리도 독일 추상화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40억원대 추상작품 'Abstraktes Bild(551-6)'를 간판으로 내걸었으나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갤러리현대 부스는 미국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30억원대 숫자 조각 연작을 가운데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젊은 컬렉터들은 신체드로잉 화가 이건용의 2000만원대 드로잉 구입에 열을 올렸다. 초고가 작품 판매 저조 현상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해외 아트페어가 재개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음달에 열리는 세계 최대 미술품 장터인 스위스 아트바젤에서 초고가 작품 구입 계획을 세운 국내 큰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부터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젊은 컬렉터들은 비교적 구매 부담이 적은 국내 또래 작가 작품을 선호한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구매한 것이 알려져 인기를 얻은 1984년생 김희수 작가의 작품으로만 부스를 채운 갤러리애프터눈은 개막 3시간 만에 120점을 '완판'해 2억원이 넘는 실적을 올렸다. 20여 점의 아크릴화는 2000만원대가 넘는 작품도 있었지만 드로잉 작품은 부담이 없는 가격대다보니 MZ세대가 줄서서 구매했다. 아트사이드 갤러리 역시 MZ세대가 열광하는 송승은·최수인 등 젊은 작가 작품들로 인기를 끌었다. 오상현 가나부산 대표는 "확실히 100만원 이하 소품을 사려는 신규 고객군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술 향유층 저변이 넓어지는 측면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형 갤러리들은 블루칩 작가들 작품의 경우 대기하는 단골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공개한 후 판매하는 일이 많았다. 젊은 신규 고객에게 작품을 팔았다가 경매시장에서 금방 되파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판매에 신중해진 탓이다.

12일 관람객은 5000여 명이었으나 주최 측은 15일까지 나흘간 1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는 134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아트부산 사무국은 올해 판매 실적을 지난해 350억원의 2배에 가까운 6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대표 해임건 때문인지 일부 장내 질서 유지 등 행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장면도 목격됐다.

[부산 =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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