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용산역사박물관, 100살의 건물 그 안의 역사의 기록

입력 2022/05/19 11:26
반갑게도, 지난 3월23일 서울에 박물관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용산역사박물관이다. 병든 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었던 건축물이 백 년 뒤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지식을 채워주는 박물관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른바 용산 시대의 주요 아이콘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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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사박물관의 옛 이름은 용산철도병원이다. 그 시작은 1907년 동인병원이다. 1913년 일제는 이를 용산철도병원으로 개칭하고 신축했다. 하지만 1918년 화재로 전소해 이듬해 본관은 복구하고 1928년 구관은 병실로 사용하였다. 해방 후 이 병원은 운수병원, 서울교통병원 그리고 1963년 서울철도병원으로 개칭되었다. 1973년 국립서울병원이 되었다가 1984년 민영화로 중앙대학교 부속 용산병원이 되었다.


아마 50대 이상은 이곳을 중대용산병원이라 불렀을 것이다. 그러다 2011년 철도공사에서 이 부지를 반환받고 중대 병원은 흑석동의 현 위치에 새로 터를 마련했다. 그 뒤 이 부지의 활용을 놓고 많은 논의를 거쳐 2019년 용산구에서 철도공사로부터 기부 채납 받아 용산역사박물관을 개관했다.

일제는 러일전쟁을 계기로 만주를 목표로 하는 철도 공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 출발점이 바로 용산이다. 하지만 무리한 공사로 사상자와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자 용산에 병원을 마련했다. 1906년에 용산에 역이 들어서자 바로 병원을 열었다. 이후 이곳은 100여 년 동안 용산, 철도, 병원의 세 가지 이미지로 존속했다. 용산은 오랫동안 이방인의 땅이었다. 청나라 군대, 일본군이 주둔했고 해방 후 미군이 이곳의 주인이 되었다. 지금은 용산 부지가 반환 절차를 밟고 있고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 개발이라는 꿈을 만들어 가고 있다.

국가등록문화재인 이 건물은 붉은 벽돌 2층이다. 1, 2층은 전시실과 편의시설, 3층이 옥상정원이다.


건물은 철근 콘크리트에 벽돌 화장 벽체를 더한 혼합 구조이다. 1920년대 과도기적 모더니즘 양식의 비대칭적 구성에 벽돌 사용, 벽체 장식, 매스의 돌출과 후퇴 등의 장식이 추가됐다. 이 건물 출입구는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이는 도로로부터 출입이 편리한 곳에 출입구를 두어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현관 가까이에 약국, 수납 공간을 배치하여 동선의 효율성을 높였다. 진료실과 사무공간은 좌우로 분리했다. 또 외과를 출입구에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했다. 이는 사고 외상이 많은 노동자를 즉시 치료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지붕은 평지붕으로 마감, 옥상정원을 조성했다. 또 건물의 곡선 부분은 이형벽돌을 사용하여 동그랗게 처리하고 외벽 모서리는 외벽보다 들여쌓음으로써 음영효과를 주었다. 건물 내부는 아치를 반복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물관은 용산철도병원이 간직하고 있는 옛 이야기와 근대건축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여 외부 벽돌, 창호, 외과처치실, 복도아치, 계단실, 현관, 스테인드글라스 등 병원의 옛 모습을 보존했다. 박물관은 현재 상설전과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기획전 ‘용산, 도시를 살리다’의 시작은 ‘천의 얼굴 용산’이다. 한양과 삼남을 오가는 조선 물류의 시작과 끝, 여러 갈래의 물길이 만들어낸 풍경과 일대의 한강 절경도 있다. 물론 용산을 군사 기지로 삼은 일제의 잔재와 왕실 묘역을 공원으로 만든 효창공원도 있다. 해방 후 미군의 용산기지와 일종의 기지촌으로 성장한 이태원, 삼각지의 모습도 있다. 그리고 이제 다양성이 조화를 이룬 용산의 모습이 보인다.

이방인의 문화를 끌어안은 용산, 그 안에서 다채로운 문화와 인종, 종교의 모습은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는 용산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100살이 된 건물과 역사박물관, 궁합이 제대로이다. 건물 자체가 역사이고 그 안에 역사의 흔적과 기록이 보존되어 있다. 용산의 100년은 한국 근대화의 중요한 증거물이다.

[글 장진혁(프리랜서) 사진 문화재청]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30호 (22.05.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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