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극 ‘보이지 않는 손’ 자본주의 민낯을 직면하다

입력 2022/05/19 11:34
최근 대학로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연극 ‘보이지 않는 손The Invisible Hand’. 극은 무대 예술의 생생한 현장성과 삶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4편의 신작을 연달아 선보이는 ‘연극열전9’의 두 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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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기간 ~2022년 6월30일

티켓 R석 5만5000원, S석 4만4000원

시간 화, 수, 금 8시 / 목 4시, 8시 / 토, 일 3시, 6시30분

출연 닉 – 김주헌, 성태준 / 바시르 – 김동원, 장인섭 / 이맘 살림 – 김용준, 이종무 / 다르 – 류원준, 황규찬

‘보이지 않는 손’은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제시한 경제 이론이다.


사회의 모든 경제 주체가 합법적인 제도 아래서 경쟁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 질서가 잡히고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연극은 애덤 스미스의 이 이론에서 착안했다. 하지만 무대는 특이하게도 세계의 금융 중심인 월스트리트가 아닌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 무장단체에게 상사 대신 납치당한 미국인 투자 전문가 닉.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석방이 어려워지자 닉은 자신의 몸값인 1000만 달러를 직접 벌겠다는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미래의 시세 차익을 노린 옵션 거래로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올리며 모든 것이 순조롭던 순간도 잠시, 무장단체 지도자 이맘 살림이 수익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한편,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자를 취하는 것조차 죄악시하던 바시르는 닉의 투자를 도우며 순식간에 자본주의 시스템에 젖어들고, 순수했던 어린 조직원 다르 역시 점차 변해가기 시작한다.

작품은 파키스탄 무장단체에 납치된 미국인 투자 전문가 닉이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옵션거래로 자신의 몸값을 벌어가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그린 금융 스릴러다. 닉이 갇힌 작은 방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외부 세계의 자본과 권력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촘촘한 구조로 엮어 냄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보이지 않는 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을 투영하며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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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계 미국인 변화사의 몰락을 그린 연극 ‘Disgraced’로 2013년 퓰리처상 희곡 부문을 수상한 파키스탄계 미국인 극작가 에이야드 악타의 작품이다.


악타는 이슬람 배경을 가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종교, 정치, 경제와 이민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표현과 탄탄한 구성력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되짚는 극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작품은 평단에서 ‘정치적으로 도발적인 연극’, ‘한정된 공간에서 전 세계를 아우른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2015년 오비상 극작상과 외부비평가협회상 존 개스너 극작상을 수상했다. 연출에는 소수자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조망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부새롬이 참여, 특유의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변화하는 인물 심리의 파고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억만장자가 될 수도, 벼랑으로 떨질 수 있는 위험한 거래. 그 안에서 혁명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실행하는 무장단체원 바시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단체의 수장 이맘 살림, 평범하고 순수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의해 변해가는 어린 조직원 다르, 그리고 이들을 자본주의 눈 뜨게 하는 납치된 투자전문가 닉. 이 거미줄처럼 얽힌 욕망의 무덤에서 그들은 살아남고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작품은 질문한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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