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건 몰랐는데" 74년 만에 베일 벗은 청와대 직접 가보니…

강예신 기자
입력 2022/05/24 20:08
수정 2022/05/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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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춘추관 앞 헬기장으로 향하는 시민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새 정부가 들어서고 74년 만에 활짝 열린 청와대는 관람 시작 전부터 현재까지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개방 하루 만에 경내 불상을 훼손한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복잡한 신청 절차와 현장 상황까지 좋고 나쁜 의견들로 논쟁이 한창이다. 청와대 관람의 기회가 찾아와 직접 현장 상황을 살펴봤다.

​1. 청와대 관람 당첨부터 찾아가는 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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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민비서 구삐 서비스를 통해 받은 당첨메세지.



청와대 관람은 청와대 개방 홈페이지나 네이버, 카카오톡, 토스 앱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하루 관람 인원은 총 3만 9000명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2시간 단위로 구분해 단위별로 6500명씩 받는다. 관람 8일 전 당첨자에 한해 안내 연락이 온다. 당첨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해 주말 오후로 신청한 기자는 큰 기대 없이 기다렸고, 예상대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평일 첫 타임, 오전 7~9시 시간으로 예약을 잡은 지인의 당첨 소식이 들려왔다. 오전 이른 시간에는 공연이 열리지 않고, 관광 약자를 위한 다누림 셔틀버스도 운행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화제의 중심이 된 청와대 관람의 기회가 행운처럼 찾아왔다. 올해 받은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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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근처 안내문.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주차 대란을 예상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기로 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리는 순간부터 청와대에 도착할 때까지 지도 한 번 켜지 않고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청와대 가는 길’이라는 안내문과 파란 선만 잘 따라가면 도보 15분 만에 도착한다. 장애인, 만 65세 이상, 임산부, 만 8세 이하 및 동반자의 경우 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 청와대 앞까지 가는 다누림 셔틀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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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문 앞 길게 늘어선 줄.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6시 50분경 도착해 빨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도대체 다들 몇 시부터 온 걸까’하는 의문과 함께 걱정이 앞섰다. 7시부터 입장을 시작했고, 7시 10분 경 당첨 바코드를 찍고 영빈문에 들어섰다. 지하철역에서 안내된 길로 따라오면 이리로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정문, 춘추문 등 다른 입구로도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안내가 좀 더 명확히 돼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한적했던 다른 입구를 이용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2. ‘여길 이제야 와보네’...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내부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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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관.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예상보다 지체된 입장으로 한적하게 사진을 찍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눈앞에 펼쳐진 영빈관의 웅장하고 세련된 자태에 감탄하기 바빴다. 18개 돌기둥이 건물 전체를 떠받들고 있는 형태인 영빈관은 대규모 회의와 외국 국빈들을 위한 공식 행사를 열었던 곳이다.


한국을 알리는 각종 민속공연과 만찬이 열리는 행사장으로 쓰이거나 연회를 위한 장소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당시에는 내부 관람이 불가했지만, 지난 23일부터는 춘추관과 함께 영빈관 내부를 관람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해 영빈관을 뒤로 하고 본관으로 향했다. 경사길이 이어졌지만 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올랐다. 더 많은 이들이 몰리기 전 본관 사진 스폿 줄을 서기 위해서다. 부지런히 걸어 도착했지만 이미 길게 늘어진 줄. 팔작지붕에 올라간 15만 여 개의 청기와와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대정원. ‘청와대’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본관의 실물을 마주하던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싹 돋았다. 목조 건축양식의 한국적인 미가 담겨 있으면서도 팔작지붕이 중후한 느낌을 가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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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포토존에서 20분 기다려 남긴 인증 사진.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이곳에서만큼은 인증 사진을 포기하지 못 한다는 생각으로 왔기에 서둘러 줄 끝에 섰다. 그렇게 20분 가까이 기다려 본관 정중앙에서 사진을 남기는 기회가 찾아왔지만, 뒤로 길게 늘어선 줄에 재빨리 찍고 물러나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건진 사진이라 그런지 뿌듯함이 배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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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그런데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을 종종 목격했다. 잔디를 밟지 말라는 직원의 안내에도 불쑥 들어가 사진을 찍는가 하면, 포토존 뒤에서 사진을 찍어 많은 이들의 기다림을 허무하게 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비교적 사람이 적은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꽤나 자주 발생해 “오후나 주말에는 관람이 더 쾌적하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주변에서 직원들이 제지를 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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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가는 경사길.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본관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관저로 향했다. 상당히 긴 경사길을 올라야 하는데, 가는 길에 하얀 제복을 입은 근무자를 만났다. 함께 사진 촬영을 요청하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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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입구.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기나긴 숲길을 걷다보니 앞서 관람한 영빈관이나 본관과는 사뭇 느낌이 다른 한옥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관처럼 팔작지붕에 청기와를 얹은 게 매력적이었다. 입구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지만, 현재 내부 관람은 할 수 없어 줄이 금방 빠진다. 후기글에 긴 줄만 보고 관저 관람을 포기한 이들이 많았는데, 본관 앞 포토존보다 훨씬 빨리 줄어드니 꼭 기다렸다가 한 번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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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내부 모습.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관저에는 생활공간인 본채와 접견 행사 공간인 별채가 ‘ㄱ’자 형태로 자리하고 있고, 그 앞으로 마당이 있다. 마당 안쪽에는 ‘청와대의 편안한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 사랑채 청안당이 있고, 관저 바로 앞에 의무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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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재.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관저를 둘러본 뒤 녹지원으로 향하는 길에 침류각, 상춘재 등을 둘러봤다.


경복궁 후원에 연회를 베풀기 위해 지은 건물인 침류각 옆쪽에는 연못과 다양한 식물이 있는 공간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 않고 사진 찍기 좋은 스폿들도 곳곳에 많이 있어 이곳이 ‘청와대의 숨겨진 명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상춘재는 ‘항상 봄이 머무는 집’이라는 의미로, 외국 귀빈들을 맞이하는 의전 행사나 비공식 회의 장소로 사용한 한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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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류각과 상춘재 사이에 있는 연못.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원래 관광 목적으로 지어진 곳이 아니라 그렇겠지만 각 건물들에 대한 설명이 미비했다. 기자에게 “이 건물이 상춘재가 맞냐”는 질문을 하는 이도 종종 있었다. 처음 가본 기자가 지도로만 건물을 파악하기는 어려움이 많았다. 주변에선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다. 어딘지 알아도 여기가 뭘 하던 곳인진 알고 봐야하는데”하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아무렴 어떠냐. 별로 안 궁금하다. 그냥 이곳을 거닐 수 있다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좋다"는 행복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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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원.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별 기대 없이 왔다가 가장 반전으로 아름다웠던 곳을 꼽자면 녹지원이다. 상춘재를 지나면 바로 앞에 청와대 최고의 녹지 공간인 녹지원이 펼쳐지는데, 이곳에는 170년 넘은 반송을 비롯한 120여 종의 나무가 있다.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투톤’ 청보리밭은 기자의 취향을 저격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할머니부터 유모차 탄 아기까지 대가족 관람객부터 다정한 연인까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녹지원을 거니는 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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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관 앞 헬기장 피크닉 존.



​춘추관 앞 헬기장은 현재 피크닉존으로 탈바꿈했다. 햇살 맞으며 편안하게 앉아서, 또는 누워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 이들로 가득 찼다. 9시쯤 가니 빈자리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오전에는 공연이 따로 열리지 않아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추후에 열리는 줄타기 공연을 연습하고 있는 학생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과 함께 환호하고 박수치며 응원하다 문득 지금 이곳이 74년간 굳게 닫혀 있던 곳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니 기분이 이상했다. 관람을 마치고 국내외 언론사 기자 300여명이 출입하는 청와대 프레스센터 춘추관 앞 춘추문을 통해 퇴장했다. 퇴장할 때도 바코드를 찍으며, 재입장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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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관.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3.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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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와 봉황이 새겨진 문은 인증 사진 명소로 꼽힌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온 건 사실이다. 처음 방문하더라도 추천 코스를 잘 마련하고 있어 관람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천천히 둘러보는 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기자는 관람하지 못했지만 다채로운 공연도 많이 열리고, 후기도 좋은 편이다. 곳곳에 안내를 도와주는 직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표현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우선 한정한 인원만 관람할 수 있는 점, 건물 내부는 영빈관, 춘추관을 제외하면 공개되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쉽다. 나눠주는 지도나 건물 근처에 관련 정보가 현저히 부족하고 사진 촬영할 때 룰을 어기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가장 불만스러운 시설은 화장실이다. 간이 화장실을 곳곳에 설치했는데, 멀리서도 악취가 심한 편이라 이용이 꺼려졌다. 초기라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이들이 편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하길 기대해본다.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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