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 ‘몬스터 싱어: 매직 인 파리’ 노래하는 파리의 꼽추

입력 2022/05/26 11:28
수정 2022/05/30 10:32
‘몬스터 싱어: 매직 인 파리’는 괴물 벼룩이라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무대에서 노래하는 프랑코가 주인공이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모티브를 얻었다지만, 주인공은 오히려 괴물 같은 외모에 순한 천성을 지닌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콰지모도를 떠올리게 하는 선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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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기차 등 과학 기술의 혁명이 일어나던 20세기 초 파리. 1910년 대홍수로 에펠탑마저 물에 잠긴 파리는 도시 곳곳에서 미스터리한 괴물까지 목격되며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사실 그 괴물은 사고뭉치 배달부 ‘라울’(애덤 골드버그)과 어리버리 극장 직원 ‘에밀’(제이 해링턴)이 실험실에서 사고를 쳐 만든 2m의 거대한 벼룩이다. 홍수로 인기가 떨어진 ‘메이놋’(대니 휴스턴) 서장은 괴물 ‘프랑코’(숀 레넌)를 잡아 재기하려 한다.


프랑코는 훌륭한 노래 실력과 착한 마음씨를 가졌지만 무서운 외모 때문에 ‘사람을 해친다’는 오해를 받으며 쫓기던 중 우연히 인기 가수 ‘루실’(바네사 파라디)을 만나 가수로 데뷔한다.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지만 경찰은 포위망을 좁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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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역은 싱어송라이터 션 레논, 라울 역은 ‘뷰티풀 마인드’로 유명한 성격파 배우 아담 골드버그, 파리 최고의 인기 가수 ‘루실’ 역은 가수 출신 배우 바네사 파라디, 루실의 고모 ‘카를로타’ 역은 ‘나홀로 집에’의 캐빈 엄마 캐서린 오 하라가 맡았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인 만큼 노래에 많은 공을 들였다. 2005년 당시, 스크립트만 있는 상태에서 노래부터 만든 ‘몬스터 싱어 매직 인 파리’는 내러티브가 완성된 후 노래를 삽입하는 일반 OST 작업과는 달리 노래 작곡부터 시작해 배우와 캐릭터가 주고 받는 상호 작용을 거치며 내러티브를 만들었다.


프랑코와 루실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경쾌하고도 구슬픈 분위기의 ‘라 센La Seine’, 루실과의 첫 만남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한탄하는 ‘파리의 괴물A monster in Paris’은 특히 계속 귀에 맴도는 넘버. 해바라기 씨 하나로 15m 높이로 자라나는 장면에선 ‘잭과 콩나무’가, 물에 잠긴 에펠탑과 거대한 공중 비행선은 1900년대 초의 만국 박람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몽마르트의 케이블카와 파리의 옛 골목을 질주하는 경찰과의 차량 추격전은 애니메이션치고는 굉장히 스펙터클하다.

영화는 주제는 많은 고전 속에서 등장했듯이 괴물의 얼굴 속에 숨은 천사와, 인간의 얼굴 속에 숨은 악마의 대비다. 괴물의 몸에 갇힌 천사 캐릭터 프랑코는 붉은 눈에 모기 같은 파란 얼굴을 가졌다. 결코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영화 후반에 가서는 자신의 명성을 위해 죄 없는 괴물과 사람들을 살상하려 하는 메이놋 서장의 모습이 더 괴물처럼 느껴진다.

애니메이션 ‘샤크’의 비보 버거론 감독이 연출했고, 뤽 베송이 제작에 참여했으며, ‘씽’, ‘씽 2게더’, ‘소울’, ‘코코’ 제작진이 참여했다. 영화는 중반까지 괴물 프랑코를 쫓는 추격전 대신 영화를 사랑하는 ‘에밀’, 자신의 차를 사랑하는 사고뭉치 배달부 ‘라울’의 평범한 일상을 오래 보여줌으로써, 영화 후반 괴물 프랑코가 던져주는 의외성을 더욱 강조한다. 최신 애니메이션처럼 빠른 속도감이나 유머러스한 기상천외함은 없지만 마치 천천히 흘러가는 프랑스 고전 영화처럼 천천히 즐길 만한 ‘착한 여유’를 선사한다. ‘샤크’와 ‘엘도라도’ 같은 스튜디오 영화에선 찾아볼 수 없는 아트하우스 영화 같은 매력을 주는 작품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선 2005년경 만들어진 첫 데모 버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5월26일 개봉, 러닝타임 89분.

[글 최재민 사진 (주)다날엔터테인먼트]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31호 (22.05.3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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