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린피 폭등…"호구 취급 싫어 클럽 놓는다" [라이프&골프]

입력 2022/05/28 06:01
수정 2022/05/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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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골프] "5월부터 그린피가 3만원 인상돼 20만원이 됐는데 월례회를 그대로 진행할지 아니면 내릴 때까지 연기할지 고민입니다."

매달 주중 한 번씩 골프 월례회를 한다는 지인이 폭등한 그린피를 두고 털어놓은 고민이다. 4월까지 그린피가 17만원이었는데 3만원 올랐고 캐디피도 2만원 더한 15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 달 만에 무려 17.6%나 치솟았다. 3년 전 이곳의 그린피 10만원에 비해 딱 2배다.

동반자들은 그런 가격이면 그 골프장에서 진행할 이유가 없다며 하나같이 단호한 입장이었다. 캐디피를 포함해 한 달 만에 1인당 3만5000원 더 올려 받는다.


"상식 이하의 가격 인상도 문제지만 과연 골프를 하는데 30만원 이상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철저하게 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해 배를 불리는 상행위로 볼 수밖에 없죠."

그린피 20만원에, 1인당 캐디피 4만원, 1인당 카트비 2만5000원, 식사비 1만5000원을 더해 28만원이 나온다. 골프장까지 서울에서 차로 1시간~1시간 30분이 소요돼 톨게이트 비용과 주유비를 감안하면 최소 30만원이 든다. 은퇴자와 현역을 불문하고 골프에 이런 정도의 비용을 쏟아붓는 것은 감내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그 정도의 돈과 시간을 투입할 가치가 있느냐는 것.

그렇다고 코스관리와 서비스가 탁월한 명문골프장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골프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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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로 그린피를 달리 적용하는데 성수기에 돌입해 올리는 겁니다. 예년에도 그랬고요."

그린피 폭등에 대해 묻자 골프장에서 돌아온 답변이란다. 그래도 연간 물가 상승률(4%)의 4배를 한 달 만에 올려버리는 행태를 꼬집자 다른 골프장도 마찬가지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골프장들이 대대적으로 그린피·캐디피를 인상하자 골퍼들이 부글대고 있다. 골프 횟수를 줄이기도 하고 정기 모임을 취소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실제 대부분 골프장이 5월 이후 그린피를 2만~5만원 올려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권의 한 골프장은 5월부터 그린피를 기존 10만8000원에서 16만원으로 50% 인상했다. 주말·공휴일 그린피도 14만5000원에서 21만원으로 45% 정도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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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골프장 그린피가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를 추월한 곳도 속속 등장한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들의 견제와 감시로 골프장 측이 대중 골프장처럼 마음대로 가격을 올려 받지 못한다.

이쯤이면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 골프장 이용객에게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주는 명분이 없다. 개별소비세는 2만1120원이다.

당연히 대중 골프장의 세금 혜택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아니면 회원제 골프장 고객에게 부과하는 개별소비세를 없애자는 여론도 비등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 막대한 이익을 챙긴 골프장들이 이런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이용료를 올리는 이유가 뭘까. 우선 골프장 측 주장대로 계절적인 요인이다.

5월부터 11월까지는 골프 성수기다. 그렇다고 해도 한 달 만에 3만원, 5만원씩 인상하는 것은 도를 넘은 행위다.

거의 모든 골프장이 캐디피를 6월부터 최소 15만원으로 올린다. 7월부터 캐디가 특수고용직으로 적용돼 고용보험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골프장은 말한다. 모든 것을 골퍼들에게 전가시키는 처사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편승해서 이용료를 또 인상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에 나가지 못한 골퍼들의 수요에 힘입어 꾸준히 가격을 올려왔는데 이젠 물가 상승을 이유로 들이댄다.

정권 교체기를 틈타 이용료를 올린다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선거 전 그린피 급등을 막아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정부에서도 업계와 만나 대책 마련을 논의했는데 정권 교체기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다시 인상 행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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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리고 일본 중국 동남아 지역 골프여행이 부활되기 전 마지막으로 한몫 챙기자는 의도도 다분하다. 실제로 부킹률은 골프장마다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골프장마다 이용료를 올리면서 막장 경쟁을 하고 눈에 불을 켜고 돈을 밝히는 데 골퍼들이 동원되는 것 같아 화도 나고 씁쓸하다. 전국적인 골프 소비자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종종 골프를 하는 지인은 골프장 행태를 개탄했다. 그는 매주 한 번 골프를 치다가 최근 격주로 간격을 넓혔다. "호구도 아니고 이럴 바엔 뭐하러 골프를 하냐"며 골프를 끊을 마음도 있단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전국 266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39.7%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보다 17.2%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의 12월 결산법인 영업이익률은 8.06%,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은 18.5%였다. 골프장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의 2배 이상이다. 재료 값 들이지 않고 모두 고객 호주머니에서 빼내온 결과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골프장 이용료가 대중 골프장에 대한 각종 세금 혜택 폐지·축소에 점점 힘을 실어준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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