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열여덟 괴물신인 임윤찬, 美 밴클라이번 최연소 우승

입력 2022/06/19 18:27
수정 2022/06/20 07:26
2017년 선우예권에 이어
韓피아니스트 2연속 석권


유학 경험 없는 국내파 수재
코로나로 대회 1년 미뤄져
최연소 출전자격 행운 얻어

신들린 연주에 지휘자도 눈물
청중상·현대곡상 포함 3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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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홀에서 열린 제16회 밴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연주를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 클라이번 재단]

"이번 콩쿠르에 나온 이유는 내년에 성인이 되기 전에 제 음악이 얼마나 성숙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우승했다는 기쁨보다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홀에서 열린 제16회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임윤찬(18·한국예술종합학교)은 시상식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소 긴장한 듯 말을 이어갔다. 경연이 이어지는 동안 청중을 압도하는 연주로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무대에서 내려온 임윤찬은 수줍은 소년 그 자체였다.


이날 시상식을 마치고 진행된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도 임윤찬은 "우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수상 후에도 기쁘기보다는 나같이 부족한 사람한테 위대한 상이 주어진 것에 놀라울 따름"이라며 "심지어 죄지은 느낌마저 든다"고 극도로 겸손한 반응을 남겼다.

일곱 살에 피아노를 시작한 임윤찬은 예원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지난해 한예종 음악원에 입학하며 '괴물 신인'으로 불린 국내파 수재다. '예원음악콩쿨' '음악춘추콩쿠르' '모차르트한국콩쿨' 등 국내 유수 콩쿠르를 석권한 데 이어 15세였던 201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며 세계 클래식계의 이목을 끌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예선을 통과하면 독주, 협연, 실내악 등 5번의 무대를 거쳐 수상자를 걸러내는 까다로운 대회로 꼽힌다. 올해는 388명이 지원해 30명이 예선에 진출했다.

임윤찬의 이번 우승은 대회를 둘러싼 안팎의 우려를 극복하고 쟁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7일 준결선에 임윤찬을 포함해 한국인 연주자 4명이 오르면서 2017년 제15회 콩쿠르 우승자인 선우예권에 이은 또 한 명의 한국인 우승자 배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반면 한국인이 같은 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예측은 경연이 거듭될수록 깨지기 시작했다.


임윤찬은 준결선에서 펼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 곡 연주로 결선 진출에 앞서 화제를 모았다. 17일 결선에서는 콩쿠르 심사위원장인 마린 올솝의 지휘로 포트워스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C단조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D단조를 연주했다. 특히 결선 두 번째 곡인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무대를 선보였을 때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함께 올솝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때부터 임윤찬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우승자 호명에 앞서 전 세계 클래식 팬 3만명이 투표해 선정하는 '청중상'과 현대곡을 가장 잘 연주한 경연자에게 주는 '베벌리테일러스미스 어워드'가 임윤찬에게 주어진 것도 그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신들린 듯한 연주의 결과였다. 임윤찬은 "작년 독주회에서 리스트를 연주하고 이번 콩쿠르에 신청하게 됐는데, 준결선 시간과 딱 맞아 이 곡을 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위대한 협주곡 3개를 하면서 먼저 오케스트라 분들에게 마음을 여니 단원분들도 제게 맞춰 음악에 빠져 연주할 수 있게 해줬다"고 회상했다.

임윤찬이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대회 연기도 한몫했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원칙에 따라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1년 연기됐다. 2004년 2월생인 임윤찬은 올해 대회 출전 제한 연령인 만 18세를 넘어 출전 자격을 얻게 됐고,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임윤찬은 콩쿠르 우승 부상으로 상금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와 음반 녹음, 3년간 세계 전역에서의 매니지먼트, 세계 순회공연 등 기회를 얻게 됐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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