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itylife 제835호 (22.06.21) BOOK

입력 2022/06/23 15:20
▶코로나를 인류의 마지막 팬데믹으로 만드는 법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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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지음 /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펴냄

2020년 2월 중순, 저녁 식사를 하며 빌 게이츠는 코로나19가 세계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게이츠 재단에는 전염병 연구에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세계 수준의 팀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우한은 전례 없는 봉쇄 조치를 취했고, 팬데믹으로 퍼질 가능성은 충분히 제한적이었다.

게이츠는 수년간 해온 방법대로 실무 만찬을 열었다. 10여 명의 전문가를 초대해 가감 없는 토론을 나눴다. 공기로 전염되는 이 바이러스는 몇 개월 내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을 감염시키고, 죽게 할 질병이었다. “정부들이 왜 시급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요?” 게이츠의 질문에 포크를 쥔 전문가는 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요.”

2월의 문제의 만찬에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의 사업을 위해 20억 달러 지원을 결정했다. 프로그램을 팔던 비즈니스맨은 이렇게 팬데믹의 최전선에서 싸운 장수가 됐다.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억만장자일 뿐이라는 거센 비난과 음모론의 포화 속에서도 게이츠는 가진 자원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우리 부모 세대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 것처럼 코로나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꿨다. 실제로 인류는 진보했다. 백악관은 다음 에피데믹의 백신을 100일 내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로 인한 기술발전 덕분이다. 코로나19 시대의 놀라운 성과는 기존에는 최소 4년이 걸렸던 백신을 1년 만에 개발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조직은 수년 전 mRNA 백신 연구에 투자해 왔다. 팬데믹은 혁신적 아이디어, 새로운 진단 도구, 치료법, 정책, 심지어 자금조달방법까지 수십 가지 구체적 사례를 만들어냈다. 민간이 개발한 백신의 사례가 보여주듯 이윤 추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였다. 시장과 인센티브를 창출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혁신에 투자하면 반드시 보상이 온다.

이 책은 코로나19를 마지막 팬데믹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팬데믹 예방 계획의 핵심은 우리가 지나온 길과 같다. 호주, 베트남, 뉴질랜드, 한국과 같이 코로나 파급 효과로 사망하는 초과 사망률이 낮은 국가들은 초기에 세 가지 일을 잘 해냈다. 다수를 대상으로 신속한 검사를 했고, 양성 진단자를 격리하고, 국경을 넘은 사례를 추적 관리했다. 국가의 코로나 대처 성공여부는 국민들이 정부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와도 관련이 있다.

게이츠의 액션 플랜은 다음과 같다. 전염병 발발 후 7일 이내 전 국가의 통제 조치를 시작하고, 100일 이내에 팬데믹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6개월 안에 충분한 백신을 생산 공급하는 것이다. 전 세계가 액션플랜을 함께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이유에서 연간 10억 달러를 투입해 글로벌감염병대응조직(GERM)을 구축하자는 주장도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시대는 인류의 기술 진보에 많은 도약을 선사했고, 다음 팬데믹에는 원격진료, 원격교육 등 디지털혁신의 도움을 통해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게이츠가 그리는 미래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그리스 신화 속 여성은 왜 그럴까 『판도라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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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헤인즈 지음 / 이현숙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세계관은 낡았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다. 인류에 재앙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판도라가 상자를 연 동기에 대해서는 심지어 원작자 헤시오도스조차도 변명을 해주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는 제우스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 판도라를 만들었기 때문에 판도라가 사악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판도라가 나쁘다는 말은 제우스가 인간을 벌주기 위해 번개를 내리쳤을 때, 번개가 사악하고 나쁘다는 말과 같다.

BBC 라디오의 작가 나탈리 헤인즈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주변부로 밀려나 묘사되는 여성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지금까지도 신화 속 여성을 판단하는 편협하고 구시대적인 사회 속 통념을 가감없이 비판한다.

메두사의 머리는 왜 뱀으로 변했는지, 트로이아 전쟁의 책임은 단순히 미인 헬레네에게만 있는 것인지, 신화 속 전쟁 영웅에 왜 여성은 없는지에 관해 들려준다. 깨진 화병에 그려진 그림, 신전에 새겨진 돋을새김, 서사시의 뒷 이야기를 되살려낸 것이다. 『시녀 이야기』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결코 착하지만은 않은 신화 속 여성들이 어떻게 바보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날카롭고 유쾌한 고찰”이라고 평했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35호 (22.06.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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