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 ‘브로커’ 베이비 박스 로드 무비

입력 2022/06/23 15:20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브로커’를 통해 송강호는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속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이 어색한 순간이 있으나,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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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소영’(이지은)은 교회 앞 베이비 박스에 자신의 아기를 놓아둔다.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는 그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이튿날, 아기를 다시 찾아온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두 사람은 우성이를 입양할 좋은 부모를 찾아 주기 위해서였다는 변명을 하고, 소영은 그 여정을 함께 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아 반 년째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뒤를 쫓는다. 의도치 않게 세 사람이 함께 아기의 새로운 부모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브로커’는 칸에서 남우주연상 외에,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영화에게 수상하는 에큐메니컬상(Prize of the Ecumenical Jury)을 수상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이어 칸에서 두 번째 에큐메니컬상을 받았다.

‘어느 가족’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매 작품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그려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에도 조금은 다른 가족을 말한다.


잘 살아왔다고는 이야기하지 못할 인물들이 유사 가족 형태를 이루어, 버렸던 아기를 다시 찾고, 아기를 팔려던 인물들이 모여 새로운 가족을 꿈꾼다. 그리고 이들을 쫓는 형사 ‘수진’과 ‘이형사’ 역시 어느 순간 이 여정의 특별한 동반자가 되어 간다. 특히 ‘공기인형’ 이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12년 만에 재회한 배두나는 브로커의 여정을 쫓으며 내면적으로 변화해가는 형사 ‘수진’의 찰나의 감정까지 브로커라고 하기엔 어딘가 허술하고 인간적인 ‘상현’ 역시 돈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기 ‘우성’의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는 일에 진심으로 다가간다. 악역을 맡아도 어딘가 짠하고 인간적인 군상으로 입체화시키는 송강호는 이번에도 자신의 특기를 폭발시킨다. 베이비 박스의 정당성, 유사 가족이라는 가족의 형태, 선의를 위해 한 불법 행위 등 여러 가지 문제 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다.

언어를 통해 와 닿지 않는 듯한 일본 영화의 감성 어린 몇몇 대사, 소영이 모정에 눈을 뜨는 장면의 부재, 보육원 출신인 동수가 소영에게 갑자기 마음을 여는 과정 등은 아쉽다.


특히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보다는 상황과 감춰진 장치와 해석을 통해 간접적으로 말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들을 볼 때, 인물의 입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말하는 화법은 낯설게 다가온다.

‘의형제’ 이후 12년 만에 만난 강동원과 송강호는 브로커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허술한 둘의 조합을 보여주며 찰떡 케미를 완성한다. 담담하면서도 디테일한 감정이 묻어나는 이지은의 연기는 송강호의 아우라에 밀리지 않는 느낌이다. 여기에 어린 해진 역의 아역 배우는 아기 우성 역의 배우와 함께 영화에 신뢰감을 주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가족을 꿈꾸는 인신매매범과 아기 거래 현장을 기다리는 형사들이라는 반전의 구조, 각자의 목적에 따라 가족의 형태를 이루었다 흩어지는 극중 인물들처럼 트렁크 문이 잘 닫히지 않는 봉고차, 빛과 어둠을 캐릭터에 맞게 활용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장면들은 영화 감상의 묘미를 더한다. 러닝타임 129분.

[글 최재민 사진 CJ ENM, 영화사 집]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35호 (22.06.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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