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500억대 조각도 덥썩…스위스 이 마을, 찐부자들 다 몰렸네

입력 2022/06/23 15:57
수정 2022/06/23 19:16
세계최대 미술장터 '아트바젤'
대형 거미조각 521억원 등
고가 작품 없어서 못팔 지경

등락폭 작고 상승여력 높아
금융자산 대체 투자처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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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19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아트바젤에서 관람객들이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형 조각 `거미` 아래를 지나다니고 있다. [사진 제공 = 아트바젤]

지난 14~19일 스위스 국경 도시 바젤에 위치한 박람회장인 메세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미술장터 '아트바젤'. 4000만달러(약 521억원)에 팔린 프랑스 출신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형 조각 '거미'(1996) 다리 사이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슈퍼 컬렉터(큰손 수집가)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스위스 대표 갤러리 하우저&워스는 유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이 대형 작품을 부스 중앙에 설치해 단숨에 팔았을 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출신 작가 아실 고키의 1940년대 회화를 550만달러(약 72억원)에, 프랑스 화가 프랑시스 피카비아의 1940년대 초 그림을 400만달러(약 52억원)에 판매하는 등 14일 VIP 개막 날에만 매출 7500만달러(약 974억원) 이상을 올렸다.


주가와 코인 폭락으로 미술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아트바젤에선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와 경제위기의 그림자를 느낄 수가 없었다. 올해 참가한 40개국 289개 갤러리 대부분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매출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여행 제한이 풀리면서 오랜만에 아트바젤을 찾은 '큰손'들이 불안한 금융자산 대신 그림 투자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소장 이력이 분명한 거액의 작품은 도난을 당해도 찾을 가능성이 높아 '벽에 걸어두는 금고'로 통한다.

독일 갤러리 에스더 시퍼 관계자는 "작정하고 돈을 쓰러 온 컬렉터가 많아 코로나19 이전보다 판매 실적이 좋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미술 거장의 수작이나 신진 작가의 대표작 매입 경쟁이 뜨거웠다. 뉴욕, 런던, 파리, 홍콩에 지점을 둔 데이비드즈워너갤러리 설립자 데이비드 즈워너는 "최고의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구매 결정이 빨랐다"고 말했다.

작가가 선호하는 미술관과 기존 단골손님에게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작품을 사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신진 컬렉터도 부지기수였다.


지난 16일 아트바젤에서 만난 이영주 페이스갤러리 서울 시니어 디렉터는 "요즘 뜨는 젊은 블루칩 작가 로버트 나바, 로이 홀로웰, 메이샤 모하메디의 작품은 줄을 서서 사야 한다. VIP 고객에게만 파는데, 대기 리스트가 상당히 길다"고 밝혔다.

뉴욕, 런던, 제네바, 홍콩, 서울 등에 지점을 둔 페이스갤러리는 아트바젤 기간에 미국 액션페인팅의 대가 조앤 미첼의 그림 'Bergerie'(1961~1962)를 1650만달러(약 215억원)에 파는 등 30여 점의 판매를 완료했다.

국내에서는 국제갤러리만 부스를 차렸으며 단색화 거장 박서보의 2014년작 '묘법 No.140416'(5억원대), 하종현의 1994년작 '접합 94-95'(2억원대), 안개 낀 풍경을 그리는 이기봉의 2014년작 'Matters of Void'(1억원대), 설치미술 작가 양혜규의 작품(1억원대), 박진아 회화(4000만원대) 등을 팔았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컬렉터들의 관심이 단색화에서 다양한 한국 미술로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처럼 기존 슈퍼 컬렉터 외에도 젊은 신진 컬렉터 층이 늘고 있는 게 확연히 보였다"고 말했다.

올해 아트바젤 관람객은 지난해 6만여 명보다 늘어난 7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참여 갤러리와 작품 선정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트바젤은 1970년 에른스트 바이엘러 등 화상(畵商)들의 주도로 시작해 매년 6월 개최되고 있다.

[바젤(스위스)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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