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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숭고한 모성이라는 신화…영화 '로스트 도터'

입력 2022/07/0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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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스트 도터'

비교문학 교수인 레다(올리비아 콜먼 분)는 그리스 해변으로 혼자 휴가를 떠난다. 레다는 딸을 돌보는 젊은 여자 니나(다코타 존슨)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해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니나를 관찰하길 며칠째, 그녀의 어린 딸이 사라진다. 레다가 홀로 떨어져 있던 니나의 딸을 찾아 데려다 주면서 두 사람은 안면을 튼다.

배우 매기 질런홀의 연출 데뷔작 '로스트 도터'는 여성으로서 인생의 서로 다른 시기를 지나는 레다와 니나를 통해 모성을 둘러싼 신화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페미니즘 시각을 받아들이더라도, 가족이라는 현실 세계에 일단 들어가면 모성의 가치를 반박하기란 쉽지 않다. 엄마는 아이에게 조건 없이 희생하고 헌신적이어야 하며, 그래서 모성은 아름답고 숭고하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레다처럼 "나는 딸과 통화하기가 싫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엄마는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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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스트 도터'

레다는 니나의 딸을 찾아주는 대신 아이가 가지고 놀던 인형을 몰래 숙소로 가져간다.


레다가 마치 자식처럼 돌보는 인형은 그녀의 과거, 니나와 비슷한 나이일 때 두 딸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추억이라기엔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다.

젊은 시절 레다(제시 버클리)에게 딸들은 악몽과 같았다. 학계에서 커리어를 쌓는 레다에게 방해만 됐다. 딸들이 바로 옆에서 머리를 때리고 소리를 지르는데 책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학계 인사와 외도는 지긋지긋한 딸들과 현실로부터 도피이자, 엄마보다 학자로서 성공하겠다는 열망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엄마로서 니나의 삶도 20년 전 레다와 별반 다르지 않다. 딸은 언제나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남편에게서는 이미 마음이 떠났다. 방황하는 니나는 겉보기에 성공한 여성의 삶을 사는 레다에게 호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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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스트 도터'

해변 사람들과 레다 사이에 형성된 묘한 분위기, 레다가 가져온 인형이 서스펜스를 작동시킨다.


레다가 찬장에 숨겨둔 인형을 꺼내 돌보는 사이, 니나의 딸은 히스테리 반응을 일으키고 급기야 인형을 수배하는 전단지까지 붙는다. 인형 때문에 동네가 연일 떠들썩하지만, 레다는 휴가를 마치고 숙소를 떠나기까지 입을 다문다.

레다의 말과 행동은 두 딸의 엄마이자 대학교수에게 사회가 기대하는 전형에서 한참 벗어난다. 암묵적 의무와 레다의 욕망은 충돌한다. 관객은 그래서 레다에게 공감하게 된다. 레다는 어린 딸들을 3년 동안 떠나 있었을 때 너무 좋았다고 말하면서 펑펑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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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스트 도터'

남자 배우들이 비치하우스 관리인 같은 작은 역할로만 등장하는 영화에서 세 여자 배우의 내면 연기가 돋보인다. 레다의 과거와 현재를 연기한 올리비아 콜먼과 제시 버클리가 올해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다코타 존슨 역시 그를 스타덤에 올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에서 선보인 관능미에 젊은 엄마의 복잡한 심경 연기를 추가로 장착했다.

'얼굴 없는 작가'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이 원작이다. 지난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영화의 글로벌 판권은 넷플릭스가 가져갔지만, 국내에서는 그 전에 판권계약을 맺은 덕분에 영화관에서 개봉한다.

14일 개봉. 122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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