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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매는 위기의 美 기업, 인력 감축·신규 채용 중단… 리스크 관리 돌입

추동훈 기자
입력 2022/07/05 10:54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다방면에서 후폭풍을 일으키며 고용 시장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고 기존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해결에 사활을 건 연준의 결단이 미국 경제의 한 축인 ‘고용 안정성’을 무너트리고 있단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준은 올해 세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모조리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년간 유지해온 제로금리에서의 탈출을 선언한 3월 회의에서 0.25%p를 올린 후 물가 안정이란 기치를 건 5월 회의에서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바로 다음 달 열린 6월 회의에선 결국 28년 만에 한번에 0.75%p를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아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처럼 연준이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인플레이션을 진화하기 위해서였다. 6월 회의를 불과 5일 앞둔 10일, 미국은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막상 발표된 결과는 무려 8.6%로 시장 전망치를 0.3%p 상회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8.5%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2달 만에 그 기록을 또다시 넘어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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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 내 스크린에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한다고 발표하는 뉴스가 나오는 가운데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의 여파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부담이 1분기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전쟁 여파로 인한 글로벌 유가의 상승, 세계 최대 곡창지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전쟁 내홍으로 촉발된 전 세계 곡물 부족 현상은 인플레이션의 핵심 지표인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의 도미노식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유지해오던 연초와 달리 전쟁 직후 급등해 120달러를 오르내리는 고유가 시대를 본격 개막했다. 실제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최근 경신했다. 역사상 유례없는 고유가 시대가 열린 셈이다. 곡물가격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옥수수 가격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국제 곡물 가격의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 4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7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은 부셸당 8.1달러까지 상승해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곡물 시장 불안정성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한 탓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2020년 전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3%를 공급하는 주요한 수출국이다. 옥수수뿐 아니라 밀, 쌀 등 주식으로 쓰이는 곡물들의 가격 상승은 밥상 물가를 밀어 올리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여파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상당수 기업들이 1분기 실적의 부진과 더불어 향후 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목받고 있는 점이 바로 고용 관련 비용 축소 의지의 표명이다. 1분기 기업 실적을 분석해보면 상당수 기업들이 매출이 줄기보다는 비용의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말인 즉, 현재 기업의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이 매출 부진이라기보단 비용 급증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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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장 부진했던 유통업 관련 기업들이 특히 이러한 고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1위 유통업체 월마트와 타깃이 대표적이다. 두 기업은 인건비 상승과 더불어 전국 유통망을 통한 배송 관련 유류비 증가 등 비용 문제로 실적 부진을 예고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주가로 반영돼 타깃은 하루 만에 주가의 25%가 증발하는 유례없는 급락을 경험했다. 타깃발 유통업계 불안은 시장 전반으로 번지며 빅테크 기업이 아닌 유통 기업들이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기현상을 5월에 연출했다.

유통업체의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직원들의 임금이 상승했고, 배송을 위한 유류비가 급등했다. 유통업체가 운영되기 위한 핵심 고리에서 비용 문제가 발생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것이다. 이는 실제 실적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치가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주가 폭락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SNS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에반 슈피겔 CEO가 직원들에게 던지 편지 하나에 주가가 30% 넘게 폭락하는 사건을 겪었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테니 대비하라는 것이었다.

▶MS, 테슬라 등 고용 축소 놓고 파열음

이러한 불안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부자,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임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거시경제에 대한 매우 나쁜 느낌이 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체 직원의 10%가량을 감축해야 할 것이란 메시지를 포함시켜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현재 테슬라의 총 직원 수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만 명. 그의 말대로라면 약 1만여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뜻이다.

논란이 커지자 머스크는 바로 다음날, 시간제 근로자가 아닌 고연봉 계약자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수습하며 결국 직원 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발생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테슬라 싱가포르법인장이 해고되며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특히 머스크가 인수를 추진 중인 트위터 역시 정리해고의 위험 앞에 서있다. 최근 트위터 직원들과 화상채팅을 한 머스크는 트위터가 수익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며 대대적 인적 쇄신을 암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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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정리해고를 진행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운 일론 머스크가 아니어도 현재 미국 기업은 인력 감축 태풍 속에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최근 주식, 암호화폐, 부동산 시장 등 실물자산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는 가운데 기업들도 수익 경쟁이 아닌 생존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 시국에 각광받으며 성장했던 기술 기반 혁신기업 및 언택트 관련 기업들의 고군분투가 눈물겨운 상황이다.

모바일 주식거래 서비스 로빈후드는 전체 직원의 9%를 해고한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블라드 테네브 CEO는 “로빈후드는 상장을 준비한 2020~2021년 많은 채용을 진행했다”며 “일부 중복된 역할과 직무에 대해 정리를 단행할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로빈후드의 직원 수는 3800명. 나스닥 상장 1년도 안 돼 정리해고를 단행할 방침이다.

온라인 기반 중고차 기업 카바나 역시 최근 전체 고용 인력의 12%인 2500명을 이메일 통보를 통해 해고하며 화제를 모았다. 카바나는 시장 경쟁 과열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비용부담이 커 이번 정리해고를 시행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는 지난 5월 150명을 해고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2만달러가 붕괴되며 큰 위기를 겪고 있는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 역시 무려 11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는 만큼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의 위기 역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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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암호화폐에 이어 유탄을 맞고 있는 부동산 시장 역시 좋지 못하다. 금리 인상의 가장 직접적 타격이 발생하는 모기지 대출금리 인상은 가계 부채 부담 확대와 직결되며 시장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30년 만기 모기지 대출금리는 5% 선을 돌파한 데 이어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 위축을 주도 중이다. 실제 주택건설업 심리가 지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며 데이터로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부동산 회사들과 주택건설 업체들도 감원을 단행했다. 레드핀과 컴퍼스는 각각 전체 직원의 8%와 10%인 470명과 450명을 정리해고하며 위기감을 표출했다. 앞서 부동산 전문 사이트 리얼터닷컴은 올해 초 주택 판매가 6.6% 증가를 전망했지만, 최근 발표에서 6.7% 하락할 것으로 전망치를 조정하기도 했다. 무려 13%p 하락하며 추락한 셈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도 이어지고 있다. 해고뿐 아니라 채용 속도를 조절하며 시장의 위기감에 대응하고 나선 셈이다.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까지 변경하며 메타버스에 사활을 건 메타가 대표적이다. 메타는 메타버스 시장이 예상보다 더딘 속도로 형성됨에 따라 기존의 투자 규모를 대폭으로 줄이고 있다.

정직원 수가 7만7000명에 달하는 메타는 2018년 이후 직원 규모가 2배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회사 성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메타버스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몇 년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함에 따라 최근 신규 채용을 줄이고 투자액 자체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특히 메타는 관련 제품인 메타버스 글라스의 출시 계획 자체를 미루면서 속도 조절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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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Robinhood)도 직원의 9%를 해고한 바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아마존, 글로벌 컨슈머부문 경영 책임자 사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역시 채용 규모를 축소하거나 신규 채용 시기를 조절하는 등 거시경제의 위기에 선대응하며 정중동의 행보를 이어가겠단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이는 특히 최근 강달러 기조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펼쳐나가는 미국 기업들의 위기감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세일스포스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차분기 실적 악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환율부담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 각국에서 부담을 느끼는 고객사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물경제의 부진과 더불어 전 세계의 경기침체 우려감이 더해지며 미국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우려의 목소리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트위터 역시 파라그 아그라왈 CEO가 직접 채용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에도 재검토 등을 통해 신규 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하며 어려워진 채용 상황에 대한 솔직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대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임원진 교체를 통해 회사 분위기 쇄신을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위기를 겪고 있는 메타 역시 창사 이래 회사의 2인자로 군림해온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가 자진 사퇴하며 화제를 모았다. 14년간 메타를 키워온 그녀의 부재가 회사의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최근 액면분할을 한 아마존 역시 글로벌 컨슈머 부문 CEO 데이브 클라크가 물러나며 기업 쇄신을 주도하고 나섰다. 다만 거시경제의 위기를 개별 기업이 해소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시장에는 기대보단 긴장감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추동훈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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