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itylife 제840호 (22.08.02) BOOK

입력 2022/07/28 15:43
▶침몰하던 소니 제국을 부활시킨 비결은 『소니 턴어라운드』

666654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히라이 가즈오 지음 / 박상준 옮김 / 알키 펴냄

전자가 주류였던 회사에서 줄곧 변방만 떠돌던 히라이 가즈오가 2012년 사장으로 지명됐을 때 마주한 건 무기력한 소니였다. 영화, 음악, 금융 등 전자를 잇는 주력 부문은 뿔뿔이 흩어져 엉망으로 사업을 하고 있었다. TV 신상품 발표를 하는 직원에게 그는 굵고 촌스러운 베젤을 보며 “저걸로 삼성과 싸울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취임 후 반 년간 센다이, 미국, 브라질, 인도까지 지구 4바퀴 반을 돌았다. 낮에는 타운홀 미팅으로, 밤에는 맥주 파티로 직원을 만났다. 직원을 만나니 소니의 구심점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2명의 위대한 창업자는 ‘성실한 기술자’를 회사의 기치로 내걸었다. 흐지부지 사라진 비전을 다시 세워야 했다. 바로 ‘감동을 주는 회사’다.


자신의 기억 속 1970년대 휴대용 라디오 ‘스카이 센서’는 정말이지 감동적인 제품이었다. 70여 회의 미팅으로 CEO는 구름 위의 사람에서, 지상의 사람으로 내려와 ‘감동’이란 목표를 전파했다. 엔지니어의 혼에 불을 붙이자, 소니는 부활했다.

2012년 4550억 엔 적자라는 사상 최악의 상황에서 그는 사장으로 취임해 6년 뒤 20년 만에 최고 이익인 7348억 엔을 기록하는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 임기 중 사상 최대의 사이버공격 사건, 바이오(Vaio) 브랜드의 PC사업 매각, 1만 명 이상의 구조조정을 겪었다. 반발이 극심했던 뉴욕의 랜드마크 550 매디슨 빌딩 매각을 강행한 건 미국인들이 소니를 미국 기업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일본기업의 정체성을 되살리기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 8년 연속 적자인 TV 사업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판매 목표를 연간 4000만 대에서 절반으로 줄여 ‘양보다 질’에 방점을 찍고 4K 화질과 음향에 돈을 쏟아 부었다.

고사양으로 슈퍼컴퓨터냐는 비난까지 받은 PS3는 적자를 만드는 괴물이었다.


3년 만에 PS3의 역마진을 해소하는 과정은 소니의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다함) 정신의 집약이었다. PS4의 도전은 더 혹독했다. 회사가 야망을 걸었던 자체 반도체 Cell 사업부를 매각하고 미국 AMD의 반도체를 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소니는 PS의 게임과 ‘귀멸의 칼날’ 등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완전히 거듭났다.

1960년 도쿄 출생인 그는 부친의 전근으로 뉴욕과 캐나다 등 해외를 오가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84년 CBS소니에 입사해 음악과 게임 분야를 맡았을 당시 그가 속한 사업부는 세계를 호령하던 그룹의 변방이었다. 단지 음악이 좋아서 입사한 신입 사원 가즈오는 ‘워라밸’을 꿈꾸는 직장인이었다. 결혼 후 교외에 집을 사 신칸센으로 출근을 했다. 휴일에는 무선 조정 자동차를 조종했다. 메인스트림에서 조금 벗어난 이방인의 삶이 자신을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고 고백한다. 많은 매체가 2018년 사장에서 물러난 그를 21세기 일본 최고의 경영자로 꼽는다.


그는 소니 부활의 비결을 자신감을 잃고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사원들의 가슴 깊은 곳에 숨겨진 ‘열정의 마그마’를 터뜨리고, 팀으로서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라고 냉정하게 답한다. “리더의 기본을 지킨 것이 조직의 재생을 이끌어냈다”는 고백은 담담한 울림이 있다.

▶길 위에서 만난 뉴욕 『아무도 모르는 뉴욕』

666654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윌리엄 B 헬름라이히 지음 / 딜런 유 옮김 / 글항아리 펴냄

“뉴요커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작지만 활기찬 나라로 보고 있는데, 이 나라들은 독특한 규범에 지배되고, 독특한 가치 체계에 묶여 있으며, 오직 실용적 필요에 의해서만 외부의 통제를 받아들인다. 간단히 말해 뉴욕시는 마을과 동네들 혹은 뭐라고 부르든, 마치 큰 국가로부터 떼어내서 고정된 공간으로 압축한 것 같은 작은 지역의 집합체다.”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를 연구하려고 마음먹은 이 책의 저자는 하나의 관점이나 포괄적인 통계에만 의존하는 대신 ‘모든 거리를 직접 걸어보기’라는 대담한 방식을 택했다. 바로 민족지학적 방법론이다.

책은 1만여㎞를 걷고 수백 명과 대화하며 얻은 통찰로 가득하다.

이 책이 뉴욕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이민’이다. 이민자들의 에너지와 야망은 도시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도시를 완전히 변화시켰다면서 연결과 단절, 화합과 긴장의 화학반응을 통해 뉴욕은 계속해서 풍성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서로 다른 이들이 점점 더 동화되어가는 경향은 뉴욕이 어느 때보다 더 자유롭고 관대한 도시가 되어가는 신호일지 모른다고 서술하면서 뉴욕의 에너지는 ‘관대함’이라고 정의내린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0호 (22.08.02)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