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설 '파친코' 초고 주인공? 선자 아닌 솔로몬이었죠"

입력 2022/08/08 17:03
수정 2022/08/08 17:05
'파친코' 쓴 소설가 이민진

한 소년 이야기가 집필 계기
19세기식 작법이 인기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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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나는 내 책의 모든 독자를, 한국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

소설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54)이 8일 이렇게 말했다. '파친코' 개정판 출간을 기념해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평생에 걸쳐 '파친코'를 집필했는데, 새 번역으로 한국에 책을 재출간하게 돼 감사하다. 한국인이 겪은 일들이 세계에 다양한 언어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설 '파친코'는 부산 영도 출신의 20대 여성 선자가 일본에서 자이니치(재일 한인)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2017년 출간 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전미도서상 파이널리스트에 올랐고, 애플TV+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에 이어 이민진의 디아스포라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작가는 이날 '파친코' 집필의 첫 계기로 먼저 한 소년을 회상했다. "오래전, 일본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선교사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그분의 교구 신자 중에 한국계 일본인 소년이 있었는데, 옥상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그때 소년의 나이 13세였다"고 운을 뗀 이 작가는 "일본인 친구들로부터 '네가 온 곳으로 돌아가라' '김치 냄새가 난다'고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였다. 소년의 슬픈 이야기가 뇌리에 박혀 있었고, 떨쳐낼 수 없어 쓴 글이 바로 이번 소설"이라고 운을 뗐다.

'파친코' 초고 제목은 '마더랜드'였고 처음 주인공은 선자가 아닌 그의 아들 솔로몬이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털어놨다. 이 작가는 "사실 남편이 초고를 읽고 '재미가 없다'고 해서 한 챕터만 남기고 모두 지웠다"면서 "대서사를 쓰기에 솔로몬은 어울리지 않았고 긴 서사의 주인공으로 첫 번째 버전에 없던 선자의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19세기식 작법이 '파친코'의 해외 인기 요인이라고도 진단했다. 그는 "2017년 '파친코' 출간 직후 카네기홀에서 2000명의 독자를 만났는데 99%가 백인과 흑인, 유럽인들이었다"며 "제가 워낙 19세기 문학 작품을 좋아하는데 '파친코'도 19세기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기술됐다. 유럽과 미국 스타일에 가깝기 때문에 호응을 얻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아메리칸 학원'으로, 교육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 작가는 "전 세계에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교육과 사회적 지위는 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교육이 사람을 억압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소설로 쓰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작가는 "톨스토이를 읽으면 주인공처럼 러시아 사람이 되고, 찰스 디킨스를 읽으면 영국인이 되는 것처럼 독자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 소설 밖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며 "그런 점에서 저는 '파친코'의 모든 독자들을 한국인의 마음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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