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평범해서 비범한 여성 히어로…디즈니+ '변호사 쉬헐크'

입력 2022/08/17 22:00
수정 2022/08/17 22:00
'쉬헐크'(She-Hulk). 초록 괴물 '헐크' 앞에 여성을 지칭하는 대명사 '쉬'(she)가 붙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새롭게 합류한 이 슈퍼히어로의 이름은 다소 구시대적으로 느껴진다. 헐크의 기본값은 남성이며, 여성 헐크는 파생품으로 존재한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8일 공개되는 디즈니+ 새 오리지널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9부작)는 되레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함으로써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여성혐오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유능한 검사 제니퍼 월터스(타티아나 마슬라니 분)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원조 헐크'인 사촌 브루스 배너(마크 러펄로)의 피가 몸에 들어가면서 또 다른 헐크가 된다.

브루스는 헐크로 살아가야 할 제니퍼에게 자신이 직접 경험하며 깨달은 각종 노하우를 전수한다.


언제 헐크가 될지 모르기에 스판 소재 옷을 입을 것, 괴물로 변하는 원인인 분노와 두려움을 다스리기 위해 요가를 할 것을 추천한다. 또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던 기존의 삶을 버리고 영웅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니퍼는 브루스의 제안을 거부한다. 여성으로 살면서 화와 공포를 조절하는 법을 이미 체득했으며, 아직 남아 있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한다는 게 이유다. 브루스는 제니퍼를 설득해보려 하지면 끝내 실패하고 만다.

브루스의 우려와 달리 제니퍼는 외형이 변한 뒤에도 본래 자아를 유지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또 뛰어난 감정 조절 능력으로 별다른 노력 없이 사람과 헐크를 오간다. 그러나 법정에서 벌어진 위기 상황에서 배심원을 지키기 위해 잠시 헐크로 변신하면서 검찰에서 해고된다. 뉴스에서 한 목격자가 그를 '쉬헐크'라고 지칭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까지 얻게 된다.

우울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던 제니퍼는 대형 로펌으로부터 자신과 같은 '슈퍼휴먼'을 위한 변호사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일하는 동안 헐크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은 좀처럼 내키지 않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수락한다.

'변호사 쉬헐크'는 여성 또는 직장인이라면 경험했을 법한 요소를 가진 주인공을 내세워 기존 슈퍼히어로와 다른 차원의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뉴스 진행자는 제니퍼에게 재판 진행 상황이나 헐크로서의 이야기보다는 식이요법과 운동 루틴을 묻고, 만남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남성은 자신은 초능력이 없음에도 힘이 세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또 자기 잘난 맛에 취해 남을 무시하기 일쑤인 직장동료 때문에 괴로워하고 학자금 대출 상환을 걱정하는 주인공은 평범한 우리네 모습과 닮았다.

다른 여성 슈퍼히어로와 달리 늘씬한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지 않는다는 점도 다르다. 쉬헐크는 튼튼한 근육질 몸매를 가졌으며, 인간 제니퍼는 직장에서는 고루한 정장 차림을 하고 집에서는 헐렁한 티셔츠를 입는다. 미국 유명 코미디 SF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 각본을 집필한 제시카 가오 작가는 평범한 여성으로서 제니퍼가 겪는 일들을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웃음 코드로 풀어낸다.

또 힘이 아닌 방대한 법 지식을 기반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변호사 제니퍼를 조명해 법정 드라마적 요소를 녹여냄으로써 MCU의 장르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원조 헐크인 마크 러팔로 외에도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의 신스틸러 웡(베네딕트 웡), 유명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 등 화려한 출연진, 매 에피소드 끝에 삽입된 쿠키 영상도 재미를 더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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