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계 어디에도 없던 휴대용 해시계의 귀환

입력 2022/08/18 11:13
수정 2022/08/18 11:13
남반구까지 어디서든 시간 측정
1890년 고종때 무신이 제작
역사·과학적 가치 뛰어나

고궁박물관 특별전 출품
내달 25일까지 일반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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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때 무신이 만든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 [사진 제공 = 문화재청]

희귀한 조선후기 휴대용 해시계가 고국에 돌아왔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도 존재를 몰랐던, 휴대가능하고 어디서든 시간측정 가능한 구형(球形) 해시계다.

문화재청은 지난 3월 미국 경매를 통해 매입한 '일영원구(日影圓球)'를 1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디.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한다. 일견 지구본을 닮았다. 높이 23.8cm, 구체 지름 11.2cm 크기에 동과 철로 만들어졌다.

'일영원구'는 국내 최초로 확인된 구형 휴대용 해시계라는 점, 전통 과학기술의 계승·발전상을 보여주는 작품이고 명문(銘文)과 낙관(落款)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과학사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국외 반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장자였던 일본 주둔 미군장교의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유물을 입수한 개인 소장가가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사와 문헌 검토를 거쳐 지난 3월 미국 경매에서 낙찰 받아 국내로 들여왔다. 매입에는 복권기금이 사용됐다.

먼저 '일영원구'는 둥근 공 모양인 원구(圓球)의 형태로 두 개의 반구가 맞물려 각종 장치를 조정하면서, 어느 지역에서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당시 과학기술의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반구(半球) 형태에 태양의 그림자를 통해 시계를 확인하는 막대인 영침(影針)이 고정돼 한 지역에서만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던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와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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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때 무신이 만든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의 수평을 맞추는 다림줄은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제공 = 문화재청]

'일영원구'로 시간을 측정하려면 먼저 다림줄(추를 달아 떨어뜨리는 줄)로 수평을 맞추고, 나침반으로 방위를 측정하여 북쪽을 향하게 한 후, 위도조절장치를 통해 위도를 조정한 뒤, 횡량에 비추는 태양의 그림자가 홈 속으로 들어가게 해서 현재의 시간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쪽 반구에는 12지(十二支)의 명문과 96칸의 세로선으로 시각을 표시했는데, 이는 하루를 12시 96각(刻, 15분)으로 표기한 조선 후기의 시각법을 따랐다. 또 정오(正午) 표시 아래에는 둥근 구멍 '시보창(時報窓)'이 있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쪽 반구를 움직이면, 이 창에 12지의 시간 표시가 나타난다.

국보로 지정된 자격루와 혼천시계에서도 12지로 시간을 나타내는 시보(時報) 장치를 둔 것으로 볼 때 조선의 과학기술을 계승하되 외국과의 교류가 증가하던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이 고안된 유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한쪽의 반구에 '대조선 개국 499년 경인년 7월 상순에 새로 제작했다(大朝鮮開國四百九十九年庚寅七月上澣新製)'는 명문과 '상직현 인(尙稷鉉印)'이 새겨져 1890년 7월 상직현이 제작을 총과란 것으로 보인다.

'고종실록'등 문헌에 따르면 상직현은 고종대 무관으로 주로 국왕의 호위와 궁궐 및 도성 방어를 담당한 것으로 나온다. 그는 1881년 직접 수신사 일행으로 일본 근대 문물을 접했고, 아들 상운 또한 청나라에 파견돼 우리나라 최초로 전화기를 들여온 인물로 알려졌다.

이용삼 충북대 교수는 "휴대용· 구형(球形) 해시계로서 국내외에서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이며 독특한 형태의 매우 희귀한 유물이다"라며 "먼 바다로 항해 중에도 그 지역의 위도를 조정하는 장치를 사용하며, 남반구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시간이 표기 되어있다"고 밝혔다.

'일영원구'는 내달 25일까지 열리는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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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때 무신이 만든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 [사진 제공 = 문화재청]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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