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극 ‘두 교황’ 무대 위 말과 연기의 향연

입력 2022/09/22 15:24
2013년 2월,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오는 2월28일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흔들리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교회를 다스리고 복음을 선포하려면 몸과 마음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의 기력은 맡겨진 직무를 수행하기가 불가능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약해졌습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1415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2세 사임 이후 59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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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장소 한전아트센터

기간 ~2022년 10월23일

티켓 VIP석 9만 원, R석 7만 원, S석 4만 원

시간 평일 7시30분 / 토, 공휴일 2시, 6시30분 / 일 3시

출연 베네딕토 – 신구, 서인석, 서상원 / 프란치스코 – 정동환, 남명렬 / 브리지타 – 정수영 / 소피아 – 정재은

종신 임기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사임을 발표한 것은 큰 사건이었다.


그 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었다. 프란치스코는 아르헨티나의 추기경 베르고글리오로 아메리카 대륙 출신 최초의 교황이다. 시간이 지난 후 로마 광장에서 프란치스코는 미사를 집전했다. 이때 이 모습을 보던 앤서니 매카튼은 강한 궁금증을 느꼈다. ‘베네딕토 16세는 왜 사임을 했는지, 그리고 두 명의 교황이 동시에 있었던 적은 언제였는지’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극작가인 그는 이 궁금증을 2017년 극으로, 2019년 책으로 풀었다. 그리고 책은 영국 로열앤더게이트에서 연극으로 초연되었고 ‘두 교황’은 동명의 영화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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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의 세계 최초 라이센스 무대가 서울에서 펼쳐졌다. 아르헨티나의 추기경 베르고글리오는 은퇴를 고민한다. 그때 교황으로부터 로마로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로마에서 만난 두 사람은 교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베네딕토 교황은 베르고글리오의 사임을 수락할 수 없고, 그가 제기하는 문제에도 동의할 수 없다 말한다. 두 사람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이야기하고 교황은 베르고글리오에게 사임 이유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베르고글리오가 후임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한다.


베르고글리오는 자신이 과거 독재 정권에 침묵했기에 부끄럽다고 말하지만 교황 역시 베르고글리오에게 과거에 대해 고백한다.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베네딕토 16세, 진보적이며 개방적인 프란치스코, 이 정반대의 성격과 성향을 가진 두 교황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준다. 피아노를 사랑하는 베네딕토 16세와 열정적인 축구광 프랑치스코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 비틀즈를 얘기하고 피자를 먹으며 교회의 미래를 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두 사람은 다름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에 두 사람 모두 동의한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 규칙을 따라야 하는지, 양심을 따라야 하는지의 질문을 던지며 관객에게 치유의 시간과 위로를 전한다.

자칫 무거운 주제를 위트 있는 대사와 따스한 음악으로 신념의 차이란 무거움을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교회가 교리에 얽매여 신자들을 정좌하는 것보다 소외당하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조화로워야 한다는 신념의 프란치스코. 그에게 베네딕토는 말한다. “더 이상 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목소리를 나와 반대되는 베르고글리오에게 들었다”라고. 이는 숭고한 자기 고백이다.

“고해를 하면 죄지은 자의 영혼은 씻길지 몰라도 희생자를 돕진 못해요”, “돌이켜보면 아주 명확한 길이 보이는 듯하지만, 그 당시엔 헤매기 마련이지” 등의 대사는 우리의 마음을 깊게 파고든다.

신구, 정동환 등 연기에 일가를 이룬 배우들은 엄청난 양의 대사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대사는 단 한 글자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무대와 객석, 그리고 배우와 관객들을 연결한다. 한 마디로 연기와 말의 향연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무대이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및 자료제공 A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7호 (22.09.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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