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itylife 제847호 (22.09.27) BOOK

입력 2022/09/22 15:24
▶MZ세대가 끈기가 없다는 건 거짓말 『세대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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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더피 지음 /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펴냄

여기 ‘요즘 애들’에 혀를 차는 X세대도, ‘꼰대’라 그들을 부르는 MZ세대도 수긍할 만한 또 하나의 세대론이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장인 바피 더피는 대부분의 세대론이 나태한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세대론을 넘어서는 세대론을 위해 3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산과 정치, 결혼, 기후 위기에 이르는 10개의 주제를 탐구했다. 그가 세대론을 연구하는 근거는 세 가지다. 시대의 영향, 생애 주기의 영향, 코호트의 영향이다. 예를 들어 모든 1990년생이 동일하다는 코호트 기반 연구는 9·11 테러·금융위기 경험 같은 시대의 영향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 나이보다 국가의 영향이 크다는 게 이 책의 골자다.


과거의 세대론과 결별해야 할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 불평등이다.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미래 세대가 늘어나는 건 선진국의 새로운 추세다. 후손들의 미래가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하는 영국인의 비율은 2003년에서 2019년 사이 절반이 됐다. 최근 젊은 세대의 소득과 자산이 얼마나 정체되어 있는지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재단은 1969년 이후 5년 단위로 코호트 간의 가처분 소득은 비교했다. 세대별로 30, 40, 50대의 같은 나이였을 때의 소득을 비교하자 세대가 내려갈수록 소득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베이버부머는 전쟁 전 세대에 비해 45~49세 때 소득이 36% 높았다. 같은 나이일 때 X세대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베이비부머를 단 3% 앞서는 데 그쳤다. 놀라운 건 각기 30대 초반일 때 밀레니얼의 소득은 X세대보다 4% 낮아졌다. 이 평균치는 나라 간에도 편차가 생긴다. 밀레니얼이 가장 부자인 나라는 노르웨이다. 30~34세의 밀레니얼은 X세대보다 수입이 13%가 높았다.


미국의 X세대는 45~49세에 베이비부머보다 실질 소득이 5% 낮았고 밀레니얼 세대는 30~34세에 X세대보다 5% 낮은 수입을 올렸다. 반면 이탈리아의 30~34세 밀레니얼의 수입은 X세대보다 17%가 낮아 자유낙하에 가깝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믿음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연구 결과다. 영국에서 자신을 저소득이라 답하는 비율을 조사했을 때 밀레니얼보다는 Z세대의 비율이 낮게 나왔다. 스스로 가난하다고 느끼는 MZ세대를 ‘물질주의적’이라고 비난하는 건 엉터리다. 통계적으로 물질주의적 소비의 변화는 베이비부머와 X세대 사이에 일어났다. 부는 되물림되기에 세대 내부에서도 격차는 벌어진다. 세대 간 계약이 무너질 것이라는 많은 저술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에 원한을 갖고 행동하진 않는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 ‘정부가 노인에게 적정 기준을 보장해줄 책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1984년과 동일하게 2016년에도 10명 중 9명은 동의했고 세대별 격차는 없었다.

더피는 세대론의 한계를 넘기 위해 통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기성세대가 사회초년생일 때보다 최근 젊은 세대의 자발적 이직률은 오히려 20~25% 낮아졌다. 끈기 없는 MZ세대론과는 다른 결과다. 이 책은 균형적인 ‘세대 감각’으로 시대상의 변화를 조감하게 해준다.

▶뜨거운 노동현장에서 써내려간 생존기 『쇳밥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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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청년공으로서 살아가기란 생각보다는 힘들되 꾸역꾸역 생존은 가능한 나날이었다.


그때의 시간들. 고와 낙이 있었고, 땀과 눈물이 있었으며, 희망과 좌절이 공존했고, 꿈이 짓이겨졌다가 다시금 피어났던 과거를 문자로 남겨보고자 한다.”

지방, 청년, 그리고 용접 노동자. 그는 ‘쇳밥일지’와 ‘쇳밥이웃’을 연재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노동 현장에서 탄생한’ 작가 천현우의 첫 책이다. 세대론을 논할 때조차 소외되는 ‘4년제 대학 출신-수도권 거주자’가 아닌 한 용접공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나날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았다. 작가는 가난이 싫어 얼른 취업하려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이후 하청업체를 전전하며 최저 시급 언저리만 맴도는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 버린다. 주야 교대 근무에 저당 잡힌 피폐한 일상은 쉬이 변하지 않고, 각종 편법으로 점철된 근로 조건과 언제든 타인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는 몸과 마음을 모두 갉아먹는다. 공장 바깥에서는 ‘못 배운 놈’으로 괄시받고, 공장 안에서는 산재를 당해도 찍소리 할 수 없다.

저자는 비단 자신뿐 아니라 절대 통칭될 수 없는 지방 청년들과 현장 노동자의 고유한 목소리를, 엄연하고도 어엿하게 존재하는 그들의 삶을 증언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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