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육사오(6/45)’ 예기치 않은 코믹 바이브

입력 2022/09/22 15:24
영화 ‘육사오’는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원짜리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 간의 ‘코믹 접선극’이다. ‘육사오’라는 영화 제목은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추면 1등 상금을 받는 복권 당첨률을 나타낸다. ‘군대’와 ‘로또’라는 이질적인 조합을 다룬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코미디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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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만 기다리던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는 우연히 1등 당첨 로또를 줍지만, 순간의 실수로 복권을 군사 분계선 너머로 날려버린다. 그리고 이 로또를 우연히 주운 북한 병사 ‘용호(이이경)’는 ‘주운 사람이 임자’라며 로또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여기에 뼛속까지 군인 체질인 남측의 ‘강대위’(음문석), 착하다 못해 조금은 어리바리한 관측병 ‘만철’(곽동연)이 용호의 어시스트에 나선다.


반전 매력의 정치 지도원 ‘승일’(이순원), 남한의 문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철진’(김민호)은 북한군 팀에 합류, 로또 1등 당첨금 57억 원을 사수하기 위한 남북 3:3팀이 결성된다. 결국 이들은 로또 소유권에 대한 협상(?)을 맺고, 급기야 약속 이행을 위해 남한과 북한 병사 맞교환에 나선다.

‘날아라 허동구’를 연출하고 ‘달마야 놀자’와 ‘박수건달’을 쓴 박규태 감독은 코로나 이후 간만에 찾아온 코미디 극을 따뜻한 휴먼 코미디로 만들어냈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코믹 버전이라기엔 메시지를 상당히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신파나 억지 감동으로 나아가진 않는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질투의 화신’, 영화 ‘7년의 밤’, ‘헤어질 결심’까지 다양한 매력의 캐릭터를 선보인 배우 고경표가 로또 최초 소유주 ‘천우’를 연기했다. ‘고백부부’, ‘으라차차 와이키키’, 영화 ‘히트맨’ 등을 통해 코미디 모범생으로 자리잡은 배우 이이경이 용호 역을 맡아 여동생 ‘연희’(박세완)를 위해서라면 남한 행도 무릅쓰는 북한 병사를 소화했다.


여기에 드라마 ‘땐뽀걸즈’에서는 자유를 추구하는 명랑 18세로, ‘최종병기 앨리스’에서 킬러의 정체를 숨기는 의문의 전학생을 연기한 박세완이 북측의 대남 선전방송 담당이자, 디스 전문 북한 병사 연희 역을 맡아 상큼한 매력을 선보인다. 그리고 영화 ‘범죄도시2’, 드라마 ‘열혈사제’, ‘안녕? 나야!’ 등으로 배우 본인만의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한 음문석은 군대 체질 FM 병사 ‘강대위’로 분했다. 극 초반의 식상한 설정과 무리한 코미디는 조금 아쉽다. 초중반까지 다소 지루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며 코믹 포텐을 터뜨린다. 이미 ‘SNL 코리아 시즌1’을 통해 자신의 코미디 잠재력을 확인시킨 바 있는 고경표는 젖소들에게도 산후조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축산학과 출신다운 면모로 북한에서 인정받는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이 배우 고경표에게 기대하지 못한 코믹 연기를 ‘착붙’으로 해낸다. 거친 얼굴로 반전의 모습을 보여준 북한군 정치지도원 ‘승일’ 역을 맡은 이순원, 예기치 않은 웃음을 주는 곽동연의 하드 캐리 역시 영화의 재미를 이끈다. 코미디에 일가견 있는 배우들이 북한으로 날아간 로또를 찾는다는 황당한 설정을 뛰어넘는 웃음을 선사한다. 실제 군 경험에 절실함을 담은 배우들의 코믹 연기 가운데서도, 이이경의 맛깔스러운 북한 말 연기와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보이는 고경표 배우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는 영화다. 로또를 ‘주운’ 자와 ‘또 주운’ 자 사이의 세계 최초 로또 비정상(?) 회담은 영화의 장르가 예고하는 것처럼 해피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러닝타임 113분.

[글 최재민 사진 싸이더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7호 (22.09.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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