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술시장 완전정복] 세계 미술계는 지금 파스텔화 '파티의 시간'

입력 2022/09/22 17:10
수정 2022/09/22 17:13
마티스·루소·모란디 등의
풍경·초상화 재해석하며
DJ처럼 주요 요소 섞어
몽환적인 파스텔화로 구현

경매가 45억 돌파하고
프리즈서 '오픈런' 인기
◆ 미술시장 완전정복 ⑪ 니컬러스 파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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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에서 4억5000만원에 팔린 `Clouds` [사진 제공 = Nicolas Party]

이 남자의 작업실은 마치 화방처럼 수백 가지 색 파스텔이 가득합니다. 손가락을 눌러 바른 벨벳처럼 부드러운 색감은 그의 전매특허입니다. 주로 스케치에 쓰던 까다로운 파스텔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파스텔의 마법사'로 불리는 니컬러스 파티(38)는 세계 30대 구상화가 중 독보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미술계에는 "지금은 파티의 시간(It's Party time)"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시장의 온도는 뜨겁습니다. 파티의 회화는 2020년 456만달러(약 64억원)에서 2021년 1757만달러(약 245억원)로 거래액이 284.88%나 급증했습니다.


2021년 11월 크리스티 뉴욕에서 '풍경(Landscape)'은 시작가의 10배를 넘긴 327만달러(약 45억6000만원)에 팔리는 기록을 쓰기도 했습니다.

지난 2일 프리즈 서울의 개막 직후, 세계 정상의 화랑 하우저앤드워스 부스에서는 '오픈런'이 일어났습니다. 100만달러가 넘는 조지 콘도, 마크 브래드퍼드도 있었지만 많은 MZ컬렉터가 주목한 작품은 파티의 '구름들(Clouds)'. 32만5000달러(약 4억5000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수작이 왔다는 소문에 달려온 이들은 아쉬움에 탄식했죠. 작품은 사전에 아시아권 사립미술관에 팔렸거든요. 무릉도원을 그린 듯한 가로세로 1m가량의 작은 회화의 인기는 프리즈 내내 식을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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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풍경화 앞에 앉은 니컬러스 파티.

'구름들'은 하우저앤드워스 홍콩에서 9월 24일까지 3개월간 열린 전시 '붉은 숲(Red Forest)'에 걸린 구름이 반사되는 호수를 그린 'Water Reflection'과 매우 흡사한 최신작입니다.


전시에는 불타는 숲을 그린 풍경화 '붉은 숲'과 '운석이 있는 초상' 등 화려한 색채가 구현된 파스텔화 13점이 걸렸습니다. 나무, 불, 흙, 금속, 물 등 5가지 원소를 소재로 삼은 전시에서 파티는 관람객을 초대해 낯선 자연을 응시하게 만들었죠.

"풍경화의 역사는 인간과 자연환경 사이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를 다뤄왔습니다. 위대한 풍경화는 두 아이디어를 모두 담고 있고 보는 이에게 그것에 대해 질문합니다."

그는 '현실'의 재현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기호나 코드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전통적인 장르인 풍경, 초상, 인물화만 작업하면서도 기존의 관습에 도전합니다. 그림은 기이한 색상으로 인해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스위스 로잔 외곽의 그림 같은 자연에서 자란 파티는 잃어버린 낙원(Lost Paradise)의 향수를 이번 전시에 담았습니다. '자연과 인공' '연결과 의미'는 그가 천착해온 주제입니다. 그는 12세부터 친구들과 그라피티를 그리다 고교에서 퇴학당했고, 10여 년간 3D 애니메이터로 활동한 다재다능한 작가입니다.


조각, 유화, 아크릴화, 벽화 등을 넘나드는 그의 입체적인 회화는 컬렉터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120m짜리 풍경화 '일출, 일몰'을 완성해 워싱턴DC에 있는 허시혼 미술관 및 조각공원에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제 머릿속엔 이미지가 가득해 심한 교통체증을 겪는 것 같아요."

여행하지 않을 때면 그는 스위스 로잔과 교통체증의 도시 맨해튼의 조망이 좋은 작업실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작업합니다. 그의 화풍에는 스위스 화가들의 영향도 짙게 묻어 있죠. 나비파에 속한 풍경화가 펠릭스 발로통, 인물화가 페르디낭 호들러가 대표적입니다. 그가 그리는 여인의 초상은 피카소의 오마주입니다. 인물화의 구도와 원색 사용은 앙리 마티스를 연상시키고, 조르조 모란디, 조지아 오키프, 앙리 루소도 그의 모티브가 됩니다. 자유자재로 거장들의 작품을 변형하는 모습은 음악을 믹싱하는 DJ처럼 보입니다. 2018년 마그리트 뮤지엄에서 2인전을 연 뒤 '스위스의 마그리트'란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정물화의 부피감과 머리에 새가 앉은 인물화 등은 마그리트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쉼 없이 작업하는 에너지와 함께 고전을 재해석하는 신선함은 파티의 시간(Party time)을 지속되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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