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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4대 그룹 AI 큰 그림 그렸다

강승태 기자
입력 2021.01.07 16:47   수정 2021.01.11 14:36


▶ 전담 조직 설립하고 인재확보 총력
4년 전 알파고를 기억하는가.

당시 큰 충격이었다. 전문가들은 “바둑만큼은 AI가 사람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고 했다. 알파고 등장은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AI는 어느덧 ‘일상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집집마다 설치된 AI 스피커는 날씨와 일정을 알려준다. 자율주행부터 AI 닥터 등에 이르기까지 산업계 전반에 걸쳐 AI 혁신이 가져올 변화는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다.

AI 기술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18년 73억달러에서 2024년 794억달러로 10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AI 전담 조직을 잇따라 신설하며 AI 따라잡기에 나섰다. 삼성, 현대차, SK, LG 4대 그룹은 그룹 차원의 AI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이나 게임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목표는 하나다. 바로 ‘AI 1등 기업’이다. 국내 주요 기업 AI 전담 조직을 살펴본다.



유형 1 글로벌 시장 공략

▶삼성전자·네이버 “큰물에서 논다”

AI 기술 확보를 위한 선결 과제. 바로 글로벌 인재 영입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삼성전자와 네이버다.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를 중심으로 세계 각 지역에 글로벌 AI 센터를 운영한다. 2017년 11월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를 설립했다. 삼성전자 세트 부문 선행 연구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 안에 ‘AI 센터’를 신설했다. AI 센터는 삼성전자 AI 연구를 담당하는 책임 조직.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부터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등 7개 지역에 AI 센터를 세웠다. 글로벌 인재를 모으기 위해서다.

모스크바 AI 센터는 AI 알고리즘 전문가로 유명한 드미트리 베트로프 러시아 고등경제대 교수가 이끈다. 영국 케임브리지 AI 센터에는 AI 기반 감정 인식 연구의 대가인 마야 팬틱 영국 임페리얼대 교수가 속해 있다.



삼성전자 AI 큰 그림을 그리는 인물은 바로 승현준(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소장. 뇌 기반 AI 연구를 개척한 세계적 석학이다. 2014년부터 프린스턴대 뇌과학연구소·컴퓨터공학과 교수로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했다. 승 소장은 2018년부터 삼성리서치 CRS(최고연구과학자)로서 삼성전자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2020년 6월에는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선임됐다.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15개 R&D 센터와 7개 AI 센터의 미래 신기술과 융·복합 기술 연구를 총괄한다.

승 교수와 함께 영입된 이동렬(다니엘 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현재 삼성리서치 뉴욕 AI 센터장을 맡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 10월 ‘네이버 AI 랩’이라는 연구 조직을 만들었다. 기존 AI 선행 기술을 연구하던 클로바(CLOVA) 리서치 조직을 분리해 규모를 확대한 연구소다. 네이버 AI 랩을 맡은 이는 하정우 AI 연구소장이다.


네이버 AI 랩은 차세대 공통 이미지·비디오 인식 기술, 차세대 대규모 언어 모델, 새로운 AI 학습 기법 등 다양한 주제로 중장기 선행 기술을 연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별도로 네이버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AI 연구벨트’를 조성했다. 한국, 일본, 베트남과 유럽 최대 AI 연구소 ‘네이버랩스유럽’이 있는 프랑스가 AI 연구벨트 주요 거점으로 선정됐다. 네이버가 글로벌 AI 연구벨트를 구축한 이유는 ‘국경을 초월한 기술 교류’와 ‘인재 확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기적으로 미래 AI 기술 인재 양성까지 염두해둔 움직임이다.

네이버의 AI 전담 조직은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2020년 국제학술대회에서 AI 관련 논문이 가장 많이 채택된 국내 기업이 바로 네이버다(43편).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AI 랩은 임팩트 있는 중장기 선행 연구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기술 공유를 통해 AI 생태계에 기여함은 물론 네이버가 글로벌 AI 기술 플랫폼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 산하에 삼성 AI 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사진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 본사 전경. <삼성전자 제공>


유형 2 그룹 차원 전담 조직

▶현대차·LG AI 컨트롤 타워 신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전 계열사를 총괄하는 AI 전담 조직이 눈에 띈다. 그룹 차원에서 독립된 AI 연구 조직을 두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두 기업은 AI에 사활을 걸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말 AI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에어랩’을 설립했다. 조직 이름부터 이채롭다. 에어랩은 ‘인공지능연구소(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LAB)’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 AI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네이밍이다.

에어랩을 이끄는 인물은 네이버 출신 김정희 상무.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해 LG전자기술원을 거쳐 네이버랩스 인텔리전스그룹 리더로 일한 인공지능·머신러닝 전문가다.

에어랩은 생산 효율화, 프로세스 효율화, 미래 자동차 개발, 모빌리티 서비스, 서비스 비즈니스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 확보에 나섰다. 2020년 2월 네이버 ‘파파고(Papago)’를 개발한 김준석 리더를 책임연구원으로 데려왔다. 김 연구원은 국내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손꼽히는 개발자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글린트, 서울대 등과도 협업 관계를 강화했다. 업무 혁신성과 신속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대차 본사가 아닌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별도 오피스에 자리 잡은 것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2020년 하반기에는 글로벌화를 외치며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전문 연구조직 ‘에어 센터’를 열었다.

AI 전담 조직 관련해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기업은 LG다. LG그룹은 2020년 12월 ‘LG AI 연구원’을 설립했다. LG AI 연구원은 LG전자·화학·유플러스·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해 만든 AI 전담 조직. 글로벌 인재 확보, AI 연구 개발 등을 위해 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 LG그룹은 LG AI 연구원 내에 ‘CSAI(최고AI과학자)’라는 직책을 신설하고 세계 10대 AI 연구자로 뽑혔던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박스 인터뷰 참조)를 영입했다. LG AI 연구원 초대 원장인 배경훈 상무는 2017년부터 LG유플러스에서 AI 플랫폼을 담당한 AI 전문가다.


2018년 연말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LG AI 연구원의 당면한 과제는 역시 인재 영입이다. 2021년에 핵심 연구 인력 규모를 100여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계열사 사업별 특성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2023년까지 그룹 내 1000명의 AI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형 3 AI R&D 전문 기업 신설

▶SK 가우스랩스에 카카오브레인까지

SK그룹과 카카오는 AI 연구개발(R&D) 전문 기업 모델이다. 2020년 9월 SK그룹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우스랩스’라는 이름의 AI R&D 전문 기업을 설립했다. 가우스랩스는 SK 계열사 중 첫 번째 AI 연구 전문 기업. 미국에 세운 것은 당연히 인재 확보를 위해서다. 가우스랩스 자본금은 5500만달러 규모로 2022년까지 SK하이닉스가 전액 투자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AI 사랑은 남다르다.


최 회장은 항상 “AI는 기업가치 혁신의 도구”라며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가우스랩스 설립 역시 최 회장의 적극적인 추진 아래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가우스랩스의 첫 번째 목표는 반도체 제조 공정 혁신이다. SK하이닉스가 전액 투자한 것도 이 때문. 하지만 SK그룹은 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가우스랩스의 AI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가우스랩스 초대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SK하이닉스가 수석연구위원으로 영입한 세계적 데이터 과학 전문가 김영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종신 교수다. 김 교수는 2015년 전자 업계 최고 권위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펠로)에 오른 세계적인 데이터 과학 전문가다.

카카오 AI 전략은 이원화가 눈에 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브레인이 분야를 나눠 진행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AI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사내 독립 기업 ‘AI 랩’이 분사해 만든 기업. B2B 전문 기업으로 AI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화’에 중점을 두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출범 후 1년 동안 금융·물류·해운·건설·공공·건설·전자·방송·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사업화가 목적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달리 카카오브레인은 연구 중심 조직이다. 학술 연구를 중심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등 여러 분야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0년 국제 학회에 26편 논문을 등재한 바 있다.

IT 기업 외에도 국내에는 많은 기업이 AI 전문 조직을 신설하는 트렌드다. 게임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AI 센터를 만들어 운영한다. 금융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이 AI 전담 조직을 만들었으며 신한은행은 AI 통합센터(AI Competency Center, 이하 AICC)를 출범시켰다. AICC는 단순히 연구개발이 아닌 AI를 실제 현장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AI에 대한 관심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동원그룹은 대표 이사 직속으로 AI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교원그룹은 그룹 AI 컨트롤 타워로 ‘AI 혁신센터’를 만들었다.

▶기업 간 연합전선 구축까지

▷결국은 AI 인재 양성이 중요

“국내 기업이 연합해 AI 분야에서 해외 업체에 대항해야 한다. 힘을 합치지 못하면 나중에 (미국 기업이 개발한) AI의 사용자로 전락하고 만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SK하이닉스 부회장)이 2020년 1월 미국 CES에서 한 얘기다.

4대 그룹과 IT 대표 기업들이 잇따라 AI 전담 조직을 만들었지만 갈 길은 멀다. 한국의 AI 기술은 미국, 중국, 유럽 등에 훨씬 못 미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2018년 미국 AI 기술 수준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은 81.6에 불과하다. 유럽(90), 중국(88), 일본(86)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일까. 일부 기업들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눈길을 끈다.


SK텔레콤, 삼성전자, 카카오는 최근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AI 공동연구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맞은편에는 LG전자, LG유플러스, KT의 ‘AI 동맹’이 자리한다. 2020년 2월 KT는 현대중공업지주·한국과학기술원(KAIST)·한양대·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함께 AI 산·학·연 협의체 ‘AI 원팀’을 결성했다. 여기에 LG전자와 LG유플러스도 합류하며 더욱 힘을 싣는 모양새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AI 동맹에 나선 이유는 다름 아닌 AI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까지 국내 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만 1만명에 가까운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있는 인력은 고액 연봉에 자유로운 기업 문화가 있는 해외로 향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기존 인력 돌려막기가 반복되면서 장시간의 기술과 지식이 쌓여야 하는 고급 인력 확보와는 멀어지고 있다.


결국 국내 기업이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기업 간 협업을 강화하는 것은 AI 생태계를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함이다.

최양희 서울대 명예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는 “인재 양성은 투트랙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고급 연구 인력 양성과 별도로 현재 재직자나 산업 현장 직원의 AI 재교육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AI 교육이 필요한 사람만 전국에 50만명”이라며 “AI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금융, 의료, 게임,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접목할 수 있는 소위 ‘X+AI’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 이홍락 LG AI 연구원 CSAI

“실험실 연구 넘어 실생활에 기여하기 위해 LG 선택”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가 선정한 세계 10대 AI 연구자다. 구글 AI 연구 조직인 ‘구글브레인’을 거쳐 2020년 12월 LG AI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교수는 LG AI 연구원에서 ‘C레벨 AI 사이언티스트(CSAI·Chief Scientist of AI)’라는 직책을 맡았다. LG그룹 AI 전반적인 전략을 총괄하면서 동시에 미국 미시간대 교수직도 겸직할 예정이다.

Q. LG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인가. LG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가.

A 개인적으로 AI 연구 관련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마침 LG그룹과 인연이 되면서 합류했다.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하는 기초적 연구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실제 적용이 어렵다. LG그룹은 여러 계열사에서 확보한 다양한 데이터와 이를 뒷받침할 연구 인프라를 갖췄다. 실험실 연구를 넘어 실제 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곳이 LG라고 판단했다. LG AI 연구를 총괄하고 단계별 연구 과제와 기술 로드맵·방향성을 제시하겠다.

Q. LG그룹 AI 연구 기반과 기술력은 국내외 다른 기업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가.

A 국내 기업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해 답변하기 어렵다. 해외 기업 중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원천 AI 기술을 연구한다. 이런 기업은 LG와 직접적 경쟁 상대라기보다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다. LG는 AI 응용 분야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LG전자 가전 애플리케이션 ‘LG 씽큐’, LG유플러스 개인화 서비스 등이다.


또 내부 프로세스에 AI 기술을 도입해 업무 효율화, 비용 절감 등의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Q. 인재 확보를 위한 복안이 있는지.

A LG AI 연구원은 최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최고 수준 대우를 한다는 원칙과 목표를 두고 있다. 인재들이 연구자로서 더욱 성장하고 연구에 전념해서 성과를 내는 좋은 환경과 문화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임무다. LG AI 연구원 구성원들은 젊고 역동적이다. 또 연공서열이 아닌 역량으로 평가·보상받을 수 있다.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유롭고 적극적인 문화를 만들고 싶다.

Q. AI 연구를 통한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A AI 연구·개발을 통해 비즈니스 생산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AI 기술이 여러 문제와 상황에서 다양하게 적용되도록 성능을 높이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AI 기반 새로운 사업 영역이나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1호 (2021.01.06~2021.0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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