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00만개나 팔렸는데"...음쓰 분쇄기 사용 전면 중단되나

박동환 기자
입력 2021/08/13 17:44
수정 2021/08/13 21:23
    
500만개나 팔린 '디스포저'
불법제품 증가했단 이유로
인증제품마저 금지법 추진
관련 업체 1200곳 고사위기

업계 "행정 편의주의적 처사"
환경부 "유관사업 전환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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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정에서 필수 가전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주방용 음식물쓰레기 분쇄기(디스포저) 제조 업체들이 폐업을 걱정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올해 5~6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디스포저 판매·사용 전면 금지법을 잇달아 발의하면서다. 만연한 불법 제품으로 인한 수질 오염과 하수도 부담 가중을 막기 위해선 디스포저 전면 금지가 불가피하다는 게 이유다. 환경부 역시 비슷한 입장이어서 법안 처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관련 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불법 제품만 가려내는 게 아니라 아예 관련 산업 자체를 뿌리 뽑는 식의 '막무가내 입법'이 이뤄졌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과거 환경 오염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며 사업을 권장했던 환경부가 불법 제품 색출 등 단속 강화 등의 대응책 마련 없이 돌연 '전면 금지' 쪽으로 돌아선 점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이 같은 내용의 하수도법 일부 개정 법률안 2건이 각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디스포저 판매·사용을 금지하는 점은 동일하지만 윤 의원 안은 신규 설치에 한해 전면 금지를 적용하고, 이 의원 안은 기존 사용자에 대해서도 3년간 한시적 허용 이후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환경부는 과거 1995년 하수도 영향을 고려해 디스포저 판매·사용을 금지했지만, 2012년 환경부 인증 제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디스포저는 현행 고시상 분쇄한 음식물의 20%만 하수도로 배출하고, 나머지 80%는 고형물로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분쇄 음식물을 100% 하수도로 흘려보내는 불법 제품이 늘어나자 인증 제품까지 몽땅 사용을 금지하자는 법안이 나온 것이다. 당장 법안이 처리된 것은 아니지만 '불법' 전환 가능성이 커진 것만으로도 디스포저 업체들은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분쇄기 관련 업체는 1250여 곳에 달한다.


관련 종사자는 8만~1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0여 년 동안 팔린 제품 수는 500만개 수준으로 집계된다.

김해범 주방용음식물분쇄기협회장은 "정부가 10년 동안 육성한 산업을 갑자기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사업하라고 밀어줘놓고 이제 와 하지 말라고 하면 사업자들 모두 길바닥에 나앉으란 얘기"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협회장은 "불법 제품이 문제라면 철저하게 조사·감독을 해야지 시장을 아예 폐쇄하겠다는 건 행정 편의주의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제품을 인증받아도 정작 가정집 설치 과정에서는 고시를 지키지 않고 음식물쓰레기를 100% 흘려보내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서 배출 부담금을 내는 다른 주민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전면 금지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관련 업계가 음식물 분쇄기가 아니라 음식물 처리 감량기 등 유관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금과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방안을 중소벤처기업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2020년 7월 기준 한국소비자원이 디스포저 판매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4659곳 중 정상 제품을 판매한 곳은 4229곳이었다. 불법 제품을 판매한 곳은 430곳으로 집계됐다. 2017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제기된 디스포저 관련 민원은 총 209건이었는데, 불법 판매 단속 요청이 86건(41%)으로 가장 많았고, 제도 강화·금지 요청은 23건(11%)이었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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