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쌀개방 더 미루면 의무물량 늘고 수출품 무역보복 우려

노영우 기자
입력 2014/07/18 15:35
수정 2014/07/18 20:56
'약속어긴 국가' 빌미…반덤핑관세 배제못해
쌀빗장 열되 서비스개방 이끌어 경쟁력 확보
각종 지원 '밑빠진 독' 농업개혁 기회 삼아야
◆ 쌀시장 내년 개방 / 쌀시장 개방 - 경제적 득실 따져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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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쌀 관세화 결정으로 한국은 주력 수출품에 대한 무역 보복 우려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여기에 쌀 시장 개방으로 국내 쌀 산업에도 긴장감이 더해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18일 정부 관계자는 "쌀 관세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와 했던 약속(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의미)을 어긴 국가가 돼 각종 무역 제재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산 제조업 품목들은 각종 덤핑 누명을 쓰는 사례가 많다.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국가 간 제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쌀의 관세화는 제조업과는 무관한 이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수출 품목들에 대한 무역장벽이 더욱 높아졌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원유ㆍ천연가스 등의 시추에 쓰이는 한국산 강관(파이프)에 9.89~15.7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예비판정에선 '무혐의'가 내려졌지만 정치권의 압박에 의해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소송으로 간다면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는 이런 문제에 대해 강대국들이 '몽니'를 부리는 일이 빈번한 상황에서 쌀 관세화라는 약속마저 지키지 못했다면 더욱 강한 압박이 왔을 수 있다. 미국철강협회는 철강 수입 규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덤핑 판정이 나오자 바로 노골적 환영 논평을 내기도 했다.

물론 우루과이라운드 때의 약속을 어긴 나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필리핀은 2년간 약속을 어긴 상태였다.


필리핀은 2012년에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됐지만 2014년 6월에야 추가적인 관세화 유예 방안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필리핀은 수출(2013년 기준 539억달러)보다 수입(635억달러)이 많은 나라기 때문에 배짱을 부릴 수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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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작지가 넓은 미국과 중국 등이 비교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대표적 1차산업이 쌀이다. 이에 대한 개방을 넓힌다는 것은 한국 정부의 농산물 개방 태도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를 높여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2차, 3차산업에 대한 상대국의 개방도를 늘리는 압박 카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열린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양국은 서비스 부문의 완전 개방에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농가 입장에서도 쌀 관세화가 무조건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관세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국제 쌀값이 높은 관세율로도 막을 수 없을 만큼 폭락한다면 국내 농가도 단가 인하, 품질경쟁력 제고, 마케팅 강화를 위한 산업적 노력을 더할 수밖에 없다.


국산 쌀은 품질경쟁력을 더욱 높일 경우 높은 가격에 중국이나 인근 시장으로 수출할 여력이 있다는 게 농업 전문가들의 평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농가소득은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현재 쌀 농가는 1㏊ 경작에 따라 90만원씩 연간 지급되는 고정직불금과 쌀 가격 하락 시 일정 금액의 손실을 정부가 떠안아주는 변동직불금 등의 정부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소득 증진에는 큰 효과가 없는 셈이다.

한국과 여러모로 농업적 차원에서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일본이 최근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신성장 전략)'을 통해 농업 개혁을 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소규모 농가와 버려진 토지에 대한 통폐합을 추진해 농업의 대형화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업생산법인에 대한 기업의 출자 상한을 현 25% 이하에서 50% 미만으로 완화했다. 사와다 야스유키 도쿄대 교수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꼽으라면 농업 개혁"이라며 "개혁이 성공한다면 일본 농업은 고품질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는 데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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