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계란 대란'의 부끄러운 비밀

입력 2016/12/22 17:32
수정 2016/12/23 10:22
전국 2400여 중간상인 매점매석 폭리
정부 "조직적 담합·갑질 조사" 뒷북 수습
88507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시중 달걀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일부 대형마트에서 판매 수량 제한 조치를 시작한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달걀을 고르고 있다. [이승환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시중에 달걀 부족 현상이 벌어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 상승폭이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가격 급등 배경에 달걀 유통의 큰손인 수집판매상들의 '매점매석' 행위가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정부가 조사에 나선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중간상인이 수급 조절을 하면서 하루 이틀 늦게 달걀을 내놓아 가격이 급등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높아 실태 파악에 나서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협조를 구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달걀 사재기 행위와 관련해 일부 업체 혹은 사업자 단체가 조직적으로 담합하거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가격을 올렸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날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매점매석 행위 자체는 공정위 소관이 아니지만 업체들 간 담합이나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가격을 인상하는 등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한 처벌 대상"이라며 "현황 파악이 된 후에 법 위반 소지가 있을 경우 조사에 착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발생 후 달걀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산란계 5마리 중 1마리가 살처분된 여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1일 거래된 달걀 평균 가격은 30개 기준 6866원으로 농가에서 AI 확진이 처음 나왔던 지난달 17일(5340원)보다 28.5%가량 올랐다.

특히 AI 발생 지역에 대한 달걀 출하가 27일까지 제한되면서 공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여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달걀 공급 물량은 AI 발생 이전에 하루 4200만개에서 최근에는 3000만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하루 달걀 수급량은 4000만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만개가량 공급이 초과되는 상황이었다가 1000만개가량 공급이 부족한 상태로 바뀐 것이다.

885077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정부가 조사에 나선 배경은 줄어든 공급에 비해 가격이 너무 급격히 오르고 있어 중간상인들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다.


달걀 유통은 농장에서 달걀을 사오는 수집판매상들이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달걀 유통시장은 산란계 농장에서 달걀을 생산하면 전국 2400여 개 수집판매상들이 매입해 대형매장, 백화점, 재래시장, 음식점 등에 공급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달걀 중 65%가 수집판매상을 거쳐 유통된다. 35%는 지역농협과 양계협회, 생산자단체 등이 운영하는 전국 50여 개 달걀유통센터(GP)를 통해 공급된다. 문제는 수집판매상이 농가와의 '갑을 관계'가 분명해 어느 정도 가격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란계 농장은 매일 생산되는 달걀을 창고에 쌓아놓을 수 없기 때문에 수집판매상이 제시하는 가격에 넘길 수밖에 없다. 수집판매상들은 산란계 농장에서 매입한 달걀을 창고에 쌓아놓고 방출 물량을 시장 상황에 따라 하루 이틀 조절하며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간 상인들이 달걀을 하루만 풀지 않으면 가격이 한 판(30개)에 50원 이상 오를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동철 기자 /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