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당신의 기업은 안녕하십니까] (1) 조직문화·경영운영·외부평판 위기 징후 빨간불 기업은 어디?

박수호 기자, 나건웅 기자
입력 2018/01/29 09:36
수정 2018/02/02 16:31
“경영진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래도 우리 때보다 좋아진 거야’라는 말을 주로 하는 기업에선 계속 사고가 터진다. 우리 기업들은 사내 문화가 강력한 경쟁력임을 간과하고 회사가 직원에게 베푸는 시혜적인 일, 복지 개념으로 접근하고 직원의 문제 제기를 ‘단순 불만 표시’ ‘주인의식 결여’로 깎아내린다. 이러다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된다.”

위기관리 컨설팅 회사 에이케이스의 유민영 대표 말이다.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불만이 많지만 제대로 된 소통 창구가 없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익명 기업 신문고 역할을 하는 잡플래닛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넋두리, 푸념, 분노 표출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다 외부로 알려지면 기업 이미지가 급전직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매경이코노미는 잡플래닛과 손잡고 조직문화, 경영·운영, 외부 평판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위험 징후가 다분한 기업은 어디인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대안을 찾아보기 위한 시도다.

스마트폰 부진 LG전자, 사기앙양 시급

성추행 홍역 치른 한샘, 분위기 쇄신 절실


‘군대문화, 술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 회식비 아끼면 월급을 올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성희롱해도 잘리지 않는 회사. 하긴 성희롱인 줄도 모르는 듯’ ‘직장 내 성차별·성희롱 교육을 철저히 하고 회식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 사업장은 필수. 성희롱 교육받으면서 예시로 나온 멘트를 다음 주에 들을 수 있다’ ‘내 다리는 내 건데 팀장님이 자꾸 탐냄. 안 만지면 괜찮은 줄 아는 멍청이들이 많다. 술 들어가면 아주 가관임.’

잡플래닛에 올라온 LG전자 관련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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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이번 빅데이터 조사에서 위기 징후 1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성희롱, 성차별, 군대문화, 유리천장, 술잔 돌리기 등 조직문화 관련 부정 글들이 100여건 이상 대거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지난 3년간 추진했던 조직 변화 과정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글도 다수 보인다.

‘사업에 있어 몇 번을 크게 실책한 임원을 계속 중요 보직에 두는 등 회사 경영에 있어서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이 보임’ ‘인사제도가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 HCCR이라고 해서 저능력자를 뽑아 퇴사시킨다. 까라면 까라 식의 지시 형태가 많다. 면담도 없이 임원을 아무 데나 배치시킨다. 사내정치가 너무 심하다.’

2위 한샘도 양상은 비슷하다. 한샘은 지난해 성추행 사건으로 회장 공식 사과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하지만 사건 전은 물론 이후에도 ‘화장실 가면 울고 있는 동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성희롱도 하도 많이 들어서 나중에는 무뎌지는데 이게 성희롱인지 그냥 농담인지 헷갈리는 지경이 온다’와 같은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영업 압박이 너무 심하다. 부진자들을 새벽에 소집하거나 법인카드 활동비를 적게 줘서 내 돈 들여 영업하는 상황을 만든다’ 등 갈 길 먼 사내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내용도 수두룩하다.

잡플래닛 관계자는 “한샘의 경우, 2017년 1~3월까지는 월평균 35건 이상 리뷰가 들어왔고 최소 7건은 성희롱을 당했거나 목격했다는 내용이었다. 8월과 9월 갑자기 리뷰 양이 증가하면서 성희롱뿐 아니라 대리점 갑질, 정규직 전환, 영업 압박 등 내용이 복합적으로 노출됐다. 잠시 주춤하던 리뷰 수는 성희롱 사태가 터진 11월 1일 이후 연초 수준으로 증가했다. ‘나도 당했다’ ‘나도 봤다’ 식의 성추행 동조 리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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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조사했나

매경이코노미는 채용 정보 사이트 잡플래닛과 손잡고 국내 기업 위기 수준을 빅데이터로 분석해봤다. 바람직한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적폐, 구습을 확인하고 국내 기업들이 어떤 위기에 얼마만큼 노출돼 있는지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참고로 잡플래닛은 전현직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본인 소속 기업의 장단점을 리뷰 형식으로 올리는 일종의 온라인 기업 신문고다. 회원 등급에 따라 열람 가능 범위가 가려진다. 입사, 이직을 준비하거나 평판을 신경 쓰는 회사 담당자들이 필수적으로 들르는 사이트다. 빅데이터는 지난해 올라온 기업 리뷰 101만7429건을 기준으로 했다. 여기서 기업 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부정적인 키워드를 분류, 해당 단어가 포함된 리뷰를 추출해 순위를 매겼다.

평가 분야는 총 3개로 조직문화, 경영·운영, 외부 평판이다.

‘조직문화’는 조직에 구축된 문화 건전성을 판단하는 분야다.


성희롱, 성차별, 군대문화, 유리천장, 술잔 돌리기, 음주문화, 학벌 차별 등 53개 주요 키워드로 설정했다. ‘경영·운영’은 경영 체계와 구조적 리스크와 연결된 단어들이 많이 노출될 경우 평가가 나쁘다. 경영 악화, 적자, 위기, 낙하산, 채용비리, 내부고발, 보고체계 등의 단어(총 36개)가 자주 나타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외부 평판’은 하청업체나 벤더사, 파트너사, 파견업체, 아르바이트생 등 기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글을 바탕으로 평가했다. 갑질, 뒷돈, 접대, 비인간적, 차별, 압박 등이 대표적인 키워드(총 16개)다.

설정한 모든 키워드는 경중에 따라 총 3단계(위험·경고·주의)로 나눴다. ‘위험’은 불법행위다. 성희롱, 성추행, 폭행 등이 포함된다. ‘경고’는 위험 상황의 출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낱말들로 추렸다. 술문화, 군대문화, 내부고발 등이 여기 해당한다. 주의는 일상적인 업무 환경에서 자주 포착될 수 있는 상황을 묘사한 단어다. 과로, 업무 강도, 차별 등이다.

위험, 경고, 주의순으로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단계마다 각기 다른 가중치를 부여했다. 위험은 10점, 경고는 3점, 주의는 1점을 배점했다. 예를 들어 같은 조직문화 관련 키워드라고 하더라도 ‘성희롱(위험)’이 ‘과로(주의)’보다 점수가 높다. 각 키워드별 점수에 리뷰 개수를 곱한 수치를 모두 더해 총점을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위기 순위를 매겼다.

종합순위는 각 분야별 순위와 무관하게 총점으로 내림차순 했다. 특정 분야에서 순위가 낮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획득한 점수가 높다면 종합순위가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특정 분야에서 순위가 높더라도 점수가 낮을 경우 종합순위표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리뷰 개수는 조직문화, 외부 평판, 경영·운영순으로 많았다. 비율로 따지면 5:3:2 정도다. 때문에 조직문화 순위가 높을수록 종합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자리할 경향이 높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허위사실 여부를 떠나 지나치게 구체적인 범죄 행위에 대한 리뷰는 승인하지 않고 공개도 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심각한 위기 징후들이 노출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빅데이터를 분석하게 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분야별 위기징후 순위

▷[종합순위]

1위 LG전자

2위 한샘

3위 해커스교육그룹

4위 쿠팡

5위 현대중공업

6위 웰컴저축은행

7위 현대자동차

8위 한국전력공사

9위 롯데백화점

10위 CJ올리브네트웍스(올리브영)

▶분야별 위기징후 순위

▷[조직문화]

1위 한샘

2위 해커스교육그룹

3위 바디프랜드

4위 LG전자

5위 현대중공업

6위 한국전력공사

7위 KCC

8위 쿠팡

9위 CJ올리브네트웍스(올리브영)

10위 LG디스플레이

▶분야별 위기징후 순위

▷[외부 평판]

1위 LG전자

2위 포스코

3위 쿠팡

4위 이마트

5위 위메프

6위 아성 다이소

7위 KT DS

8위 한국피자헛

9위 삼성전자

10위 LIG넥스원

▶분야별 위기징후 순위

▷[경영·운영]

1위 대우조선해양

2위 현대중공업

3위 팬택

4위 이지모바일

5위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6위 바디프랜드

7위 새마을금고

8위 삼성물산-건설부문

9위 두산중공업

10위 포스코건설

[박수호·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4호 (2018.1.31~2018.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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