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험, 설계사 판매 고작 年4% 늘었는데…온라인판매는 30% '질주'

입력 2019/11/26 18:04
수정 2019/11/26 21:25
혁신속도 더딘 기존 보험사들
치매·펫보험 등 베끼기 급급
CEO임기 짧아 단기성과 집착
상반기 영업비 7% 늘어 7.8조

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
송금·결제서비스 갖춘 IT기업
비대면 선호 2030세대 공략
고객 맞춤 미니보험 차별화
◆ 백척간두에 선 보험산업 (下) / 보험에 닥친 디지털 공습 (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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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에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송금, 자산 관리 등 간단한 서비스만 제공하던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보험 시장에서의 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대면영업이 필요한 보험산업과 비대면을 선호하는 20·30대의 틈바구니를 이들 핀테크 업체가 잘 공략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기존 보험업계는 아직도 과당 경쟁과 상품 베끼기를 반복하며 '제 살 깎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손해보험사 채널별 판매 현황에서 인터넷, 모바일 등을 통한 판매를 의미하는 사이버마케팅(CM) 부문 보험료가 2016~2018년 3년간 연평균 50%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대면영업은 4.3% 성장에 그쳤으며, 전화를 통한 텔레마케팅(TM)은 반대로 2.7% 역성장했다. CM 부문은 올해 7월 말 기준 누적보험료가 전년 동기 대비 29.3% 증가한 2조3413억원을 기록했다. 수입보험료 중 90%를 차지하는 대면영업과 비교할 때 CM 부문 보험료 금액은 아직 미미하지만 증가세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CM은 비대면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1981~2000년 출생 인구)에게 특히 인기다. 보험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의 대면 채널에 대한 선호도는 59.5%인 반면, 인터넷 등과 같은 직판 채널은 39.5%로 높았다. 반면 50대 이상 선호도는 대면 채널이 80% 이상, 직판 채널은 2~3%에 불과했다. 또 핀테크 업체들은 기존 보험과 차별화된 편리성을 무기로 보험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종합자산관리 플랫폼 토스다. 지난해 법인대리점(GA)인 토스보험서비스를 설립한 뒤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한화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삼성화재, 에이스손해보험과 손잡고 토스 플랫폼에서 가입할 수 있는 다양한 미니보험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삼성화재 여행자보험의 경우 가입자 중 10%가량이 토스를 통해 들어오는 등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전원 스위치를 켜고 끄듯 이용자가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뱅크샐러드의 스위치보험도 인기다. 지난 6월부터 삼성화재의 여행자보험을 스위치보험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데, 전체 가입자 중 2030세대가 75%를 차지할 정도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조만간 여행자보험에 이어 레저보험도 스위치보험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와 이달 출범한 네이버파이낸셜도 보험 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에서 보험 분석·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던 카카오페이는 현재 GA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내년 하반기 영업을 목표로 삼성화재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증권·보험 등을 연계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모두 송금·결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보험상품을 얹으면 파괴력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보험산업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기존 보험업계의 움직임은 더디다. 혁신보다는 사업비 과다 지급을 통한 과당 경쟁과 좋은 상품에 너도나도 쏠리는 '미투(Me Too)' 경쟁 등 과거의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 손보사들의 올 상반기 순사업비는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난 7조8818억원을 기록했다. 보험료 대비 사업비 비율은 22.15%로 보험사들이 적정 사업비로 여기는 20%를 훌쩍 넘어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손보사들이 치매보험, 펫보험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사업비를 늘리면서 계약자 모집에 나섰다"며 "과당 경쟁이 사업비 상승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보험사는 증상이 가벼운 경증 치매에도 3000만원의 보장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짧아 단기 성과주의로 흐르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홍재은 NH농협생명 사장의 경우 정해진 임기가 1년이다. 성과에 따라 1년 더 연장되기도 하지만 1~2년은 보험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도 버거운 시간이라는 지적이 많다. 보험 비전문가가 CEO가 되는 일도 흔하다. 최근 롯데손보 수장이 된 최원진 대표는 보험 경력이 전혀 없는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해외 보험사는 오랜 기간 보험산업에서 일해 온 사람이 CEO로 부임하고, 임기는 최소 5년 이상이다. 30년 전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설립 이후 회사를 거쳐간 CEO가 현직인 커티스 장 사장을 포함해 6명에 불과하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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