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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생명과 과학] 계절의 여왕 5월…식물들의 '사랑법'

입력 2020.05.20 08:01   수정 2020.05.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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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DB] 한 시간만 창문을 열어 놓아도 모니터가 노랗게 변해버린다. 5월의 수고스러운 일과 중 하나는 모니터와 책상위의 송화가루를 닦는 일이다. 계절이 바뀌고 5월이 오면 어김없이 한반도의 소나무들은 번식이라는 생명이 가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수분을 날린다. 식물은 움직일 수 있는 동물과 달리 말 그대로 심을 식(植), 땅에 고정된 인생을 산다. 무성 번식을 택했다면 좋았을 이들이었을 것을 굳이 암수를 구별하며 살게 된 데에는 생존을 위해 유전자의 다양성을 유지해야하는 생물이 가진 운명 때문이었다.

Q. 식물은 어떻게 번식하나요?

A. 식물의 번식 방법은 다양하다. 이동을 하지 못하는 식물에 준 선물일 것이다. 식물은 꽃과 나무로 나누어 생식기관 위치에 따라 암수한꽃(양성화·예 수련), 암수딴꽃(단성화·조롱박), 암수한그루(호두나무 밤나무), 암수딴그루(은행나무)로 나눠 볼 수 있다. 암수한꽃은 암술과 수술이 꽃 하나에 있다.


이론적으로는 자가수분이 가능한 이들이지만 실제로는 이런 자가수분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다양한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따라서 꽃은 한 개체 안에서 암술과 수술의 성숙 시기를 달리하는 전략적인 방법을 이용한다. 이분법적 개화(dichogamy)라고 하는 이 방법은 수꽃을 피운 뒤 수꽃이 지면 암꽃을 피우는 방식이다. 자가수정을 막고 유전자의 다양성을 확보해 번식하고 진화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암수한그루인 소나무는 바람을 이용한다.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을 함께 피우는 대신 암꽃은 위에, 수꽃의 송홧가루 주머니는 아래쪽에 매단다. 그리고 마지막 방법은 매개자를 고용하는 전략이다. 인간으로 치면 중매자(소개팅 주선자)를 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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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식물의 수분매개체는 뭐가 있나요?

A. 곤충이나 새를 매개자로 두기 위해 꽃은 다양한 색, 크기, 꽃잎의 모양과 향을 만들어낸다. 특히 수분매개자의 선호도와 능력을 잘 간파하며 진화했다.

목련과 같은 식물은 딱정벌레를 통해 수분을 한다. 썩은 냄새를 내 딱정벌레를 유인하기도 하며 열을 발생시켜 냄새를 더 잘 퍼뜨리게 한다.


꽃은 색을 볼 수 있는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다양한 색을 이용한다. 안토시아닌,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색소는 꽃이 붉은색과 푸른색, 그리고 노란색과 주황색을 갖게 하는 색소를 활용해 화려한 색을 만들어낸다. 꽃봉오리 안쪽에 점 모양이나 줄무늬를 갖게 해 곤충들에게 꽃가루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곤충의 편의를 위해 꽃을 피우는 시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특히 봄에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식물들은 짧은 시간 꽃을 피우며 곤충이 쉽게 도달하도록 배려한다. 잎이 돋아 울창해지면 곤충매개자의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꽃들은 상당히 힘든 선택을 한 것이다. 꽃은 광합성을 거의 하지 않는 식물의 부분이다. 따라서 겨우내 잎을 떨궈 광합성을 통한 에너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꽃을 피우는 일은 평범한 식물의 에너지대사를 뒤엎는 일이다.

Q. 번식을 위한 식물의 전략은?

A.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씨는 풍매화이다.


풍매화는 수분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꽃을 많이 피워 엄청난 양의 꽃가루를 날린다. 단풍나무 씨앗은 헬리콥터 날개처럼 생긴 두 개의 날개를 이용해 오랫동안 공중에서 날아 멀리 이동한다.

송홧가루가 온 세상을 덮는 이유도 하늘에 맡겨 수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속씨식물의 대부분은 동물을 통해 수분을 하는데, 나방이나 나비, 파리, 박쥐, 새 등에게 의존한다. 열매를 따먹은 새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 배설을 하고 배설물에 섞여 있던 씨는 그만큼 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식물은 벌, 나방이나 나비 등 곤충에게 의존해 수분을 한다.

이렇게 동물을 수분매개자로 이용하는 식물은 바람을 이용한 것보다 높은 성공 확률을 갖는다. 파나마공화국 열대 열대림 과학센터 연구진과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환경과학과 연구진이 열대 숲에서 씨앗 400개에 초소형 동작감응 송신기를 달고 1년간 관찰한 결과 씨앗 하나가 무려 36번이나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아구티(들쥐의 일종)가 숨겨놓은 씨앗을 다른 아구티가 훔쳐내 다른 곳에 숨기기를 36번이나 반복했다.


서로 훔치고 훔치는 과정에서 열매의 씨앗은 더 멀리 이동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씨앗의 35%는 원래 있던 곳에서 100m 이상 먼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 훔치고 훔치며 결국 아구티에 의해 다시 찾지 못한 14%의 씨앗은 싹을 틔울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Q. 동물의 감소가 식물 멸종과 관계가 있나요?

A. 생태 및 환경 프런티어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매개자로서 척추동물이 사라질 때 야기되는 생태학적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논문은 박쥐의 접근을 막은 실험에서 열매가 맺히는 확률이 83%나 줄었음을 보여줬다. 이렇게 박쥐에 의해 꽃가루가 전달될 수 있는 식물은 세계적으로 528종에 이르는데 그중 하나인 블루 아가베는 꽃이 길고 좁아 긴 코 박쥐만이 꽃 꿀을 마실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박쥐는 현재 멸종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산림의 과일을 먹는 새의 감소가 식물 멸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연구가 발표돼 다시 한번 생태계 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독일의 제켄버그연구소와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조류의 과일 섭취와 조류, 그리고 식물의 다양성에 대한 관계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과일 먹는 조류가 50% 감소하자 식물종과의 상호작용도 50% 줄었으며 그 결과 식물종의 2차 멸종으로 이어져 새의 개체수 감소가 씨앗 확산 같은 중요한 생태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원은지 한양대 해양·대기과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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