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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긴급재난지원금, 경제에 어떤 영향 줄까?

입력 2020.05.21 06:01   수정 2020.05.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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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피란민에게 DDT살포 방역하는 모습. /사진=flickr [응답하라 경제학 시즌2-31] 1950년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 일상을 촬영한 사진들 가운데는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DDT를 살포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있다. 어린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 놓고 머리와 겨드랑이에 DDT를 뿌리는 장면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런데 DDT 살포는 당시 최빈국인 한국에서만 발생한 일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DDT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건당국의 판단과 함께 살충제로 흔히 사용되었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 출판되면서 DDT의 유해성이 공론화되고, 10년이 지난 1972년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되었고, 한국도 1979년 사용을 금지시켰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스스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만큼 이론적 근거가 부족한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인하했고, 통화량을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정부는 확장적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지출 또한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극단적인 비유일 수 있지만 앞의 DDT 사례와 같이 아직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은 처방이라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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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군의 재난 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된 7일 `마을별 찾아가는 신청 창구`에서 주민들이 1인당 20만원의 인제사랑상품권을 수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일회적으로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와 유사한 성격의 재정정책을 시행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총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중앙정부의 지원금에 지방자치단체가 추가로 지금하는 2조1000억원을 더하면 총 14조3000억원이 현금과 같은 형태로 국민에게 지급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지출하는 예산 14조3000억원은 올해 편성된 예산 512조2504억원과 비교하면 대략 2.8% 이르는 수치이다.


올해 코로나19로 하강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3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통과되면 전문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 중반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국가채무 비율이 10%포인트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이다.

2002년 유로화가 출범할 당시 유로존에 속한 회원국들의 재정건전성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국가채부비율은 GDP 대비 60%였다. 그런데 유로화가 출범되고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과 같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는 급속히 증가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00%를 상회했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출범 이후 10년간 이들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된 원인을 만성적인 경상수지 악화와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로 분석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37%로 OECD 회원국 평균이나 주요 20개국(G20) 평균치의 절반 수준도 안돼 견고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남유럽의 재정위기를 가져온 요인들을 살펴보면 앞으로 한국 재정건전성이 지금과 같이 견고하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탈(脫)글로벌화(deglobalization)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즉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전과 같이 국가 간 경상거래가 왕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 경제의 무역 의존도는 2017년 기준 GDP 대비 68.8%로 G20 국가 가운데 네덜란드, 독일, 멕시코에 이어 4위이다. 이는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했을 때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따라서 향후 글로벌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탈글로벌화가 진행돼 폐쇄적 대외경제정책이 확산될 경우 한국 경제 성장세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은 고령화 진행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국가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기초연금 예산 추계' 자료와 따르면 2020년 연금 지출 규모는 17조1990억원인데 고령화로 인해 2030년에는 40조641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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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리카도 /사진=wikimedia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경제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경기가 'L자'형 혹은 'I자'형으로 당분간 하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증가한 재정적자는 추가적인 세율 인상이나 과세소득의 범위를 확대하지 않고는 재정건전성을 보전하기 어렵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리카도 대등정리(Ricardian equivalence theorem)'로 설명한다. 리카도 대등정리에 따르면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민간에서 돈을 빌리려면 그 돈으로 정부 지출을 증가시켜도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이 합리적인 경제 주체라면 정부가 민간에서 돈을 빌려 국민에게 다시 지급하면 국민은 이 돈을 언젠가 정부가 다시 세금으로 거둬들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따라서 정부의 원래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받은 돈을 물건을 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납부할 세금에 대비해 저축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창용 국장도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은 저소득계층의 소비 진작에는 유효할 수 있으나 중산층 이상의 가계에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긴급재난지원금은 재래시장과 소상공인이 판매하는 상품을 소비하는 데 주로 사용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여윳돈이 생긴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소득탄력성이 작은 생필품을 전보다 더 많이 구매하는 일은 드물다. 따라서 긴급재난지원 지급으로 인한 소비 증가는 완전한 형태의 현금보조보다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4039억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기축통화를 발행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같은 수준의 대외신용도를 보장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확장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 이자율, 물가 등이 상승해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DDT 사례를 지금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와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긴급재난지원금은 그 한계와 예측 가능한 부작용들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담을 감내하고 시행할 만한 의미가 있는 정책인지 그 실효성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향후 기본소득제나 현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복지정책이 정치적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어 해당 정책에 대한 성과는 다각적으로 분석해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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