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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조세회피 '룩셈부르크 펀드'에 패소…추가 세수손실 우려

문재용 기자
입력 2020.05.22 17:23   수정 2020.05.2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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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당국, 1600억 돌려줘야

국세청 "해외투자자가 실제투자
20%이상 과세 정당하다" 주장

대법 “SICAV펀드가 실질투자자
국세청은 초과세금 돌려줘야"

韓·獨 이중과세 방지협약따라
SPC 조세회피 수단으로 활용

조세환급 도미노…세수 악영향
◆ 해외펀드 과세 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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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AV펀드 패소 사건은 세계 역외펀드의 '메카'이자 조세회피처로 지목된 룩셈부르크에 소재한 펀드에 한국 과세당국이 패한 것이라 그 파장이 주목된다. 해당 사건 자체로 인한 세수 손실도 상당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판례를 바탕으로 다른 룩셈부르크 역외펀드들도 일제히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세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룩셈부르크는 한때 한국 정부가 과거에 추진했던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정책의 롤모델이 된 국가다. 낮은 법인세와 함께 전 세계 국가들과 조세조약을 활발히 체결해 투자기업을 설립하기에 최적의 요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일랜드와 함께 다국적 펀드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투자금이 몰려드는 시장을 조성했다. 미래에셋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룩셈부르크에 SICAV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과세당국이 그동안 룩셈부르크 SICAV펀드에 조세조약 혜택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국세기본법은 소득에 과세할 때 이익을 최종적으로 가져가는 이에게 과세하는 '실질과세원칙'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이익의 '실질귀속자'는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투자자들인 만큼 이 펀드는 한국과 룩셈부르크 사이에 체결된 조약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과세했다. 반면, 대법원은 룩셈부르크에 설립된 펀드가 해당 국가에 납세의무를 지고 있어 '한·룩 조세조약'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룩셈부르크 과세·금융당국들이 "SICAV펀드도 한·룩 조세조약의 적용대상"이라는 증명서를 발급한 것도 이번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이 같은 판결에 따라 룩셈부르크 SICAV펀드들은 일제히 한·룩 조세조약상 세제혜택을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세심판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룩셈부르크 SICAV펀드 관련 분쟁만 32건에 달한다. 과세당국에 따르면 비교적 세액이 낮은 건수들이지만 향후 재심 청구가 이어지면 세액을 환급해줘야 한다.


조세혜택을 노려 룩셈부르크 경유자본이 한국에 더 많이 진출할 것이란 긍정적 해석도 존재하지만 세수관리 차원에서는 과세액이 급락해 뼈아픈 상황이다. 향후 유사한 형태로 한국에 진출한 룩셈부르크 펀드들에 일제히 조세조약 혜택이 적용될 경우 세수 감소액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펀드 상당수가 룩셈부르크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하는 외국인투자자 증권매매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룩셈부르크 투자자는 2223명이다. 이는 미국·일본·케이맨제도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독일 데카펀드건 패소도 정부가 향후 다른 국가 기업들과 겪을 조세분쟁에서도 심각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해외 투자로 소득을 거둔 법인이 상대국과 본국 어디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이중 비과세'를 대법원이 용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데카펀드와 같은 부동산 투자 자본은 통상 '유동화전문회사(SPC)' 형태를 띠는데, 국내 법인세법은 이들의 소득을 공제해 법인세를 걷지 않고 있다.


1차로 펀드에 과세가 되고, 2차로 모기업이 본국에 법인세를 납부하며 이중과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그런데 데카펀드의 경우 독일에서도 이중과세방지를 위해 세금을 걷지 않고 있다. 과세당국은 이 같은 '이중 비과세'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한·독 조세조약 혜택에서 배제시켜왔던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독 조세조약상 혜택요건을 데카펀드가 충족시켰는지를 심리하는 데 집중했고, 최종적으로 조약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게 됐다. 조세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가온의 강남규 대표변호사는 "이미 유사한 분쟁이 많이 벌어지고 있고, 이번 판례를 참고해 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한 투자가 늘어나 입게 될 세수 손실까지 감안하면 피해가 막대한 상황"이라 설명했다. 올해 재정여건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여서 세수 손실로 재정당국이 느끼는 타격은 더 크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닥치기 이전에 작성된 2020년도 예산안에서도 올해 국세수입을 292조원으로 잡아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세수 감소를 전망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만큼 세수 감소폭은 당초 전망보다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은 올해 국세수입 진도율을 기반으로 한 계산에서 올해 연간 세수가 정부 전망보다 22조∼30조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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