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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때 고용유지에 써야할 1조원을…청년채용장려금으로 '펑펑'

김태준 , 양연호 기자
입력 2020.05.26 17:46   수정 2020.05.2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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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기금 운용계획' 분석

실업대비한 고용유지지원금
연내 7200억 추가 소요 전망

고용안정·직업개발 지출대비
최소 1배는 적립해야 하는데
밑천 바닥 0.5로 추락할 위기

정부, 기금 건전성 펑크 우려
뒤늦게서야 땜질 방안 궁리
◆ 고갈위기 고용보험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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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고용보험은 실업에 대비한 보험이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해 '실업급여 계정'에 구직급여(실업급여) 재원을 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사용자는 규모에 따라 총 인건비의 0.25~0.85%를 별도로 낸다. 이 돈은 고용보험기금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에 쌓인다. 두 계정은 고용보험을 이루는 뼈대다.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에서 나가는 대표적인 지출은 고용유지지원금이다.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을 감원하지 않고 휴업을 시킬 때 주는 보험금이다. 근로자로서는 해고를 휴업으로 막고, 사용자로서는 퇴직금을 주지 않고 일단 비를 피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실업 방파제' 기능을 한다. 휴업수당 중 67~90%를 보험료로 받고 나머지만 사용자가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고용보험기금 준비금(여유자금 운용액)은 작년 말 대비 1조원 가까이 줄었다.


곳간에 여유분이 줄어든 것이다.

이 감소분은 실업급여가 급증한 것도 있지만 주로 고안·직능 계정에서 기금 취지와 맞지 않는 곳으로 기금이 빠져나간 탓이 크다. 주범은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사업이다. 청년을 고용할 때마다 기금에서 장려금이 나가는데 △'기여'를 하지 않은 청년에게 기금이 나간다는 점 △성격상 일반회계에서 지출할 사업을 기금으로 한다는 문제가 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사업 외에도 이런 사업들은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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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2020년 제4차 고용보험기금 운용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5월 이후 연말까지 고용유지지원금 예상 소요액만 721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인데 일단 정부는 올해 적립할 돈 중 일부를 빼서 자금 소요를 맞추기로 했다. 앞으로 저금할 돈을 미리 빼 쓰는 것이다.

이처럼 저축할 돈을 미리 쓰면서 고안·직능 계정 적립배율은 0.5배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염려된다. 이 배율은 지출할 돈 대비 준비금 비율을 뜻한다. 고용보험법상으로는 1배 이상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미 바닥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2018년까지 1.1배를 유지했지만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으로 0.6배까지 하락했다. 이번 기금운용계획 변경으로 0.5배를 밑돌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여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가장 큰 이유는 기금 목적과 상관없는 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중소·중견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추가 채용할 때 1인당 연 900만원씩 최대 3년간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사업이다. 당초에는 올 한 해 9909억원을 쓰기로 예정했으나 지난 1~2월에만 4735억원이 쓰였다. 이 때문에 이미 지난 1차 추경에서 고용보험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해 4000억원가량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2000억원가량은 일반회계에서 전입하고, 나머지 2000억원은 저금할 돈에서 미리 끌어다 쓴 것이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는 지난 3월 '고용장려금 개편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려금 적정 운용 방안을 뒤늦게 검토한 것이다.


이는 비단 청년추가고용장려금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고용보험기금이 '보험'임에도 불구하고 '세금'처럼 쓴 게 잘못이다. 정부는 고용보험기금을 쌈짓돈처럼 활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정책을 낼 때마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재원을 끌어다 썼는데 이런 식으로 운용하는 보험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난맥상은 기금의 다른 축인 실업급여 계정도 마찬가지다. 구직급여 주머니에서 모성보호 급여가 나가는 것이다. 모성보호 급여는 출산 전후 휴가 급여(출산급여), 육아휴직 급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등 여성 근로자를 지원하는 제도다. 필요한 지출이지만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하기에는 성격상 맞지 않는다.


한편 26일 고용노동부가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추진된 일자리 사업 165개 중 82개 사업(110개 내역 사업)에 대해 성과지표, 만족도 조사, 예산 집행 등을 평가한 결과 C등급(개선 시급)과 D등급(성과 미흡)을 받은 사업이 38개로, 평가 대상 중 34.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일몰제 관찰 대상 사업이 2개, 최소 성과 기준에 미달한 사업도 4개에 달했다.

2019년도 일자리 사업은 24개 부처 21조2000억원 규모로 추진됐으며 총 740만명이 참여했다.

또 지난해 직접 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민간 부문 취업률은 20.6%에 그쳤다. 전년(16.8%)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민간 부문 취업률이 낮다는 것은 직접 일자리 사업이 민간 부문 고용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구직자의 생계 지원에 머무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태준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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